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나침반 활용해 조직에 정착시켜야

명품 '버버리'가 디지털 기업이 된 비결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소위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혁신적 기술들이 상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소셜미디어·공유경제·드론·증강현실(AR)·가상현실(VR)·3D프린팅 등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기술들은 마케팅에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까지 급격한 변화를 주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들은 서로 융합하고 사람과 접목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는 능력은 기업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됐다. 즉, 기업이 성공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마스터’가 돼야 한다.

디지털 컨버전스 마스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수익·생산성·성과를 업계 평균보다 눈에 띄게 향상시킨 기업이다. 이를 위해선 다음 두 가지의 핵심 역량을 갖춰야 한다.

첫째, ‘디지털 컨버전스 역량’이다. 어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 참여, 내부 운영, 비즈니스 모델 등을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둘째, ‘컨버전스 리더십 역량’이다. 새롭게 세운 디지털 비전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톱다운 리더십을 통한 조율,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 구축, 목표 달성을 위한 직원 참여 유도 등이 중요하다.

최근 10년 사이 비즈니스 환경을 바꾸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이 등장했지만 이런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기업들은 디지털 컨버전스 마스터를 제외하면 드물다. 이것은 비단 작은 기업뿐만 아니라 자원이 충분한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극소수의 기업만이 디지털 소양을 갖고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나이키·버버리·스타벅스·시저스엔터테인먼트·보잉·에어비앤비 등이다.

◆ 현재 상황을 파악한 뒤 비전 수립

디지털 역량을 갖췄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컨버전스 마스터가 되기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 역량 구축에 필요한 요소로 가슴을 뛰게 하는 비전, 전사적인 참여, 디지털 거버넌스 문화와 함께 기술 리더십 역량을 꼽는다.

특히 정보기술(IT) 담당 임원과 경영진 간의 강력한 관계를 뜻하는 기술 리더십은 디지털 스킬을 향상시키고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필요한 디지털 역량이 무엇이고 리더십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이제는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디지털 비즈니스센터의 조지 웨스터먼 교수는 소수의 디지털 컨버전스 마스터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디지털 나침반을 제안한다.

우리 회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안한가. 쏟아지는 기술들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가. 그러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나침반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첫째 단계는 디지털 도전 과제의 틀을 구성하는 것이다. 조직의 규모와 상관없이 새로운 변화에는 항상 반대가 따르기 마련이고 여기에는 절박함의 부재가 타성으로 존재한다.

조직이 놓치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관리의 타성이다. 즉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타성에 맞서기 위해서는 도전 과제를 인식해야 하고 자신의 시작점을 파악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조직의 고위급 리더들은 디지털 기술의 잠재적인 위험과 기회를 이해하고 트랜스포메이션의 필요성에 대해 절박하게 느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성과를 향상시키고 고객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보자.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기존의 자원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작점을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은 디지털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성숙해 있는가. 디지털을 활용해 현행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어떤 자산이 디지털 변혁으로의 성공에 도움이 될지 판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유·무형 자산 및 데이터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제 여러분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하기 위해 자신의 디지털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비전을 수립할 때는 기술이 아니라 여러분의 비즈니스나 고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단계는 디지털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투자를 집중하는 단계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실행해야 한다. 심사숙고해 만든 비전을 행동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비전이 달성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목표를 먼저 설정한다.

다음은 비전을 통해 조직이 나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이니셔티브 로드맵을 수립한다.
명품 '버버리'가 디지털 기업이 된 비결
◆ 조직원들이 합심해 공유·조율·혁신 실행

여기서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진입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플래그십 매장이 있는데 매장과 온라인에서 브랜드 및 고객 경험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강력한 애널리틱스 역량을 고객 서비스 문화에 결합했고 개인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

기술 자체보다 비즈니스 성과 측면에서 로드맵이 표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 경험, 운영 프로세스, 업무 처리 방식, 조직·문화·커뮤니케이션 등 트랜스포메이션에 필요한 다양한 조직적 변화를 로드맵에 포함해야 한다.

전략적 목표와 실행 로드맵은 트랜스포메이션하는데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은 주지만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 직원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거버넌스다.

