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흩어진 외부 자원 활용해 속도와 유연성 높이며 성장
‘기하급수적 기업’이 새 시대의 성장 모델이 된 이유
(사진) 김기현(왼쪽) 울산시장이 미국 로컬모터스 본사에서 스트라티에 탑승, 저스틴 피시킨 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많은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풍랑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격변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살림 이스마일 싱귤래리티대 초대 상임이사는 그의 저서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Exponential Organizations)’에서 이들 회사를 ‘기하급수적 기업’이라고 지칭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첨단 기술과 새로운 조직 구성 기법을 적극 활용해 기업의 영향력이나 실적이 동종업계 기업들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앞서는 기업을 의미한다.

우버는 자동차를 한 대도 보유하지 않고서도 시가총액이 650억 달러로 제너럴모터스(GM)의 500억 달러, 포드의 435억 달러를 넘어섰다. 에어비앤비는 객실 하나 소유하지 않고 세계 최대 호텔 체인 힐튼보다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기하급수적 기업이 동종 기업보다 월등한 성과를 내거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동력은 두 가지다.

첫째, 이들이 제공하는 상품의 일부가 정보화돼 있고 ‘무어의 법칙(일정 기간마다 컴퓨터 칩의 성능이 2배씩 늘어난다는 법칙)’을 적용받는다. 둘째, 기업의 주요 기능이 외부로 이전돼 이용자·팬·협력업체 또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장된다.

이러한 두 가지 동력은 한계비용 증가 없이도 엄청난 성과를 낸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는 기업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살림 이스마일은 이들의 특성을 11가지로 제시한다.

◆ 직원도 업무도 아웃소싱 활용

많은 기업들은 비전 선언문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나 이루고 싶은 꿈을 표방한다.

기하급수적 기업들은 기적에 가까운 것을 이루려고 하며 이에 공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고 문화 운동을 일으키곤 한다.

이들은 대부분이 ‘대대적 변혁을 일으키는 목적(MTP : 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을 추구한다. 세상을 바꾸거나 업계 전체를 바꾸려고 한다.

MTP는 회사가 일을 하는 이유, 존재 이유, 열망이 담겨 있다. 이런 열망은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외부인들의 참여를 고취한다.

구글의 MTP는 ‘세상의 정보를 조직화한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해결해야 하는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해 내는 팀에 기업의 협찬을 받아 상금을 주는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인류를 위한 근본적인 돌파구를 마련한다’라고 정했다.

구글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후원을 받아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창업 사관학교 싱귤래리티대는 ‘10억 명의 사람들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정했다. 이는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고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고객들과 외부인들은 자신들의 소비와 여러 활동이 더 크고 자랑스러운 어떠한 운동의 일부가 된다는데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자부심은 기업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이루게 된다.

과거에는 직원 수가 더 많다는 것이 차별 요소였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환경이 급변할 때는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조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정규 직원을 최소로 유지하면서 온라인 인재 플랫폼을 통해 ‘주문형 직원(staff on demand)’을 활용한다.

해외에서는 페이스북이나 링크트인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플랫폼, 프리랜서(freelancer)·오데스크(oDesk)·이랜스(Elance)·태스크래빗(TaskRabbit)·미캐니컬터크(Mechanical Turk)와 같은 인재 플랫폼이 활발히 이용된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업무도 아웃소싱한다. 기그워크는 스마트폰으로 지역과 업무 및 인력을 확인해 50만 명을 조달해 준다.

예를 들어 프록터앤드갬블(P&G)이 전 세계 월마트 매장에 자사 상품이 어떻게 진열돼 있는지 조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그워크를 이용하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몇 달러만 받고 월마트로 달려가 선반을 확인해 1시간 내에 결과를 알려준다.

어드바이저리 보드 아키텍츠는 최고경영자(CEO)를 대신해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평가 지표를 마련해 평가·관리해 준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업무를 수행할 때 커뮤니티와 크라우드를 활발히 이용한다. 또한 MTP를 통해 수많은 외부인을 끌어당겨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내부의 핵심 직원과 그들이 맺고 있는 네트워크·이용자·고객·과거 직원·공급업체·협력사·팬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유입하고 검증하고 학습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내부 직원들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져 기업은 더 가볍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

◆ 커뮤니티와 자동화 알고리즘 활용

2007년 개설된 커뮤니티 ‘DIY드론즈’는 회원이 5만 명 이상이다. 이들은 미군이 사용하는 프레데터 드론과 유사한 제품을 만들었다.

