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적 기업’ 되려면 내부와 외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와 ‘대시보드’ 필수
[한경비즈니스 칼럼=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기하급수적 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세상에 흩어져 있는 자원을 활용해 엄청난 성과와 성장을 이뤄 낸다.
기업이 기하급수적 성장을 지탱해 내려면 내부 운영이 매우 견고하고 정확하며 세밀하게 조정돼야 한다. 사업 철학에서부터 직원들의 상호작용 방식, 성과 측정 방식, 업무 방식, 리스크 대응 방식, 활용 기술 등 여러 면에서 일반 기업과 차이를 보인다. (사진)= 서울 중구 명동 프리스비 명동점에서 한 고객이 애플의 아이폰7 시리즈를 시연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외부와 내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하급수적 기업은 방대한 자원을 걸러내 적시에 적절한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화한 것이 바로 인터페이스다.
미국 자동차 회사 로컬모터스(Local Motors)가 자동차 디자인 경연대회를 개최해 100만 명의 커뮤니티 회원들이 투표로 우승 작을 선정하는 과정을 수작업으로 한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인터페이스는 외부의 풍요로운 자원을 필터링하고 매칭해 가장 적절한 사람이 적시에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예컨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주최했던 한 알고리즘 경진대회에는 4만 개 이상의 작품이 제출됐다.
인터페이스를 통해 필터링하고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점수를 매겨 업무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화하고 오차 범위도 줄일 수 있었다.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서도 기업을 성장시킨 토대가 된 것이다.
기업은 다양한 활동을 처리하는 과정을 초기에는 매뉴얼로 만들고 이를 알고리즘으로 전환해 점차 자동화한다. 이런 자동화 프로세스는 플랫폼이 되고 점차 자기 공급적 플랫폼이 된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고 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애플의 앱스토어다. 앱스토어에는 수백만 명의 개발자들이 수백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공급하고 수백억 회의 다운로드가 이뤄진다.
우버의 중요한 인터페이스는 이용자들이 운전사를 찾고 고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용자의 위치에 맞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최적의 운전사를 찾아내 주는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테드는 스스로 참여한 사람들이 번역한 자막을 영상에 붙여주는 인터페이스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와 크라우드가 공급해 주는 자원(번역문)을 통합 관리한다.
기그워크는 사이트에 가입한 주문형 직원들이 시간이 있을 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간단한 일을 받아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주문형 직원들이 제공하는 노동의 공급량과 고용주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의 수요량을 조절한다.
인터페이스는 그것을 개발한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유한 지식재산이 되고 상당한 시장 가치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기하급수적 기업은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쏟으며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 사고를 적용하기도 한다. 인터페이스는 기하급수적 기업의 가장 두드러진 내부 운영 메커니즘이 될 때가 많다.
◆ 성과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대시보드
인터페이스를 통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입수하면 측정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측정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대시보드(측정 계기판)도 필요하다.
음악과 음향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포커스앳윌(focus@will)은 회사 실적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거의 모든 측면을 계량화해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포커스앳윌은 총 이용자 수, 전일 신규 방문자 수, 전일 신규 방문자 중 신규 가입한 이용자 비율, 총 현금 수입, 지난 30일간 현금 수입, 전일 현금 수입 등을 매일 측정해 관리한다.
직원들의 성과 측정도 마찬가지다. 일정 기간별로 이뤄지는 복잡한 업적 평가 대신 ‘목표와 핵심 결과(OKR)’라는 간단한 시스템을 활용한다.
OKR에서 목표(O)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며 핵심 결과(KR)는 ‘내가 그 곳으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OKR은 개인이나 팀 또는 회사 전체에 대해 적용되며 이는 목표와 결과를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추적하게 해준다.
OKR은 구글뿐만 아니라 링크트인·징가·트위터·페이스북 등 여러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OKR은 대개 연단위로 설정되는 핵심 성과 지표(KPI)를 달성하는 수단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올해 KPI가 ‘매출 이익 30% 증가’라고 주어졌다면 3분기의 목표는 ‘신규 고객 확보’, ‘기존 고객 사용량 증가 유도’, ‘영업비용 절감’ 등으로 설정된다.
핵심 결과는 3분기 내에 ‘신규 고객을 30명 확보한다’, ‘기존 고객 사용량을 20% 늘린다’, ‘영업비용을 15% 절감한다’는 식으로 정해진다. OKR을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성, 빠른 피드백, 공개성이다.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회사와 팀 및 개인의 성과를 계량화해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한다.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작은 실수도 금세 아주 큰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시보드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으면 기업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지표에 집중해 초점을 잃거나 직원들에게 엉뚱한 성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티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다./ 구글 제공
◆ 실험을 통한 업무 수행
기하급수적 기업은 다양한 전제들을 테스트하고 끊임없이 실험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실험을 통한 업무 수행은 마치 창업 기업이 업무를 실행하는 것과 같은 ‘린 스타트업’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린 스타트업 철학은 쓸데없는 과정을 제거하고 본질에 집중하자는 도요타의 ‘린 생산’ 방식에 근거한다. 가장 중요한 철학은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면서 쓸데없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린 스타트업 방식은 먼저 고객의 욕구를 조사한 다음 제안된 상품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지 실험해 본다.
