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대박 기업의 비밀 -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넘어 항체 신약으로 세계시장 석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뚝심 '글로벌 톱10' 간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저성장 시대에도 ‘흑자 경영’으로 주목받는 기업은 존재한다. 잘되는 기업은 뭐가 다를까. 흑자 경영의 성공 사례, 이번 주인공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셀트리온이다.

◆역발상 전략으로 위기 극복

‘셀트리온의 15년’은 생명공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극복한 창의와 도전의 역사다. 넓고 큰 세상을 향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제 ‘글로벌 톱10 바이오 기업’을 목표로 묵묵히 발걸음을 이어 가고 있다.

셀트리온은 2000년 새해 첫날 서 회장의 사업 구상을 통해 탄생했다. 대우그룹 해체로 실업자가 된 서 회장은 창업 멤버들과 인천 연수구청 벤처센터에 넥솔을 설립한 이후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국가 산업의 미래는 결국 생명공학 분야에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2002년 2월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서 회장은 KT&G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간척 사업 중이던 인천 송도신도시에 9만2958㎡의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서 회장은 2002년 6월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의 자회사인 백스젠과 함께 VCI(VaxGen-Celltrion Incorporation)를 설립하고 이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했다. 서 회장은 초기에 선발한 직원들을 VCI에 파견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 및 품질관리 노하우를 익히도록 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2004년 첫 위기가 닥쳤다. 에이즈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3상 임상 시험이 모두 실패하면서 셀트리온의 생산계획도 무산된 것이다.

출범 이후 최대 위기였지만 서 회장은 파격적인 계획으로 위기 때 오히려 승부수를 뒀다. 1공장과 2공장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보통 연구·개발을 먼저 시작해 개발한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받고 이후 판매에 돌입해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성장해 나간다.

반면 서 회장은 생산 설비를 먼저 갖춘 후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을 통해 선진 기술을 익히고 노하우를 축적, 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역발상 전략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은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서 회장은 그 꿈을 현실로 이뤘다. 셀트리온은 2005년 6월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판매하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CMO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셀트리온은 2005년 7월 5만 리터 규모의 1공장을 준공하는 한편 2006년 9만 리터 규모의 2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BMS가 셀트리온을 선택했던 이유는 공장을 설계할 때부터 까다로운 글로벌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세계 수준의 생산 설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이후 눈앞의 이익보다 품질관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신뢰를 쌓아 갔고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설비 승인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램시마, 유럽 점유율 41% 달성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뚝심 '글로벌 톱10' 간다
(사진) 연구소 및 생산 설비 투어를 진행 중인 서정진(왼쪽) 셀트리온 회장. /셀트리온 제공

“남의 것만 계속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내 것을 만들 것인가.” 창업 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뒀던 서 회장은 2009년 두각을 보이던 CMO 사업 대신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2세대 항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은 1세대 단백질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분자구조가 복잡해 고도의 바이오 기술이 없으면 개발하기 어렵고 막대한 글로벌 임상비용이 소요된다. 대부분의 국가에 바이오시밀러 허가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러모로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였다.

이오시밀러의 개념 자체가 생소했고 생명공학 분야에서 낮은 국가 지명도와 기업 인지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일부 국가의 비협조적인 태도, 까다로운 임상 환자 모집 등 수많은 난제로 글로벌 임상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서 회장은 전사적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임상 환자 모집의 난제를 하나씩 직접 해결했다. 임상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아이디어로 임상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보다 참신하고 효율적인 임상 설계 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썼다.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셀트리온의 미래를 확신한 싱가포르의 테마섹은 2010년 셀트리온에 2080억원을 투자했다. 결국 램시마와 허쥬마의 글로벌 임상 시험은 유럽·브라질·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서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한국의 생명공학 회사가 글로벌 임상을 완수한 것은 셀트리온이 처음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램시마의 제품 허가를 결정했다.

셀트리온은 2012년 8월 한국에서 램시마를 첫 출시했고 이듬해에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14년에는 캐나다·일본·터키에서도 제품 허가를 받았다. 2014년 1월엔 글로벌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식약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15년엔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 램시마가 두각을 보였다. 램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이 같으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장점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처방 환자 수가 6만 명을 넘어섰고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램시마의 올해 유럽 시장점유율은 41%다. 램시마는 지난해 세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램시마는 현재 세계 80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서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낸 셀트리온 기업 경쟁력의 핵심 가치는 ‘세계 제일주의’”라며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항체 신약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약력 : 1957년생. 1983년 건국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3년 삼성전기 입사. 1986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1992년 대우자동차 상임고문. 2002년 셀트리온 대표이사 회장. 2015년 3월 셀트리온 회장(현).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