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FOCUS-물류혁신 이룰 블록체인]
물류 가시성·비용 절감으로 ‘4차 산업혁명’ 앞당겨
블록체인이 만드는 '물류판 4차 산업혁명'
(사진)1월 27일 부산항 신항 부두에 접안한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연합뉴스)

용어 설명
블록체인 : 일명 ‘공공 거래 장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가상 화폐로 거래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주며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를 위조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금융업뿐만이 아니라 물류·제조·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전통적 산업인 ‘물류’와 최첨단 기술인 ‘블록체인’이 만났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발표한 ‘미래 보고서 2050’을 통해 미래를 바꿀 기술로 ‘블록체인’을 꼽았다. 블록체인이 사회 전반에 도입된다면 우리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물류 산업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이 만드는 '물류판 4차 산업혁명'
◆세계 1위 머스크, 블록체인 본격 시동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물류의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주요 타깃인 중소형 화주가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핵심 기술들이 어떻게 물류에 접목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블록체인’은 물류에 새로운 화두가 됐다. 블록체인이 좀 더 효율적으로 물류 시스템을 관리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류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선사 1위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미국의 IBM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동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IBM은 자사가 주도하는 오픈 소스 플랫폼 ‘하이퍼레저(Hyperledger)’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여기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네덜란드 관세청 등 해운·물류 과정에 연관돼 있는 다수의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해운 및 물류 업계 또한 블록체인 도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SK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SK C&C는 서비스 모델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마련했다.

SK C&C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오픈 소스 기반의 핵심 소프트웨어와 ID 인증·문서·포인트 등의 공동 서비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통합된 개발과 운영 환경을 제공
하고 업무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신속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SDS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적극적으로 몰두해 왔다. 6월 말 열린 유럽 최대 핀테크 행사에서 자사의 블록체인 사업을 발표했는데, 유럽 관계자들에게 블록체인의 상용화 사례로 큰 관심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향후 물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해운 물류업계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물류의 ‘가시성(visibility)’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시성은 화주에게 수송을 맡긴 화물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어디로 수송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만드는 '물류판 4차 산업혁명'
(사진)홍원표 삼성SDS 사장이 유럽 최대 글로벌 핀테크 콘퍼런스인 ‘머니 20/20 유럽’에서 6월 27일 ‘블록체인의 상용화, 디지털 금융을 넘어’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장점 많지만 ‘프로세스 구축’이 먼저

이러한 가시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물류업계가 앞다퉈 마련 중이다. 삼성SDS는 자사의 통합 물류 솔루션 첼로(Cello)를 통해 선박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LG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판토스는 선행관리센터를 통해 전 세계로 수송된 화물을 관리하고 있다. 물류 가시성을 더 원활하게 이룰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바로 블록체인의 도입이다.
거래 문서가 디지털화되면 좀 더 손쉽게 화물을 추적하고 이를 모든 이해관계인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비용 절감’이다.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물류업계는 좀 더 효율적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방안을 세울 수 있고 그에 따라 물류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박성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 “블록체인은 단순히 비용만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물류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결제나 서류의 증빙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전반적인 물류의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 서류의 위조를 가려냄으로써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물류 프로세스는 종이 문서를 통해 이뤄지고 일일이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실제로 물류 비용에서 문서 및 행정 관련비용이 5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블록체인이 도입된다면 물류상의 모든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구성원이 서로 합의한 프로세스는 자동으로 처리되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물류상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고 확인 과정이 자동화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물류 ‘전 과정’의 프로세스 구축이다. 화물이 운송되려면 화주·선사·포워딩(수출입 물류 업무 대행업체)·육상운송·항만·은행 등 모든 관계자가 블록체인을 도입해야만 원활한 물류가 이뤄질 수 있다. 박 박사는 “이른바 ‘플랫폼의 구축’은 블록체인이 물류업계에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필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물류업계에 블록체인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즉 블록체인 기술의 수준 여부를 떠나 물류가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과 정부의 제도 및 법률이 모두 통일돼야만 원활한 물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뛰어난 기술·제도의 뒷받침, ‘모두 필요’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물류업계 이해관계인들은 컨소시엄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국내 물류·IT 서비스 업체, 정부 및 국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해운 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5월 31일 발족됐다. 이 컨소시엄에는 해양수산부·관세청·한국해양수산개발원·부산항만공사·현대상선·고려해운·SM상선·장금상선·남성해운·삼성SDS·한국IBM·케이씨넷 등이 참여했다.

컨소시엄의 목적은 블록체인 기술을 물류에 적용하는 시범 사업 착수다. 컨소시엄 참여 기관들은 6월부터 사업에 들어갔고 올해 말까지 실제 수출입 제품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해운 물류 과정 전반에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박 박사는 “국내 물류업계뿐만 아니라 해외로 보내지는 화물들은 해외 기관들과도 블록체인 프로세스를 통일해야만 원활한 운송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