디지털 거버넌스 모델을 수립할 때 무엇을 조율하고 공유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독려하고 싶은 행동과 단념하게 할 행동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하라.

또한 공유와 조율을 택한다고 하더라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데, 사업 부서들이 새로운 업무 방식을 찾아낼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재량권을 줘야 한다.

이러한 거버넌스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임명하거나 거버넌스위원회를 통해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디지털 컨버전스 마스터가 되기 위한 전반부의 단계들을 살펴봤다. 이제부터 대규모의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 리더들이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등 조직을 동원하는 단계다.

먼저 각종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해 이른 시간 내에 포부를 알려라.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2010년을 ‘디지털의 해’로 선포했는데 중요한 것은 조직을 동원하기 위해 가시적으로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직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서는 핵심 구성원들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혜택을 설명하고 의미를 심어 줘야 한다. 즉, 직원들이 더욱 수월하고 신속하고 보람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어느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는 새로운 경쟁자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줄어들자 ‘모바일 시장에서 최초로 진정한 디지털 브랜드가 되는 것’으로 비전을 재정의했다. 그리고 조직을 동원하기 위해 미디어를 제작하고 모든 내부 플랫폼을 통해 배포했다.

이후 임원들과 고위 경영진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직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변화의 규모와 이에 따른 고객의 혜택에 대해 설명하고 업무 규정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을지에 관해 논의하면서 직원들의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규모로 조직의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이뤄야 할 과제다. 그러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일관성 있게 실행해야 한다.

우선 회사의 리더들이 롤모델이 되게 해 새로운 비전을 대표하는 행동을 적극 장려하라. 리더로서 여러분은 가장 중요한 경영 관련 결정에 대한 롤모델 역할을 함으로써 디지털로의 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디지털 기술 활용 업무를 문화로 정착해야

다음으로는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에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변화를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자세가 돼 있는 옹호자들을 초기부터 파악하고 참여시켜라.

디지털 컨버전스 마스터들은 공식적 및 비공식적 역할을 통해 디지털 챔피언들을 최대한 활용한다. 이들은 톱다운 방식의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지역·기능·사업계열·브랜드 등 조직의 다양한 차원과 연결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이 어떻게 가시적으로 비즈니스를 향상할 수 있는지를 초기부터 신속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성공 사례들을 찾아라. 처음부터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단기 퀵윈(성공) 과제는 지지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반대자들을 침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직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으면 이젠 새로운 업무 방식을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업무 규정을 바꾸고 문화를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한데 직관보다 데이터와 애널리틱스에 기반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

소셜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지구촌 수십억 고객들의 생생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수도 있고 복잡한 문제들이 드러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대화를 통해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디지털 도구와 기술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방적으로 배포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라. 직접 채택하도록 장려하라. 롤모델·게임화·보상을 비롯한 여러 방법을 활용하면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택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면 기업 내의 정보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빨리 실패하고 적은 비용으로 실패하고 종종 실패하라’는 말은 디지털 기술을 채택하는 데 상당히 적절한 표현이다.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문화까지 바꾸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마지막 단계로 어떻게 이러한 프로세스를 잘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디테일이 더해져야 한다.

먼저 안정된 디지털 플랫폼이 회사 내에 구축돼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일관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집합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애플리케이션·데이터를 통해 제품·서비스의 품질과 비즈니스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훌륭한 디지털 플랫폼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위험을 낮추며 조직의 민첩성을 높인다.

최종적으로 선순환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도록 회사 내 인센티브와 보상을 조직의 트랜스포메이션 목표와 연계하자.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지위·평판·인정 등 무형의 인센티브는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도 트랜스포메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경영 관리 수단이 된다.

이러한 보상 범위는 기업 밖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급업체, 파트너, 심지어 고객 등으로 확대하라. 보상은 행동을 촉진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켜야만 궁극적으로 조직 문화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바라만 볼 것인가. 이러한 대변혁에 대비하는 최상의 방법이자 아마도 유일한 방법은 지금 당장 디지털 나침반을 실천해 디지털 컨버전스 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