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요람 ‘대학 기업가센터’
창업펀드·선도대학 등 정부 지원 확대…서울대 학내 8개 창업보육센터 운영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 일자리이고 그중 청년 일자리 확대 방안을 최우선에 놓은 만큼 국내 대학들도 이에 합세하고 나섰다. 국내 대학들은 기존에 교육과 연구를 중심으로 상아탑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창업과 산학 협력의 요람으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실제 국내 대학들은 2011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통해 ‘창업 선도 대학’, ‘산학 협력 선도 대학’을 운영하며 캠퍼스 벤처(대학 창업) 활성화를 위해 팔 걷고 나서고 있다. 새 정부는 공공 일자리 확충 외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벤처와 스타트업 등 창업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창업지원펀드·엔젤펀드·모태펀드를 조성해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2일 국회에 제출한 ‘2017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청년창업펀드 5000억원, 창업기업융자 6000억원을 추가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창업 선도 대학 내 여성 전용 창업 지원을 위해 60억원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올해 160억원의 대학창업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5월 24일 ‘과학기술 기반 창업 중심 대학 시범사업’을 착수하겠다고 밝히며 창업 지원 의지를 보였다. 전국의 9개 대학은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대학 기업가센터’를 운영하며 린스타트업(짧은 시간 동안 제품을 만들어 성과를 측정하고 실패를 거듭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경영법)을 통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성공한 창업가를 길러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들 국내 대학들 중 국립 서울대를 찾아 ‘대학 창업’의 현주소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다. 국내 대학들은 청년창업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창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창업대학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나서 창업 관련 정책과 지원금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은 청년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3년부터 ‘대학 창업 교육 5개년 계획’을 시행하며 대학 창업 교육 생태계를 조성해 왔다.
이들 부처는 대학 내 창업 융·복합 전공과목을 개설하고 석·박사과정을 운영하는 등 대학 내에서 창업 교육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창업 자금, 보육센터 공간 제공, 경진 대회 등도 지원한다.
자금 지원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교육부는 지난 4월 6일 대학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대학 창업 펀드 조성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뛰어난 창업 아이템이 있어도 자금이 없어 창업에 도전하기 어려웠던 점, 우수한 대학 창업 기업이 있어도 민간투자를 이끌어 내기 어려웠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최초로 기획한 사업이다.
대학과 동문 등 민간이 25%, 정부가 75% 출자해 160억원 규모의 펀드로 조성되고 이 중 75%는 대학 내 창업 기업에 투자된다.
중기청은 2011년부터 ‘창업 선도 대학 육성 사업’을 시작하며 대학 내 기술 창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초기 우수 창업자를 발굴해 사업화하는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현재 우수한 인프라와 액셀러레이터 역량을 갖춘 창업 선도 대학은 올해 8곳이 추가돼 40개가 운영 중이다. 중기청은 이들 창업 선도 대학에 실전 창업 교육, 특화 프로그램, 창업 기업 발굴 및 육성 등을 위해 연평균 23억원 정도를 지원한다. ◆ 전국 9개 대학, ‘대학 기업가센터’ 운영
중기청 산하 창업진흥원은 전국 9개 대학의 ‘대학 기업가센터’를 지원해 왔다.
9개 센터는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서강대 ‘서강기업가정신센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카이스트 ‘기업가정신연구센터’, 포항공과대 ‘기업가센터’,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센터’, 이화여대 ‘기업가센터’, 인하대 ‘기업가센터’, 영남대 ‘기업가센터’다.
대학 기업가센터는 사업 아이템 개발부터 육성, 사업 자금 및 정책 지원, 멘토링, 네트워크 등 창업에 필요한 요소들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한다. 이들은 각 대학별로 특징을 살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서강기업가정신센터’는 전공에 관계없이 누구나 학부 5학기부터 ‘스타트업 연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창업을 전공과목으로 수강하며 이론과 실전을 통해 스타트업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또한 ‘기업가 정신의 날’을 정해 창업 경진 대회 수상 및 교내외 기업가들과 네트워킹 시간을 갖는다. 스타트업 오디션과 창업 캠프를 열어 동문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생생한 경험담을 전하는 멘토링, 투자 등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
카이스트 ‘기업가정신연구센터’는 미국 암벡스벤처그룹 이종문 회장의 기부와 당시 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2004년 10월 설립됐다.
2014년 창업 관련 학위 과정을 신설했고 해외 벤처기업과 연계해 글로벌 창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미국 매캘런 지역 간 기술 및 경제 협력, 글로벌 인턴십, 글로벌 창업 경진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는 기술 창업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 ‘테크노경영’을 운영한다. 공학 지식과 기업가적 역량을 겸비할 수 있도록 공대생 필수 강좌로 개설했다.
10만원 아이디어 프로젝트, 한양장터, CEO캠프를 통해 매년 1200여 명의 수강생이 배출되고 200여 개의 창업 아이템이 발굴됐다.
또한 국내 최초로 동문 CEO 양성 프로젝트를 기획해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410명의 수료생 중 220명이 창업에 성공했고 총매출액은 2016년 2월 기준으로 826억원에 달한다. (사진)=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와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가 개최한 '비더로켓' 시즌3 론팅데이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제공
◆ 1세대 벤처기업가, 서울대 출신 최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의 절반 정도는 서울대·카이스트·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 출신이다. 이 중에서도 서울대 출신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정주 넥슨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벤처 1세대,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다.
서울대는 학생 창업 동아리 활동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많다. 서울대 학생 벤처 네트워크(SNUSV)는 1997년 창설된 동아리다. 미국 스탠퍼드, 홍콩 과기대 등 유수의 해외 창업 동아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동 중이다.
송병준 게임빌 대표가 초대 회장으로 활동했고 2기 이비호 이투스 창업자, 3기 조세원 워터베어소프트 대표 등 동문 벤처기업의 수는 60여 개다.
서울대는 벤처투자가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으로도 꼽힌다. 한국경제신문이 2014년 중소기업청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팁스(TIPS)에 참여한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 9곳을 대상으로 2012년 이후 투자 기업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가 21곳(20.3%)이었다.
카이스트는 12곳(11.6%), 연세대 9곳(8.7%), 고려대 7곳(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네 개 대학은 젠체의 47.4%를 차지한다. 뒤를 이어 한양대(6곳)·포항공과대(4곳)·세종대(4곳)·서강대(3곳)·아주대(3곳)로 조사됐다.
서울대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성공한 벤처 1세대들 중 서울대 출신이 많고 이 같은 동문 창업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또 다른 스타트업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창업 교육뿐만 아니라 선배 창업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은 멘토링은 대학 창업을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발전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업 초창기에 자금난을 겪는 이들이 많은데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은 동문 창업가들이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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