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꾸준한 R&D와 M&A 통해 식품·생명공학 분야 ‘글로벌 넘버원’ 도전 (사진) 경기 수원에 5월 오픈한 CJ제일제당의 식품·바이오 R&D 허브 ‘CJ 블로썸파크’./ CJ제일제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저성장 시대에도 ‘흑자 경영’으로 주목받는 기업은 존재한다. 잘되는 기업은 뭐가 다를까. 흑자 경영 성공 사례, 이번 주인공은 국내 1위 종합 식품 기업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CJ그룹의 식품과 바이오(식품 첨가제 및 사료 첨가제)·생명공학(사료 및 축산)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CJ제일제당은 1953년 6·25전쟁 직후 대한민국 최초의 설탕 제조회사로 출발해 사업 영역을 지속 확대하며 가공식품·소재식품·생물자원·바이오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8조9413억원의 매출(100% 자회사인 CJ헬스케어 및 해외 법인 포함)을 달성했다. 가정간편식(HMR) 등 주력 제품군을 지닌 식품 부문이 매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CJ제일제당은 가공식품군 판매 호조와 생물자원 사업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62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6.5% 증가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 부문 내 가공식품의 해외 매출도 전년에 비해 약 54% 늘었다. 생물자원 부문의 해외 매출 비율 역시 72%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 비결 1: HMR 제품 라인업 확대하며 점유율 높여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의 매출은 4조61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하며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세를 그렸다. 특히 ‘햇반 컵반’, ‘비비고 국·탕·찌개’, ‘고메 프리미엄 냉동제품’ 등 가정간편식 제품의 매출이 1000억원을 기록했다.
쌀 가공식품과 냉동 제품군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식품 부문의 영업이익은 원당 등 원재료 가격의 지속 상승에 따른 소재 식품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의 성장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3519억원을 기록했다.
햇반 컵반은 복합밥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제품이다. 컵밥 또는 ‘밥과 기타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재료’의 형태로 구성된 제품군이 모두 포함된다. 햇반 컵반은 2015년 4월 출시됐다. 첫해부터 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에는 2배 늘어난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 이상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5년 약 340억원이던 관련 시장은 지난해 약 550억원 규모로 매년 커지고 있다. 햇반 컵반은 지난해 60.2%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 컵반의 월평균 판매량은 약 80만 개 수준으로,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햇반 잡곡밥’의 월평균 판매량이 100만 개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기존 상온 유통 컵반 제품에 이어 냉장 유통 제품을 출시하며 편의점 간편식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중화마파두부덮밥·강된장보리비빔밥·볶은김치덮밥·오징어덮밥·옐로우크림커리덮밥·레드스파이시커리덮밥·고추장나물비빔밥·직화볶음짜장덮밥·미역국밥·사골곰탕국밥·순두부찌개국밥·황태국밥·콩나물국밥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제품은 간편성과 휴대성을 앞세워 편의점 도시락과 경쟁하고 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6월 처음 출시된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올 3월까지 누적 매출 300억원을 거두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첫 달 매출 8억원을 기록한 이후 월 매출 50억원대 제품으로 성장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주력 제품은 ‘비비고 육개장’으로, 월 매출 1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현재 육개장·사골곰탕·두부김치찌개·된장찌개·부대찌개·삼계탕·닭곰탕·소고기미역국·설렁탕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들 제품은 국내 국·탕·찌개 완조리 제품 시장에서 출시 첫 달부터 두 자릿수 점유율(15.9%)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24.6%의 점유율로 1위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관련 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해외 진출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 1월 미국에서 사골곰탕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4월 초 두부김치찌개, 5월에는 글로벌 전용 버섯육개장을 수출하는 등 미국 현지 시장을 공략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품 수요 증대를 감당하기 위해 지난해 말 총 150억원을 투자해 논산·진천 공장에 비비고 가정간편식 제품을 만드는 별도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며 “올해부터 물량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집에서도 간편하게 전문점 셰프의 미식(味食)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고메 상온 간편식’을 출시하기도 했다. 고메 상온 간편식은 함박스테이크·토마토미트볼·크림베이컨포테이토 등 3종으로 출시됐다.
1~2인 가구 특성에 맞춰 실온에서 9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개발된 이 제품은 전자레인지만으로 근사한 요리를 조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비비고 새우볶음밥’과 ‘비비고 닭가슴살볶음밥’을 출시하며 냉동 밥 라인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냉동 밥 제품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지난해 매출 17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냉동밥 시장은 지난해 기준 465억원 규모로 크진 않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50% 이상 급성장 중인 만큼 관련 시장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결 2: 바이오·생물자원 부문 꾸준한 성장세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바이오 사업 부문 매출은 ‘L-메티오닌’과 ‘트립토판’ 등 주요 제품군의 판가 하락에도 사료용 아미노산 판매량이 늘면서 전년 대비 3.6% 증가한 1조80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1420억원을 거뒀다.
