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FOCUS]
녹십자, 자체 기술 성인용 파상풍·Td 백신 출시
SK케미칼·코오롱생명과학, ‘품목 허가’ 눈앞
국산 바이오 의약품, 하반기 줄줄이 나온다
(사진) 허은철 녹십자 사장, 박만훈 SK케미칼 사장,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 각 사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올해 하반기 굵직한 국산 바이오 의약품을 줄줄이 선보일 전망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성인용 파상풍·디프테리아(Td) 백신이 올 하반기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세계 최초 세포 유전자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와 세계 둘째 대상포진 예방 백신도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녹십자 백신, 45만 명분 수입 대체효과
국산 바이오 의약품, 하반기 줄줄이 나온다
(사진) 녹십자 화순백신공장./녹십자 제공

녹십자는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성인용 파상풍·디프테리아(Td) 백신 ‘녹십자티디백신프리필드시린지주’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기술로 Td 백신을 개발한 첫 사례였다. 녹십자는 올 하반기 국산 Td 백신을 첫 출시할 계획이다.

파상풍은 상처의 균이 생성하는 독소가 신경에 이상을 초래해 근육 경련, 호흡 마비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녹슨 못에 찔리거나 동물에게 물렸을 때는 물론 넘어져 상처가 생겼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 디프테리아는 입속과 코 등의 피부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장기 조직에 장애를 부를 수 있는 질환으로,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염된다.

Td 백신은 10~12세 사이에 1차 접종을 한 뒤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돼 있지만 국산 백신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녹십자 관계자는 “Td 백신의 국산화로 매년 45만 명분의 수입 대체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Td 백신은 파상풍과 디프테리아를 미리 겪어 예방 효과를 내는 항원으로 구성된다. 녹십자는 여기에 백일해 항원까지 결합한 ‘3가 혼합백신’에 대한 임상 1상과 2a상을 진행 중이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혼합백신을 개발하면 백신 국산화는 물론 연간 2억2000도즈(1도즈=1회 접종 분량), 3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다”며 “3가 혼합백신 개발을 완료해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 백신은 개발 과정이 까다로운데다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성이 낮아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개발을 꺼리는 분야에 속한다. 녹십자는 B형간염 백신(1983년), 수두 백신(1993년), 계절 독감 백신(2009년)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등 백신 국산화를 이끌어 왔다.

SK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대상포진 예방 백신도 올 하반기 품목 허가가 기대된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피부에 발진이 생기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두 항체 양성률이 9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최근 성인 사이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백신이다. 국내에서도 5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세계 대상포진 예방 백신 시장 규모는 약 7억6000만 달러(8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연평균 33.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대상포진 예방 백신으로 상용화한 제품은 다국적 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하다. 조스타박스는 50세 이상 70%, 60세 이상에서는 51%의 예방률을 보인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고 현재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가가 완료되면 조스타박스에 이어 세계 둘째로 대상포진 예방 백신을 국내 기술로 상용화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2006년부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백신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바이오 벤처인 인투젠을 인수, 바이오 의약품 분야 진출을 가속화했다. SK케미칼은 백신 사업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오고 있다.

◆ 코오롱, 세계 첫 유전자 치료제 기대

코오롱생명과학의 세계 최초 세포 유전자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도 하반기 품목 허가를 앞두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7월 식약처에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인보사는 기존 퇴행성관절염 치료 방법인 수술 또는 약물치료와 달리 주사를 통해 통증 및 기능, 관절 구조 개선의 효능·효과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치료제다. 1회 주사로 2년 이상의 통증 완화·활동성 증가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내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약 500만 명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적용할 수 있는 환자(2~3기)가 약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약 5000억원(457억 엔) 규모의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에는 인보사의 국내 마케팅·영업 파트너로 한국먼디파마 및 코오롱제약을 선정하기도 했다.

식약처 허가 이후 먼디파마는 대학·종합병원 및 정형외과 중심의 중대형 병원을 공략하고 코오롱제약은 로컬 병원을 중심으로 국내 영업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인 먼디파마·미쓰비시다나베제약 등 우수 파트너사와 인보사의 영업·마케팅 및 기술·임상 등의 계약을 했다”며 “식약처 허가가 완료되면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적 론칭에 이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