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기업 중심의 마케팅 버리고 고객 중심의 전략 펼쳐야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 ‘4C’ 전략
(사진)=홍콩 스타벅스 창립 10주년 행사에 참석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의장이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최근 필자는 한 대학의 경영학과에서 ‘마켓 4.0과 마케팅 변화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의 핵심은 이제 기업들이 기존의 마케팅 전략인 STP나 4P가 아닌 4C를 고민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STP 전략은 시장을 세분화(Segmentation)하고 자사의 마케팅 전략 대상을 설정(Targeting)한 뒤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속에 위치시킬 것인가(Positioning)에 대한 전략을 말한다.

강의를 들은 수강생 중 한 명은 또 무슨 4C가 나왔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 학생은 정말 실제로 기업들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효과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학생과 마찬가지로 궁금해할 것 같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최근 마케터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개념의 변화가 있다. 두 개의 4C가 등장해서다.

애초에 전통적인 마케팅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는 기업 중심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며 고객 가치 중심의 4C(Customer Benefit,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를 주장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마켓 4.0’에서 새로운 4C(Co-Creation, Currency, Communal Activation, Conversation)를 가지고 나왔다.

이제 마케터들은 이 세 가지 마케팅 방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이고 유용성은 어떻게 봐야 할까.

◆ 기업과 고객의 틀 바꾼 ‘연결성 혁명’

사실 4P는 너무나 자명하다.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STP로부터 시장을 나누고(Segmentation)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장을 정하고(Targeting) 그 시장에서 자신의 차별화된 위치를 정하고(Positioning) 그 포지셔닝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Product) 것이다.

이후 제품에 맞는 가치를 결정하고(Price)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Place) 마지막으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알리는 일(Promotion)이다. 즉 4P는 기본적으로 포지셔닝으로부터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대해 피터 드러커는 4P는 기업의 시각과 관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존의 방식을 고객의 시각에서 재정의해야 한다며 4C를 주장하고 나섰다. 즉 기업 시각의 제품(Product)은 고객 시각에서는 고객이 가지는 가치 또는 혜택(Customer Value 또는 Benefit)이고 기업이 제시하는 가격(Price)은 고객에게는 비용(Cost)이다.

판매처(Place)는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편의시설(Convenience)의 측면으로 봐야 하고 마지막으로 판매 촉진 활동(Promotion)은 고객과의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것이다. 즉 4P를 고객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주다’라는 행위를 받는 사람 쪽에서는 ‘받다’는 행위가 되는 것처럼 관점을 바꿨다. 물론 관점을 바꾼 데에는 소비자 중심이라는 시대의 요구가 있었다.

그러면 코틀러 석좌교수가 올봄 ‘마켓 4.0’이라는 책에서 주장하는 새로운 4C는 무엇일까.

먼저 그는 기존의 소비자 중심은 그대로지만 소비자가 변했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연결성의 혁명으로 적극적·사회적인 소비자로 변했고 이러한 관점에서 4P가 다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4P에는 기업 시각의 적극성·주도성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제는 소비자 중심의 적극성과 주도성의 개념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Product)은 이제는 소비자와의 공동 창조(Co-Creation)로, 가격(Price)은 환율처럼 가치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계속 변하는 통화(Currency)로, 유통(Place)은 우버처럼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 공유경제(Communal Activation)로, 판촉(Promotion)은 고객과의 대화(Conversation)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변화된 시대에 4P는 사실 일정 부분 4C로 대체돼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 두 개의 4C 사이에서는 과연 어떤 것을 취해야 할까.

코틀러 석좌교수의 4C에는 그 스스로가 항상 강조했듯이 깨어 있으면서 다가오는 세계의 새로운 변화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통화의 개념과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를 향한 방향성도 맞고 앞서가는 몇몇 기업의 예로서는 맞지만 오늘 당장 많은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비해 피터 드러커의 4C는 4P를 대체하기는 하지만 코틀러 석좌교수의 4C처럼 새로운 방향성과 변화된 소비자 세계를 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 두 가지의 4C가 기업의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그 적용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 ‘4C’ 전략
◆ 고객 아이디어로 성장한 스타벅스

최근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2, 3위 브랜드들과 큰 격차를 벌리고 있어 커피 전문점 시장이 양극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약진은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스타벅스 실적도 2008년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의장의 재부임 이후 10% 이상씩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이 스타벅스의 성장을 이끌고 있을까.