주력 제품인 핵산 판매량 증가 및 라이신의 하반기 흑자 전환에 힘입어 주요 제품의 판가 하락의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체 매출의 약 72%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생물자원 부문의 매출은 2조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성장했다. 주력 시장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의 지속적인 성장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영업이익은 인도네시아 축산 판가 회복 등에 힘입어 전년보다 33.7% 증가한 627억원을 기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에 2개의 신규 사료 공장을 완공하는 등 동남아시아 생산 기지 확대를 통해 사료와 축산을 아우르는 생물자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료 생산 시설과 축산 시설의 확대를 통한 계열화에 주력해 명실상부한 동남아 1등 생물자원 기업으로 자리 잡는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이들 두 곳의 공장 완공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연간 약 280만 톤의 사료 생산 규모를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6개, 베트남 4개, 필리핀과 캄보디아 각 1개 등 총 12개의 동남아 사료 공장을 운영 중이다. CJ제일제당은 내년에 인도네시아 1곳, 베트남 2곳, 필리핀 1곳 등 총 4개의 사료 공장을 추가 건설해 동남아 공장 수를 16개로 늘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향후 큰 폭의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미얀마·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미개척 국가에서도 생산 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또한 37개인 동남아 현지 축산 시설을 2020년까지 58개로 확대하는 등 닭과 돼지 생산 개체 수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2013년 베트남에 설립한 ‘동남아시아 연구·개발(R&D)센터’를 중심으로 현지화 사료 및 품종 개발을 위한 R&D도 지속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동남아 사료 생산 규모를 약 2배 정도 늘리는 한편 축산 사업 계열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국가별 시장점유율에서도 인도네시아 3위, 베트남 7위에 올라 있는 순위를 1~2위권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연평균 5~7%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육류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사료 시장 규모 또한 올해 연간 약 4000만 톤에 이르는 등 국내시장의 2배 규모로 형성된 만큼 현지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결 3: 대규모 M&A로 글로벌 영토 확장 나서
CJ제일제당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과감한 R&D 투자와 기술혁신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5월 17일 식품·바이오 R&D 허브인 ‘CJ 블로썸파크’를 경기 수원 광교에 오픈했다. CJ 블로썸파크는 식품·소재·바이오·생물자원 등 CJ제일제당 각 사업 부문의 R&D 역량을 한데 모은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소’다. 600여 명의 전문 연구 인력을 수용 중이며 건립에 약 4800억원이 투입됐다.
CJ제일제당은 각 사업 부문의 R&D 연구소를 CJ 블로썸파크로 통합, 글로벌 수준의 식품·바이오 R&D 경쟁력을 응집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60년 전통의 발효·미생물 기술을 토대로 친환경 신소재 개발, 첨단 사료 개발,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한 종자 개발, 한식 세계화 연구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최첨단 생산기지 구축 계획도 갖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충북 진천에 54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식품 통합 생산 기지를 건설할 것”이라고 6월 12일 발표했다.
미래 성장을 이끌어 갈 ‘K-푸드(Food)’ 전진기지를 구축해 식품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진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올해 8월 착공해 내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가동 예정인 이 공장은 진천 송두산업단지 안에 약 33만579㎡(10만 평, 축구장 46개 넓이) 규모로 건설된다. 연간 최대 12만 톤의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가공식품 공장이 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이 공장에서 햇반(컵반)·육가공·냉동가공식품·가정간편식 등을 생산한다. 신기술·공법을 적용, 제품을 통합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핵심 공정 일부를 모듈화해 다양한 제품을 탄력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다품종 대량생산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6월 1일 러시아 냉동식품 업체인 ‘라비올리’를 300억원에 인수하며 4조원 규모의 러시아 냉동가공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은 라비올리 인수로 성장성이 높은 러시아 냉동가공식품 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유럽 국가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유럽 및 독립국가연합(CIS) 시장 공략에도 유리한 자리에 서게 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향후 2년간 130억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 설비 및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비비고 왕교자’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러시아 식문화 특징을 반영한 현지화 제품으로 투 트랙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식물성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을 생산하는 글로벌 1위 업체 브라질 셀렉타를 3600억원에 인수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셀렉타 인수를 통해 식물성 고단백 사료 소재 대표 제품인 농축대두단백과 발효대두박을 모두 생산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차별화한 발효·효소 기술력을 토대로 축종별(양돈·양어·양계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도 가능해졌다.
세계 식물성 고단백 소재 사료 시장은 1조6000억원 규모로, 최근 5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7%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주요 제품은 콩 부산물을 발효해 만든 발효대두박과 대두박에서 단백질만 농축한 농축대두단백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베트남에 첫 해외 발효대두박 공장을 건설하는 등 발효대두박 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셀렉타 인수를 통해 2020년 글로벌 식물성 고단백 소재 시장에서 매출 80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등 세계 1위 사료·축산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부회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업보국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핵심 경쟁력인 식품 가공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로 식품·생명공학 분야의 글로벌 넘버원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2020년 ‘그레이트(Great) CJ’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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