프레데터의 가격은 400만 달러이지만 이 커뮤니티가 만든 드론은 300달러에 불과하다. 성능은 프레데터의 98% 정도다. 커뮤니티를 만든 크리스 앤더슨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개적으로 일하면 적합한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들이 당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로컬모터스는 웹사이트에서 자동차 디자인 경연대회를 개최해 온갖 자동차 콘셉트를 수집한다. 100만 명의 커뮤니티 회원들이 투표로 우승작을 선정하고 그것을 제작한다. 제작할 때도 커뮤니티에서 피드백을 받아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한다.

차량을 소유하고 싶은 고객은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마이크로 팩토리에서 자동차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신차 개발비는 30억원, 제작 기간은 18개월이다. 업계 평균에 비해 비용은 1000분의 1, 개발 기간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크라우드는 커뮤니티 구성원보다 충성도가 떨어진다. 관리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발적 참여는 기업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창조와 혁신의 원천이 된다.

청바지 업체 거스틴은 자사의 제품 디자인에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다. 회사가 디자인을 제시하고 고객들이 그중 마음에 드는 것에 후원금을 낸다. 목표액에 도달하면 제품이 만들어져 후원자들에게 배송된다. 회사는 제품이 팔리지 않을 리스크나 재고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업무 처리와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고유의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구글이 최고의 검색엔진이 된 이유는 페이지 순위 결정 알고리즘이었다. 센서와 사물인터넷(IoT)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빅데이터의 양도 증가하고 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 작동에서부터 비행기표 가격 결정, 영화 흥행 예측, 카드 사기 방지 등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알고리즘에 의해 컴퓨터로 처리되고 있다.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기계 학습과 딥러닝 등 인공지능은 알고리즘 활용을 점점 일반화하고 있다.

매일 5만5000대의 트럭이 1600만 건의 주문을 배송하는 택배 전문 업체 UPS는 효율적인 배송 루트를 찾기 위해 모든 트럭들을 정보통신기술로 연결하고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연간 운전 거리를 1억400만km 줄였고 비용을 25억5000만 달러 절감했다.

◆ 소유보다 공유, 집단지성 활용에 적극적

기하급수적 기업들은 활동에 소요되는 자원과 자산(건물·설비·장치 등)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빌리거나 공유한다. 자산의 임차는 투자액을 줄이고 관리를 낮춰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 기업도 많이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자동차, 주거 공간, 공장, 원예 도구 등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기회가 늘고 있어 자산 임차가 필수화되고 있다.

미국은 각종 공작기계·3D프린터·장치·설비 등을 월 사용료 125달러에서 175달러 정도에 빌려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테크숍이 확산되고 있다. 전산 장비를 저렴하게 빌려 쓰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소유보다 접근을 중시한다. 호텔 체인 힐튼은 90년 이상에 걸쳐 전 세계에 61만 개 이상의 객실을 만들었지만 에어비앤비는 4년 만에 100만 개 이상의 객실을 제공하는 회사가 됐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경진대회 등을 통해 외부인들을 기업 활동에 참여시키는 네트워크 효과(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게 되는 현상)에 능하다.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업무에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외부인들이 기업 활동에 참여하면 충성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아이디어의 유입과 검증 및 크라우드 소싱이 가능해진다. 그들은 회사의 마케터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3D 두뇌 매핑 게임 아이와이어(2012년 설립)는 참여자들이 2차원 조각에 색칠을 해 3차원 조각을 만들면 자동으로 뉴런이 재현된다.

연구자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뉴런 한 개를 3차원으로 재현하는데 50시간이 걸리는데 일반인들을 게임에 참여시키며 700개 이상의 뉴런을 3차원으로 재현했다.

미국 자동차 정비 체인점 펩보이즈는 안전사고와 부상 및 절도가 자주 일어나자 엑소니파이라는 퀴즈 게임을 만들었다.

답을 맞히면 상을 주고 틀리면 추가 정보를 제공해 완전히 숙지시키는 테스트에 직원 95%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안전사고는 45%, 절도와 실수는 55% 줄었다.

상금을 내거는 경진대회도 외부인의 참여 유도에 자주 활용된다.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고 해결자에게 큰 상금을 제시하는 엑스프라이즈재단이 대표적이다.

안사리 엑스프라이즈(Ansari X Prize)는 재사용이 가능한 유인 우주선을 2주 안에 우주로 두 차례 발사시키는 비정부 단체에 10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퀄컴은 휴대용 의료 진단기를 이용해 의사 10명보다 더 나은 진단 결과를 내는 팀에 1000만 달러의 상금을 건 트라이코더(Tricoder : ‘스타트렉’에 등장한 휴대용 의료 진단기) 엑스프라이즈를 진행하고 있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원만 활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과 세상에 흩어져 있는 자원을 활용해 엄청난 성과와 성장을 이룬다. 그러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내부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