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Ⅰ 2017 하반기 재테크 전략 - 주식]
달러화 약세기조 “한국 가장 매력적”…반도체·이머징ETF 유망
“코스피 연내 2600…내년 하반기까지 강세”
(사진)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또다시 최고가를 경신한 코스피 지수를 지켜보고 있다. /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12일을 기준으로 국내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2347만2085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318만2402)보다 28만9683개(1.24%) 늘어 역대 최대치다. 올 들어 매달 5만8000개 정도의 주식계좌가 새로 생기고 있는데 한국 인구를 대략 5000만 명 수준으로 본다면 2명당 1명꼴로 주식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주식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6명에게 ‘다시 찾아온 주식의 시대, 재테크 전략’을 물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 리서치센터장,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 이에 답했다. (가나다 순)

◆청신호 켜진 ‘코스피’, 올해 2600 간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6월 15일 기준금리를 0.75~1.00%에서 1.00~1.25%로 0.2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당장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최고가 행진을 이어 가던 코스피 역시 주춤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6월 14일 2387.10으로 장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 하루 만인 6월 15일 2350대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경기 회복세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굴곡은 있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무리 없는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강세장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투자 붐으로 매우 강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내수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기저효과 등으로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도 센터장은 “보수적인 추정치로도 코스피 2600선 달성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올해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6%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이익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승세는 최소한 2018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센터장들 대부분의 의견이다. 조용준 센터장은 “2019년 상반기까지 순환적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증시 역시 2019년까지 중·장기 환골탈태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코스피 낙관론에 힘이 실리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기 개선에 따른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윤지호 센터장은 “경기 개선으로 투자 사이클이 본격화된다면 ‘불 마켓(장기간에 걸친 상승장)’의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김재중 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보다 물가 전망과 Fed 위원들의 적정 금리 전망을 나타낸 점도표 변화 여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Fed의 물가 전망과 점도표가 완화된다면 점진적인 통화 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 코스피 추가 상승 시도도 가능하다.

◆글로벌 이머징, ‘한국’이 가장 매력적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일반적으로 달러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말 103 부근에서 올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다. 6월 15일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96.92를 기록하며 ‘달러 약세’ 기조를 이어 가는 모습이다.

양기인 센터장은 “환율은 기본적으로 상대국 통화와의 교환 비율을 나타낸다”며 “최근 들어 유럽의 시스템 리스크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신흥국의 구매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달러는 완만한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의 달러화 약세 기조에 따라 재테크 전략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투자처가 ‘이머징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매력 있는 시장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6월 13일 발표한 ‘5월 중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조사’ 결과 지난 4월 말(2205.4) 대비 6월 9일 종가(2381.7) 기준으로 코스피의 상승률은 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국의 파이낸셜스톡익스체인지(FTSE)100은 4.5%, 일본의 닛케이225는 4.3%, 독일의 닥스(DAX)는 3.0%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인도 센섹스(4.5%), 터키 이스탄불증권거래소(ISE)100(4.5%) 등 신흥국 증시와 비교해도 눈에 띈다.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글로벌 증시에 상장된 ‘이머징 상장지수펀드(ETF)’다. 그런데 브라질·중국·인도 등 신흥국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국가들 중에서도 지금과 같은 높은 상승세를 주도하는 것은 결국 ‘한국’이고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IT·반도체 업종이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투자자들로서는 유가증권시장에 직접투자하는 게 나을지, 이머징 ETF에 투자하는 게 나을지 한번쯤 고민해 볼 법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좋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센터장들의 선택은 국내 반도체 업종이 간발의 차로 우세했다. 4명이 ‘국내 반도체 업종 투자’를 꼽았고 2명이 ‘이머징 ETF’를 꼽았다.

조용준 센터장은 “이머징 시장 내에서 펀더멘털 안전지대로 한국의 차별화 논리가 급부상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반도체를 위시한 국내 IT 업종이 관련 변화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핵심 반도체 업종에 집중하는 전략이 보다 유효한 투자 대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인 센터장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고려하면 현재 공급 부족 상황에 직면한 반도체 업종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용욱 센터장은 “현재 주요 자원 수출 신흥국들의 기업 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턴어라운드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달러가 피크아웃(정점 통과) 되면 이와 같은 강세 폭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영향을 고루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업종 고유의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이머징 ETF가 더 매력적이라고 조언했다.
“코스피 연내 2600…내년 하반기까지 강세”
◆흔들리는 FANG, IT·반도체주 ‘투자 기회’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FANG’과 ‘MANT’다.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영문 앞 글자를 딴 ‘FANG’과 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테슬라의 영문 앞 글자를 딴 ‘MANT’는 미국 IT 대장주 8개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주가가 요동치며 ‘IT주가 조정 국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6월 9일 미 나스닥 시장에서 이들 FANG의 주가가 일제히 3% 넘게 급락했고 애플 역시 이틀 동안 주가가 6% 급락한 것이다.

국내 증시 역시 지금과 같은 상승장을 주도하는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IT 대장주’들이다. 글로벌 IT 대장주의 하락세가 국내 증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코스피 주도주는 IT와 반도체 업종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국 기술주의 급락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에 비해 국내 IT 기업들은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지 않다. 국내 증시는 지난 6개월간 별다른 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가에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IT 업황 전망이 긍정적인데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스피 내 시총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를 제외하면 추가 상승을 기대할 만한 업종이나 종목이 적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 낙수효과’가 실종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윤희도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절대 주가 수준이 높다 보니 혼자만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상승 업종과 종목이 다양화되고 있어 전반적인 경기 회복을 반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월 13일 종가 기준으로 올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는 26% 상승했는데, 코스피200 종목 중에서 삼성전자보다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이 50종목 가까이 된다는 것이 그 근거다. LG이노텍과 LG전자가 70% 가까이 올랐고 삼성중공업·롯데쇼핑도 4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용욱 센터장은 “지난 5월 이후 비(非)IT 업종들의 실적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특히 제약·바이오와 디스플레이 업종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증시의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주주 친화 정책 강화’ 등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연기금과 자산 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다. 이 제도가 안착되면 그동안 한국 증시 저평가의 요인으로 지목됐던 국내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 등이 해소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다.

◆이제는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윤희도 센터장은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기미가 발견되고 있다”고 답했다. 2013년 이후 지배구조 및 주주 환원에 대한 실망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물 비율을 벤치마크(MSCI 신흥국 지수) 중립 수준인 14.7%보다 훨씬 낮은 10%까지 줄였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한국물 편입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이 수치가 11.4%까지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립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국내 증시에 외국인 매수 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김재중 센터장은 “그동안 한국 시장이 글로벌 주요 시장과 대비해 밸류에이션이 낮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배당수익률”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가들이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스피 저평가 완화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양기인 센터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활성화, 분기 배당 확산 등은 배당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해마다 6월과 12월 거래소에서 발표하는 배당주지수의 정기 변경 때 신규 편입되는 종목이나 배당성장지수와 고배당지수에 동시 편입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코스닥도 반등세, 유망 업종은?

코스닥도 서서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코스닥은 6월 14일 671.59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코스닥과 중소형주의 반등세 또한 기대해 볼 만한 것일까.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새 정부는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기업의 투자 확대로 중소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새 정부의 공약이 4차 산업혁명 기술 육성과 중소기업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IT 업종의 비율이 35%에 달하는 코스닥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테스 등 반도체 부품 업종과 셀트리온 등 바이오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추천했다.

윤지호 이베스트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도 대형주 위주의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중소형주에 눈길을 주는 이유는 하나”라며 “2015년 이후 아직까지 코스닥과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만큼 상승 여력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