슐츠 의장은 2008년 경영에 복귀하며 “디지털 혁신을 통해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에 불을 지피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 또는 경험의 측면에서 두 가지 계획을 내놓았다.

첫째는 2008년 론칭한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라는 공동 창조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이 플랫폼은 공유·투표·토론·검토의 4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인 공유는 아이디어를 제품·매장·사회공헌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올리는 장이다. 2단계인 투표 단계는 공유된 아이디어들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3단계는 토론 단계인데 이 토론 단계는 다른 기업의 공동 창조 플랫폼과 다른 과정이다. 스타벅스는 좋은 아이디어를 뽑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개별 아이디어를 놓고 고객들 간에 서로 이야기하는 소통의 과정도 중요하다고 봤다.

이 토론 과정을 통해 고객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얘기를 들음으로써 자신들이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제안된 아이디어들의 채택률은 1% 미만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토론 과정을 거쳐 각자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존중받고 있고 가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토론 단계를 통해 단순히 회사와 고객의 관계가 아닌 고객과 고객의 관계로 발전함으로써 사이트가 단순히 공동 창조 사이트가 아닌 고객 커뮤니티 사이트로 발전하게 됐던 것이다.
마지막 4단계인 검토 단계도 역시 고객의 아이디어를 스타벅스가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검토 단계에서는 선정된 아이디어들이 무엇인지, 안타깝게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사이트를 통해 연간 약 20만 개의 아이디어가 올라오고 그중 연간 약 70개의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실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 튀는 것을 방지하는 스플래시 스틱, 매장 내 와이파이 무료 사용 등의 아이디어다.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 ‘4C’ 전략
(사진)=스타벅스 실버카드는 카드 고유번호와 핀번호가 있어 스타벅스 앱에 등록하면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하다./한국경제신문DB

◆ 디지털 혁신 통한 고객 경험 변화

스타벅스에서 2011년 출시한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도 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이 앱은 2009년 출시한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프로그램을 확대 적용한 주문·결제·보상·개인화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것으로, 스타벅스 디지털 혁신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충전형 사용 방식의 이 앱을 통해 고객들은 매장 밖에서도 모바일로 주문하고 충전된 카드를 통해 쉽게 결제한다.

고객들은 구매할 때마다 포인트인 ‘별’을 받는다. ‘별’이 쌓이면 회원 등급이 높아져 가격 할인이나 쿠폰 혜택을 제공받고 이런 구매 이력과 장소·날짜 등이 쌓이면서 고객에게 개인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 앱의 가입자는 한국 260만 명, 미국 1600만 명 정도다. 미국 내 전체 매출의 25%는 이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충전카드에 충전된 금액은 미국 내에서만 약 1조원에 이른다.
스타벅스는 이 과정을 ‘디지털 플라이 휠’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플라이 휠’은 기계나 엔진의 회전속도를 고르게 하기 위해 쓰이는 바퀴를 뜻하는데 주문·결제·보상·개인화의 휠을 빅데이터와 자동화라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돌려서 탁월한 소비자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타벅스의 이 두 가지 전략을 4C의 관점에서 적용해 보면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는 공동 제작(Co- Creation)과 소통(Communication)이고 ‘스타벅스 앱’은 주문과 결제의 편의성(Convenience), 등급에 따른 할인이라는 의미에서는 통화(Currency)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물론 앱을 통한 개인화된 제안은 대화(Conversation)의 개념이 타당해 보인다.

코틀러 석좌교수의 4C 중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를 제외한 나머지 개념들이 적용되고 잘 실행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사실 공유경제의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제외하고는 일반 기업들이 공동체 활성화를 적용하기에는 아직은 어려워 보인다.

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운영체계 및 고객 경험을 변화시키는 것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얘기한다. 많은 이들은 이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한 기업을 스타벅스라고 지목하고 있다.

즉 스타벅스는 2008년 슐츠 의장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탁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던 대로 지금 4C를 통한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고객들과의 공동 제작을 통한 ‘참여의 경험’, 통화를 통한 ‘차별화된 혜택’의 경험, 편의성을 통한 ‘수월성(Hassle Free)의 경험’과 대화를 통한 ‘소통 및 개인화의 경험’ 등을 제공한다. 그 결과가 스타벅스의 거침없는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사례를 보면 조심스럽지만 코틀러 석좌교수의 4C가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코틀러 본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전통적 마케팅의 4P와 통합적으로 이해’라는 전제를 깔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