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및 규모가 관건…한국도 ‘금리 인상’ 따라갈까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올 하반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6월 Fed 회의가 끝나자마자 미국 학계와 월가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보유 자산 매각이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의 규모로 추진될 것인가’ 여부다.
Fed가 금리 인상과 별도로 보유 자산 축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향후 금리 인상 과정에서 급증하는 이자 부담으로 최종 대부자로서의 정책 신뢰성이 훼손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간 240억 달러에 달하는 Fed의 이자 부담이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최소 400억 달러에 육박해 Fed 수지가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자산시장 거품도 보유 자산 축소 요인
Fed는 정책 금리가 인상될수록 지급 이자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보유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중앙은행 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국면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출구전략은 정책 금리 인상보다 보유 자산 축소에 더 우선순위를 둬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미국 학계와 월가의 시각이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최근 불거지는 주식 등 자산시장에서의 거품 우려 역시 Fed가 보유 자산을 축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는 거품 우려가 높아졌다.
주가수익률(PER)과 주당순자산배율(PBR) 등 전통적 평가 기법으로 분석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현재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고평가 국면에 진입했다. 수익률 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Fed의 가치 모형(FVM)을 통해 평가해 보더라도 S&P500의 선행 이익률이 국채 10년물 수익률 대비 약 2.2배 수준으로 금융 위기 직전인 2.1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6월 Fed 회의가 끝나자마자 보유 자산 축소 시기와 방식, 규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 Fed가 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3월 Fed 회의 직전만 하더라도 내년 1분기 중 보유 자산 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봤지만 5월 설문 조사에서는 약 40%가 올 4분기 중에 시작될 것으로 조사됐다. 6월 Fed 회의가 끝나고 난 이후에는 9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Fed 멤버는 시장에서 내다보는 6월과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 올 연말 정책 금리는 1.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올해 말 보유 자산 축소 정책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9월 또는 10월 Fed 회의에서 세부 실천 방안을 확정해 사전에 공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금리 인상 충격 대비해야
보유 자산 매각 방식에 대해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구체적으로 먼저 만기 도래분과 조기 상환분에 대해 재투자 규모를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로로 축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을 비롯한 Fed가 강조하고 있는 정상화 원칙만을 토대로 최종 자산 규모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 위기 이후 변화된 경제 여건과 통화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Fed가 자산 축소를 개시하더라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인 1조1000억 달러 내외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Fed 연구원이 내부적으로 검토한 예상 경로를 보면 보유 자산은 2018년 26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해 만기 도래 자산이 430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Fed가 옐런 의장이 언급한 대로 점진적 형태로 자산 규모를 축소해 나간다면 시장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매각이 본격화되면 월가를 비롯한 시장과 신흥국은 과거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출구전략을 언급할 당시 발생했던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과 같은 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테이퍼 탠트럼은 출구전략이 추진되면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신흥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 놓여 있고 ‘학습 효과’로 충격 정도는 1차 테이퍼 탠트럼 당시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Fed도 보유 자산 축소를 시작하더라도 과거 테이퍼 탠트럼과 같은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사전 의사록과 시장과의 소통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시기, 축소 방법, 최종 잔액 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과거 긴축발작과 같은 시장 충격이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Fed가 출구전략(양적 완화 중단→금리 인상→보유 자산 매각)의 최종 단계인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미국 제외 선진국도 마찬가지)은 한 단계 늦은 금리 인상을 불가피하게 추진해야 자금 이탈 등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가계 부채가 1360조원에 이르고 부동산 등 자산 거품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우리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가능성이 높다. Fed가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 2013년 당시와 달리 테이퍼 탠트럼에 따른 충격보다 우리 내부적으로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충격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정책 당국자와 우리 국민은 이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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