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요즘 국내 주택 시장의 키워드는 ‘미니 신도시’와 ‘브랜드 타운’이다.
하나 또는 몇몇 민간 건설사가 지은 수천 가구의 아파트 브랜드들이 하나의 도시를 만들고 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도시계획사업(신도시)이 아니라 건설 업체들이 펼치는 ‘도시개발사업’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못지않은 주거·상업·문화 등 자족 기능이 가능한 인프라가 형성돼 있다. 인구 유입과 도시 개발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수익 창출이 필요한 건설사들이 만나 이상적인 주거 환경을 만들며 주택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 신흥 부촌으로…가격 상승폭 ‘高高’
몇 년 사이 주택 시장에서 보여준 미니 신도시 브랜드 타운의 활약은 대단하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신시가지로 자리 잡는가 하면 미분양이 속출하는 지방에서도 뜨거운 청약 열기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여기에 지자체와 민간 건설 업체의 주도로 개발계획을 추진한 만큼 주거·교통 인프라 형성이 빠르고 지구 내 계획된 아파트 물량만 공급됨에 따라 희소성과 투자 가치까지 지니고 있어 지역을 대표하는 신흥 부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현대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A13블록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2차’ 전용 84㎡는 4억8016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4억3250만원) 대비 5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었다.
1차의 같은 주택형 역시 4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이들 단지는 향후 공급되는 단지와 함께 8000여 가구에 달하는 힐스테이트 미니 신도시급의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1월 포스코건설이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분양한 ‘관저 더샵 2차’ 전용 84㎡는 지난 5월 3억1720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2억9580만원) 대비 2000만원 이상, 1차 전용 84㎡에도 2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었다.
관저 더샵 3차까지 분양 시 대전 관저 지구 내 3000가구에 달하는 더샵 브랜드 타운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들 아파트는 인근 타 단지에 비해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3000가구 미니 신도시급으로 조성된 브랜드 타운 ‘래미안 그레이튼(2009년 12월 입주)’ 전용 84㎡의 현재 시세는 11억4500만원이다.
이는 인근에 자리한 ‘역삼 아이파크 2차(2008년 12월 입주)’ 전용 84㎡ 시세인 10억2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높다.
미니 신도시 브랜드 타운의 성공은 지방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이곳들은 지금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로 거듭나 있다.
이곳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던 2004년을 전후해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미국 뉴욕의 ‘배터리파크시티’, 독일 ‘미디어파크’ 등을 본떠 사업이 추진됐다.
이 중 메타폴리스와 센텀시티는 정부의 개발계획에 따라 대규모로 사업이 진행됐다. 이 때문에 이 지역들이 성공할 것이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충북 청주 지웰시티는 예외였다. 민간 기업, 그것도 디벨로퍼(시행사)가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미니 신도시 브랜드 타운을 짓는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지역 인구가 100만 명도 안 되는 곳인데다 청주 시민의 ‘밥줄’로 불리던 대농그룹이 1997년 7월 외환위기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맞아 지역 경제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은 2007년 지웰시티(1차) 2164가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216실 분양을 시작으로 2012년 두산위브 지웰시티(2차) 1956가구를 분양했고 2016년 지웰시티 푸르지오(3차) 아파트 466가구가 오피스텔 50실의 분양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지웰시티는 초고층으로 구성된 4852가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백화점·쇼핑몰·학교·은행·병원·테마공원 등이 갖춰진 초대형 복합 단지로 완성됐다.
◆ 6월에만 3곳…대규모 브랜드 아파트
물론 지웰시티는 중간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했고 각종 법정 분쟁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청주의 대표 도시로 거듭났다.
지웰시티의 성공은 국내 주거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 왔다. 많은 건설사 및 지자체들이 미니 신도시급의 브랜드 타운을 짓기 위해 준비 중이며 6월에만 3곳이 분양에 나선다.
우선 GS건설은 6월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고잔신도시 90블록)에서 ‘그랑시티자이 2차’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최고 49층, 14개 동, 총 3370가구다.
지난해 1차 물량 4200여 가구는 최고 10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계약도 닷새 만에 완료됐다. 분양이 완료되면 수도권을 대표하는 대규모 자이(Xi)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도 6월에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R1블록에 주거용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송도 더테라스’를 분양한다.
지하 4층, 지상 49층 9개 동 전용면적 84㎡ 총 2784실 규모로 이뤄졌다. 기존 분양했던 힐스테이트 단지들을 비롯해 신규 단지가 순차적으로 공급되면 8000가구에 달하는 브랜드 타운으로 탈바꿈될 전망이다.
삼성물산도 같은 달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656 일대에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35층 29개 동 전용면적 59~136㎡ 총 2296가구로 구성된다.
삼성물산은 이곳에서 래미안 블레스티지, 래미안 루체하임과 함께 총 49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래미안 브랜드 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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