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인수로 ‘날개’ 달다
이어지는 호황기…연구개발 및 투자도 과감하게 (사진)= SK하이닉스 M14 전경이다./한국경제신문DB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게 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낸드플래시 기술을 얻게 된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한다면 현재 낸드플래시 메모리 글로벌 시장점유율 5위권인 SK하이닉스는 2위로 올라서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게 된다.
이를 위해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4월부터 일본 출장길에 오르는 등 도시바 인수전을 직접 챙겨 왔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은 지난 5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단독 인수가 아닌 융자 방식으로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컨소시엄 내 지분 구조상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에 대해 적극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낸드플래시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바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 도시바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했다는 점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시바와 계약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 SK하이닉스의 지분 취득설과 관련해 일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시바 인수 과정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7월 6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D램에 강한 SK하이닉스와 낸드플래시에 강한 도시바가 서로 취약한 부분을 상호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은 D램과 낸드를 함께 요구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이 같은 방식으로 메모리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사가 협업해 시너지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과감한 투자로 기술 경쟁력 키워
SK하이닉스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탄탄한 기술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나가고 있다.
우선 이동통신 기기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서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D램 경쟁력을 강화했다.
2007년 전체 D램 매출에서 약 3%에 불과했던 모바일 D램 비율을 2012년 이후 30% 이상으로 확대 유지하고 있고 세계 최초 개발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모바일 D램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확대로 급증하는 서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 DDR4 제품을 중심으로 서버용 D램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세계 최초로 최대 용량인 128GB DDR4 모듈을 개발해 차세대 서버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증명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세계 최대 용량의 초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4X를 출시하고 4월에는 세계 최고 속도의 차세대 그래픽 D램인 GDDR6을 개발했다. ◆ ‘하반기 실적 더 좋아진다’ 전망
낸드플래시는 14나노급 미세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양산하는 등 미세 공정 비중 확대와 함께 기존 제품의 고용량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3차원(3D) 적층형 낸드플래시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4세대 제품인 72단 TLC 3D 낸드 플래시를 출시해 주목받았다. 3D 낸드는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2년 미국의 LAMD 및 이탈리아의 아이디어플래시, 2013년 대만의 이노스터 컨트롤러사업부, 2014년 벨라루스의 소프텍 등을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2012년 분당에 플래시 솔루션 디자인센터, 2013년 카이스트에 스토리지 미디어 솔루션스센터 등을 설립했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및 서버 기기 등에 쓰이는 임베디드 멀티칩 패키지(eMCP), 임베디드 멀티미디어 카드(eMMC), 차세대 초고속 플래시 메모리(UFS),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다양한 응용 복합 제품을 개발·양산한다.
이러한 제품에 적용될 트리플 레벨 셀(TLC) 및 3D 제품 개발·양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올해는 반도체 호황기를 맞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반도체 호황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테크놀로지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낸드플래시 시장은 SSD 확대, 스마트폰 고용량화 등을 이끌며 D램 대비 높은 성장세를 계속해 이어 갈 전망이다.
2020년 출하량은 각각 1750억 기가바이트와 5225억 기가바이트로 전망했다. 2016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D램 25.3%, 낸드플래시는 그보다 높은 43.2%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예상 성장률은 12.3%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의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올해 분기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올 2분기 3조800억원, 3분기 3조5600억원, 4분기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12조8000억원에서 내년 13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치를 내놓았다.
s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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