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재개발 구역 내 여러 부동산 소유했을 때 매매인에게 ‘설명’ 선행해야
재건축 구역 부동산 거래, 더 신중해야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재개발·재건축 구역 내에 있는 경매 물건을 낙찰 받거나 매수할 때는 경매 대상 물건의 소유자나 매도인에게 “정비구역 내에 이 부동산 말고 다른 부동산 물건을 소유하고 있나요”라고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이를 대놓고 물어보기 어렵다면 부동산중개사무소나 조합사무실에서 확인해 봐야 한다.

부동산의 소유자(경매에서의 채무자)가 그 경매 대상 물건 이외에 해당 정비구역 내에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여러 개의 부동산 중 어느 하나를 취득한 자는 독자적 조합원 자격이 없고 부동산의 종전 소유자(매도인)와 공동으로 조합원 자격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들 두 사람 중 대표 조합원을 선정해 조합원 권리를 행사하고 나중에 분양권도 1개만 나온다.
재건축 구역 부동산 거래, 더 신중해야
(사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3구역.(/한국경제신문)

◆부동산 거래의 필수 조건, ‘설명과 고지’

이는 공유 지분을 매수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하면 매도인이 소유한 구역 내의 다른 부동산과 신규 투자자가 지금 막 취득한 부동산을 전체로 합해 놓고 볼 때 그 재산 비율만큼 공유 지분을 취득한 셈이 된다.

이는 도시정비법 제19조 제1항과 제3호에서 ‘정비사업의 조합원은 토지 등 소유자로 하되 조합설립인가 후 1인의 토지 등 소유자로부터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양수하여 수인이 소유하게 된 때에는 그 수인을 대표하는 1인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경매로 낙찰 받거나 매매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사람은 통상적으로는 그에 따라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고 나아가 분양권을 인정받으려고 할 것이다.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다.

이런 부동산을 매수했을 때는 경우에 따라서는 착오나 사기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해 매매 대금을 돌려받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리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적용되는 것인데 소유자는 재개발·재건축 구역 안에 있는 자신의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전세를 줄 때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사업 진행 과정과 철거 시기를 설명해 줘야 한다. 이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소유자 개인에게 주어진 의무다.

즉, 도시정비법 제79조 제3항에서 ‘토지 등 소유자는 자신이 소유하는 정비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해 매매·전세·임대차 또는 지상권 설정 등 부동산 거래를 위한 계약 시에는

①해당 정비사업의 추진 단계 ②퇴거 예정 시기(건축물의 경우 철거 예정 시기) ③각종 권리 제한 사항 ④그 밖에 거래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거래 상대방에게 설명·고지하고 거래 계약서에 기재 후 서명·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에 따른 설명·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부동산 소유자가 이러한 설명·고지를 하지 않았을 때에는 매수인의 계약 취소가 더 용이해질
수 있다.

즉, 매도인이 2채를 가지고 있으므로 매수인의 독자적인 분양권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매도인이 설명하지 않았다면 착오 사기 등을 이유로 계약 취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공인중개사는 거래 시 중개 대상물에 대한 권리관계 및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나 이용상의 제한 사항을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공인중개사법 제25조), ‘소유자의 설명·고지 의무 사항’은 모두 공인중개사의 설명·고지 의무 사항이기도 하다. 소유자와 달리 공인중개사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자격정지나 과태료 등의 처벌 규정이 있다.

◆재개발은 ‘시가 보상’을 하지 않는다

실제 발생한 사례다. A 씨는 투자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 중소도시에 100억원짜리 건물을 샀다. 은행 대출을 끼고 투자할 때 은행이 투자 자문을 하면서 중개하기도 한다.

A 씨는 은행 자문과 함께 재개발 가능성에 관해 시청과 구청 담당자를 면담하고 공인중개사·회계사·세무사의 자문도 구했다. A 씨는 이 지역에 재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지, 만약 진행된다면 그 건물도 철거 대상이 될 것인지, 혹시라도 철거된다면 보상금은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했다.

해당 구역은 이미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었다. 이는 A 씨도 알고 있었다. 건물이 정비구역에 포함돼 있더라도 그 건물이 대로변에 접해 있고 상태가 양호하고 개발 이후에도 주변 경관과 어울릴 수 있을 정도라면 철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 철거될 수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를 결정했다. 철거 시 건물 보상금 예측이 주된 문제였다. 100억원을 주고 샀다가 보상금이 80억원이라면 엄청난 손해이기 때문이다.

위 사안에서 나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은행 자문단과 중개사·회계사·세무사는 ‘재개발이 되더라도 건물은 시가(時價)로 보상해 준다’고 자문했고 그 자문을 믿은 A 씨는 ‘건물이 철거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건물을 샀다.

하지만 그 자문은 틀렸다. 시가 보상은 ‘재건축’의 경우이고 ‘재개발’에서는 시가 보상이 아니라 개발 이익이 배제된 보상을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개별 공시지가에서 약간의 금액이 더해진 정도다.

중요한 사항에 관한 자문은 서면으로 받아야 한다. 구두 자문을 서면으로 달라고 하면 전문가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기저기 찾아보고 답해 준다. 잘못되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전문가 집단이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그들은 어디에선가 재건축 사례를 듣고와 그것을 A 씨에게 얘기해 줬고 이를 믿은 A 씨는 투자금만 손해를 본 것이다.

분양을 신청해 신축 건축물을 분양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A 씨에게 그리 매력적인 대안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 말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도 마찬가지다. 믿을 것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명시된 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