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거대 IT 기업 잇단 M&A 열풍…국내 100여 개 스타트업 ‘구슬땀’
스타트업, AI 업고 ‘4차 산업혁명’ 리더로 서다
(사진)이세돌(오른쪽) 9단이 지난해 3월 열린 구글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에서 첫수로 우상귀 소목에 흑돌을 두고 있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지난해부터 AI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에서 더 이상 기업의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타트업 또한 AI를 통해 국내 4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AI 스타트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의 ‘핫 이슈’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AI 스타트업 인수·합병이다. ‘알파고’로 전 세계에 AI 기술을 널리 알린 구글은 총 11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 밖에 애플·페이스북·인텔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AI 스타트업 인수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IT 전문 외신 ‘벤처비트’는 5월 29일(한국 시간) 리서치 회사 CB인사이츠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분기에만 총 34개의 AI 스타트업이 인수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절정에 다다른 AI 열풍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AI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인식되며 2011년부터 해외 거대 IT 기업들은 활발히 스타트업 인수에 나서 왔다”며 “워낙 많은 해외 스타트업들이 인수돼 인수·합병(M&A)을 원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찾는 알짜배기 스타트업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국내 대기업은 자체 기술 개발, 스타트업과의 협업 또는 인수를 통해 AI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AI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를 인수해 원천 기술 확보에 몰두했다.

올해 3월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빅스비’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출시되는 모든 가전제품에 빅스비를 탑재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스피커 형태로 AI ‘누구’를 출시했다. ‘누구’는 지난 5월 3일 기준으로 7개월간 사용자들의 대화량이 1억 건을 넘어섰고 판매량도 10만 대를 돌파했다.

정부 또한 AI 기술 개발에 관심이 높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2013년 5월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해 AI ‘엑소 브레인’을 만들었다. 이는 이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IBM의 ‘왓슨’과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 AI 산업 발전 수준은 아직 더디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지난 4월 발표한 ‘AI 플러스 시리즈-우리나라 AI 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AI 선진국과 한국은 약 2.4년의 기술 격차를 갖고 있다.

또 한국의 AI 논문 경쟁력은 세계 10위권 밖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AI 스타트업 육성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최종우 KOTRA 미국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은 “민간 부문의 AI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 AI 업고 ‘4차 산업혁명’ 리더로 서다
◆AI 열풍은 스타트업엔 ‘양날의 검’

AI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미 ‘알파고’ 열풍 이전부터 AI를 주목하고 있었다. AI라는 용어가 한국에서 생소하던 시절에도 이들은 생체 인식, 챗봇 개발,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AI를 적용하는 기술 개발에 몰두해 왔다.

지난해 알파고 대국으로 AI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정부 차원에서 제기되면서 AI와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스타트업들이 ‘AI 스타트업’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고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

AI 산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알파고를 제작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처럼 AI의 원천 기술을 만드는 기업들이 있다. 또 이들이 만든 기술의 공개 코드를 활용해 응용 분야를 찾는 기업이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대부분이 후자에 속한다. 스타트업 플랫폼 ‘데모데이’에 따르면 AI 범주에 속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100여 개다. 하지만 ‘AI 스타트업’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릴 수 없어 객관적 수치라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원천 기술을 만드는 기업은 10여 개의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숫자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대외적인 사업을 벌이는 대신 기술 확보에 몰두하고 있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AI 스타트업의 부흥 여부는 다수를 차지하는 응용 분야 스타트업의 사업성 확보에 달렸다고 말한다. 이병태 교수는 “스타트업들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응용 분야를 찾아내느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AI 스타트업들이 가진 고민들은 어떤 게 있을까.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AI 기술을 통해 어떻게 사업을 펼쳐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스타트업이 기술을 개발해도 사용처를 찾지 못해 구입을 주저하는 대기업과 기관들이 많다는 것이다.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AI 스타트업들에 대한 활발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계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반김과 동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AI를 키우기보다 정부 부처들이 서로 공을 차지하기 위해 앞서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행정적인 차원에서 부족한 면도 있지만 AI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관심이 일시적 현상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비즈니스는 숨겨진 알짜배기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보기 위해 ‘데모데이’와 함께 스타트업들을 만나봤다. 그 첫째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인 AI 스타트업들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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