이후 “상품이 고객의 욕구에 적합한가”, “고객의 문제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비용은 무엇인가”, “우리는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가 아니면 완전히 바꿔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제품을 개발한다. 실패한 상품을 초기에 알아내 최소 비용으로 짧은 기간에 제품이 만들어진다.
애플이 첫 소매점을 열 때도 린 스타트업 방식이 활용됐다. 당시에는 전자 회사가 소매점을 여는 것은 리스크가 상당히 큰 일로 여겨졌다.
애플은 의류 회사 갭의 전임 최고경영자(CEO)와 대형 유통 업체 타깃의 전임 판매담당 부사장을 고용해 일을 맡겼다. 두 사람은 새로운 상점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다음 테스트를 진행했고 고객 데이터와 피드백에 맞춰 상점을 다시 설계했다.
애플은 충분한 검증이 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 후 2001년 첫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실험을 중시하는 린 스타트업 접근법이 만능은 아니다. 경쟁 업체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고 디자인 사고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새 버전을 내놓기 쉬운 소프트웨어나 정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환경에서만 작동될 수 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구글은 어느 한 제품이 목표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래서 자원을 다른 쪽에 쓰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면 그 제품을 즉시 폐기한다. 그에 대한 비난은 거의 받지 않고 빠르게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직원들의 경력에도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실패나 실수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상업적·윤리적·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움직였다면 그리고 예전의 실수를 반복한 것이 아니라면 실수나 실패를 용인하고 축하한다.
재택근무에서 유연 근무제, 수평적 조직, 가상 조직에 이르기까지 직장 내에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추세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중간 관리 층을 두고 관리하는 전통적인 조직 체계보다 다양한 팀원들이 각자 큰 권한과 재량권을 가지고 스스로 조직화해 나갈 수 있게 허용한다.
자율성과 분권화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이유는 높은 수준의 지식을 지닌 고객들이 기업에 즉각적인 서비스와 대응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자신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곧장 제품 후기 사이트로 달려가 불평을 남기곤 한다. 비판적이고 바라는 것이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키려면 일선 직원들이 충분한 권한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할 수밖에 없다. (사진)= 미국의 온라인쇼핑몰 사이트인 자포스닷컴의 직원들이 토니 시에 최고경영자의 강연을 듣고 있다./한국경제신문DB
◆ 자율성 부여와 소셜 네트워크 활용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통제하지 않고 무조건 풀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율성이 부여되는 만큼 책임의식은 더 커진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갖는 권한과 재량권의 크기가 실력에 의해 정해진다. 이런 기업은 수직적이고 위계적이기보다 수평적이고 네트워크적인 특성이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위계질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조직에서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동료들로부터 인정받는 정도에 따라 위계질서가 형성된다.
실력에 상관없이 단지 어떤 직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서 더 큰 책임을 부여받기보다 어떤 일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부여받는 것이다.
신발 및 의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인 자포스는 상담 직원들에게 전권을 준다. 스스로 재량권을 발휘해 전통적인 고객 서비스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독려한다.
이 회사에는 고객 응대 매뉴얼이나 직무표준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극도로 고객 지향적이고 자율성이 강한 이 회사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회사가 돈을 주고 그만두게 하고 있다.
게임 업체인 밸브소프트웨어는 직원 수가 400명이지만 전통적인 관리 구조나 보고 계통, 직무 명세서, 정기회의 등이 없다. 이 회사는 재능 있고 혁신적이며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직원들을 뽑아 일을 맡긴다.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회사의 미션에 적합하기만 하다면 어떠한 프로젝트라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1970년 설립된 미국의 토마토 가공업체인 모닝스타에는 관리자가 없다. 모든 직원들이 독자적으로 직무 책임을 정하고 설비 구매 의사결정도 하고 있고 독자적으로 혁신을 추진한다.
직원들은 개인의 책임 범위를 정할 때 동료들과 협상해 양해각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 업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동료가 양해각서를 받아들여야만 효력이 발생되고 보상의 수준도 동료들이 정하게 한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독자적으로 일하기보다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내는 곳이 많다. 협업의 범위는 회사 내부에 국한되지 않고 협력업체, 고객, 일반 대중, 심지어 경쟁자에까지 확대된다.
소셜 네트워크 기술 활용에도 능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플랫폼과 기술은 물론 원노트·아사나·슬랙과 같은 협업 소프트웨어도 포함된다.
소셜 네트워크 기술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직장 환경이 점점 디지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손쉽게 협업할 수 있게 해준다.
소셜 네트워크 기술이 활용되면 대화가 실시간으로 보다 현실감 있게 이뤄지고 이에 따라 의사결정이 빨라지며 신속한 학습이 가능해진다. 또한 동료들 간에 업무 성과를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피드백할 수 있게 된다.
140자 이상의 글자를 사용해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 미디엄은 업무 성과가 훌륭한 직원에게 온라인상에서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정 직원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면 모든 임직원이 그것을 알게 된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파이의 직원들은 사내 소셜 플랫폼에서 서로에게 유니콘을 주고 회사는 매달 유니콘 숫자에 비례해 보너스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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