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시장 놓고 격전 준비…양산 전까진 ‘적층 기술 확보’ 주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정 과정이다./한국경제신문DB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삼성전자가 M램을 앞세워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5월부터 P램의 일종인 ‘3D크로스포인트’를 양산하는 인텔과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그 결과에 따라 미래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M램을 적용하기로 하고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 전문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이미 유럽 최대 반도체 업체인 NXP가 차세대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를 삼성전자의 M램 기술을 적용해 생산하기로 했다.
◆ M램·P램·Re램이 뭐길래
차세대 메모리는 전원이 없어도 기억을 보존하는 낸드와 빠른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D램의 장점을 결합한 반도체를 일컫는다. 사용 소재에 따라 크게 M램·P램·Re램으로 구분된다.
M램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자기를 사용하며 철과 코발트가 주요 소재다. M램은 컴퓨터 언어인 2진법으로 0과 1로 정보를 저장한다. 구조가 단순하면서 속도와 내구성이 D램보다 뛰어나다.
M램은 차세대 메모리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메모리와 프로세스 칩 사이의 데이터 교환 중 병목현상에 따른 속도 제한도 제거한다.
또 컴퓨터에 내장시키면 부팅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원을 켜는 즉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다만 양산이 힘들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M램은 셀과 셀 사이의 자기저항에 의한 높은 전력을 사용해 고집적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IBM은 2005년부터 256메가비트의 M램을 채용했고 모토로라는 2006년 90나노 공정을 적용한 M램을 상용화했다.
인텔이 내놓은 P램은 크리스털 등을 활용해 전하를 가둬 데이터를 저장한다.
Re램은 재료 스스로 저항하는 성질을 가지는 실리콘 옥사이드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속도 면에서는 M램이 가장 빠르고 반대로 집적도는 Re램이 가장 높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IoT·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며 자율주행차 등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2020년이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 중 어떤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느냐에 따라 미래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3D 낸드플래시도 집적도가 높아지는 등 기술력이 향상되고 있어 차세대 메모리는 당분간은 용도에 부합하는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유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층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원가 경쟁력이 높고 성능과 신뢰도가 탁월해 첨단 기기에 주 저장 장치로 사용된다.
스마트폰의 사진·동영상·음악 등은 모두 낸드플래시에 저장되고 휴대용 저장장치 USB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와 같은 소형 첨단 기기의 주 저장 장치에도 사용된다.
스마트폰 용량이 커지고 PC에 쓰이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가 SSD로 교체되며 3D 낸드플래시 수요량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의 2D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평면으로 저장했다. 제한된 면적에 1층짜리 주택을 빼곡하게 짓는 방식이다.
한정된 땅에 최대한 많은 수의 집을 지으려다 보니 가구당 평수와 주택 간 간격이 줄어들며 기술적인 여러 가지 문제에 부닥치게 됐다. 2차원 평면 반도체에 저장 용량을 늘리기 위해 회로 선폭을 좁히는 등 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했던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좁히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3D 낸드플래시가 개발됐다. 3D 낸드는 3차원의 입체적인 기술로 동일한 면적에 단층집이 아닌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방식이다. ◆ 3D 낸드 시장 치열, 72단→200단까지
3D 플래시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3년 1세대 3D 낸드플래시 24단을 시장에 내놓고 2015년 3세대 48단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4세대 64단을 내놓은데 이어 5세대 96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생산량 증가로 중국 시안 공장에서만 생산하던 것을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까지 확장했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1세대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해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36단 128Gb(기가비트) 3D 낸드 공급을 시작했고 지난해 11월에는 3세대 48단 256Gb 3D 낸드의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예상을 뛰어넘는 개발 속도로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한데 이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72단 3D 낸드는 삼성전자의 64단보다 앞선 기술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기술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인 셀을 72층으로 쌓아 올리고 이렇게 쌓은 셀 40억 개를 10원짜리 동전 면적 하나에 구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72단은 48단보다 셀을 1.5배 더 쌓을 수 있다. 또한 256Gb 낸드는 칩 하나로 32Gb 저장 장치를 만들 수 있어 스마트폰에 탑재할 때 면적과 두께를 적게 차지한다.
칩 내부에는 고속회로를 적용해 속도를 2배 높이고 읽기와 쓰기 성능도 20% 끌어올렸다. 현재 양산 중인 48단 3D 낸드에 비해 생산성도 30% 정도 향상됐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48단 3D 낸드플래시의 본격적인 양산과 72단 제품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낸드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충북 청주산업단지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2019년 6월까지 총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협회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적층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200단까지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반도체 적층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낸드플래시는 고용량이 필요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엔터프라이즈 SSD, 클라이언트 SSD와 같은 제품에 채용되는 등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장, 서버나 스토리지 등과 같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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