[해외투자 따라잡기1]
해외 주식거래 잔액 5년 만에 160% 급증…‘분산투자’ 목적 슈퍼리치에 인기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가방이나 신발 쇼핑만 ‘해외직구’가 가능한 게 아니다. 최근에는 주식 투자에서도 해외직구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 대중화되며 글로벌 주식시장의 국가 간 장벽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저성장 시대 ‘새 기회’ 찾자

지난 1년간 국내 코스피지수는 1976.71(2016년 5월 4일)에서 2234.87(2017년 5월 4일)까지 13% 정도 상승했다.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 가며 ‘박스권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2011년 이후 6년여간 1900~2100선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2016년(1월1일~12월31일)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은 3.3%였다.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미국만 하더라도 다우산업지수는 같은 기간(2016.5.4~2017.5.4) 1만7651.26에서 2만957.90으로 18% 상승했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나스닥지수는 4725.64에서 6072.55로 28% 정도 올랐다. 브라질의 보베스타지수는 5만2260.19에서 6만6093.78로 26% 정도 올랐고 베트남 VN지수도 599.07에서 721.66으로 20% 상승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국내 주식에서 기대만큼의 수익률을 얻지 못한 투자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 수준이다. 나머지 98%의 시장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의 해외 주식 잔액은 7조711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 말 해외 주식 잔액 2조9595억원과 비교하면 5년여 만에 160%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해외 주식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증권이다. 약 1조6000억원 규모다.

신한금융투자도 상위권에 속한다. 1조3800억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쫓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주식 잔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6798억원에서 9300여억원으로 그 규모가 늘었다. 4개월여 만에 무려 40% 이상 증가했다.

해외 주식 투자는 특히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슈퍼리치들의 가장 중요한 투자 전략은 ‘분산투자’다.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해외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리츠·원자재 등 다양한 해외투자 상품들을 찾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개미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 직구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해외 정보를 얻기 쉬운데다가 MTS나 HTS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거래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투자 대상 국가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미국·중국·홍콩 등 30여 개 국가의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거래할 수 있는 국가는 28개, NH투자금융도 27개 국가의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향후 4개 국가를 더 추가할 예정이다.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해외투자용 HTS와 MTS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환전 서비스와 함께 해외시장 관련 경제지표나 뉴스 등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관심 있는 나라나 기업에 대한 정보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 부장은 “과거와 달리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국내 투자만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힘들다”며 “규모가 작은 국내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기보다 해외시장을 바라보는 투자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