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키캣, 현지화·고급화·한정판 전략 내세워

일본의 올 상반기 외국인 방문객은 1375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작년 대비 17.4%나 늘었다.

그 덕분에 짭짤한 수익을 거두는 곳이 늘어났다. 외국인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기념품 산업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초콜릿이다.
초콜릿 '키캣'은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키캣
초콜릿 '키캣'은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키캣
◆지구상의 모든 맛, 초콜릿으로 즐긴다

2017년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2조5000억 엔을 지출했다. 쇼핑 필수 목록은 일본 과자를 포함한 초콜릿이다. 2016년 외국인 관광객의 스낵 구입액은 2012년보다 3배 증가한 1308억 엔에 달한다. 술·담배·식료품 등 다른 기념품 구입 금액과 비슷한 수준(1589억 엔)이다.

해외여행지가 일본이면 구매 후보 초콜릿은 특정 메이커에 집중된다. ‘키캣(Kitkat)’이다. 언제부터인가 키캣은 일본 여행의 필수 구매품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만의 전용 상품은 아니다. 키캣의 히트 비결을 완성하는 나머지 한 축은 내수 시장이다. 일본에서 단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유명 메이커답게 국민적인 히트 상품으로 안착했다.

키캣만의 특수성도 화제다. 독특한 마케팅과 다양한 라인업이 골수팬을 만들어 냈다. 특히 시즌 한정판이 매출을 주도한다. 보통보다 10배 넘게 비싸지만 잘 팔린다. 이에 따라 2017년 8월 일본에서 둘째 공장이 가동됐다. 26년 만의 공장 신축이다.

실제로 키캣은 초콜릿 시장의 강자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다수 보유했다. 하루 400만 장, 연간 15억 장을 팔아치운다.

시장점유율 1위답게 2위(롯데 가나), 3위(에자키글리코 포키)와 초콜릿 시장의 삼각 구도를 주도한다. 점유율은 각각 5.14%, 5.1%, 4.41%로 박빙이지만 주목도만큼은 탁월하다.

'메가히트 초콜릿' 키캣의 성공 비밀
재미난 것은 키캣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니란 사실이다. 고향은 영국으로 1935년 시장에 데뷔했다. 일본에는 1973년 넘어왔다. 일본 회사와 제휴해 ‘네슬레일본’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열도 상륙 이후 키캣은 현지화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지금은 영국보다 더 유명한 ‘일본의 키캣’으로 불린다. 본사는 이를 ‘일본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네슬레의 세계 각국 실적은 지지부진한데 유독 일본만은 예외다. 시장에선 ‘키캣’과 ‘일본키캣’으로 구분하기까지 한다.

다종다양한 라인업은 맛의 현지화 덕분에 가능했다. 키캣은 맛 종류만 2015년 기준 206가지다. 사실상 지구상에 존재하는 실현 가능한 맛 대부분이 상품화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과일·채소는 물론 향신료·꽃향기 맛마저 출시된다. 고추냉이는 물론 간장·된장 맛까지 구현해 낸다.

한때는 매월 수종의 새로운 맛이 개발되는 시기도 있었다. 2000년대부터 본격화된 제품 다각화는 현재 누계 약 300종류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여기엔 전체 직원(2500명, 2016년 12월 기준)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모집 대회가 한몫했다.

벤처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시작됐는데, 첫해 70건에서 2016년 4700건의 응모가 나왔다. 기발한 맛의 제안은 물론 마케팅 아이디어까지 쏟아진다.

고객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초콜릿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니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맛까지 용감하게 제품화한 결과다. 홋카이도 감자 맛, 구운 옥수수 맛 등 과감한 실험과 도전이 일상적이다.

인터넷에는 이런 도전 정신을 품평, 고객이 알아서 일화로 만들며 공유·확장하는 현상까지 일어난다. 당연히 거액을 투입하지 않고도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되고 입소문이 형성된다. 이는 다양한 맛을 즐기고 존중하는 일본인 특유의 입맛 기호와도 연결된다.
키캣은 한정판 발매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 키캣
키캣은 한정판 발매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 키캣
◆희소성 띤 초콜릿으로 마니아 층 겨냥

맛의 새로운 제안은 대부분이 ‘스토리’로 이뤄진다. 가령 황금키캣을 보자. 일본에서 회사를 매출 1위로 올려준 베스트셀러로, 2015년 연말 수량 한정으로 발매됐다. 1개 2016엔의 가격표를 붙여 희소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실현했다. 스토리의 힘이다.

외국인에게 인기 절정인 녹차 풍미의 키캣도 같은 맥락에서 출시됐다. 2016년 1월에는 청주 맛 제품도 나왔다. 녹차 맛이 인기를 끌자 일본화를 한껏 발휘할 연속 제품으로 일본 술에 주목했다.

연속 히트는 쉬운 일이 아니다. 풍미를 높이는 인공적인 조합 기술은 알면서도 속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히트 상품으로 안착한 차(Tea) 맛은 2016년 연초 프리미엄급으로만 모두 5가지의 제품으로 세분화됐다.

고급 시리즈 2탄으로 ‘아이 러브 티(I Love Tea)’란 타이틀이 붙는데, 녹차를 비롯해 현미차·우롱차·홍차 등 5종류로 구성된다. 말차(가루차) 제품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찻잎을 사용, 품질을 업그레이드했다. 5종류 각 2개씩 10개가 포함된 세트가 2300엔의 고가지만 사상 최고급이란 광고처럼 인기가 높다. 고품질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탄탄한 라인업의 배경인 셈이다.

맛뿐만이 아니다. 가격 정책도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통상 제품보다 16배나 비싼 고가 ‘프리미엄 키캣’이 그렇다. 불황이지만 가치에 맞으면 고급이라도 구매하는 차별적 수요에 발맞춘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진 대회에서 우승한 셰프를 초빙, 최고 품질의 재료로 고급 지향을 한껏 체화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 과일 맛을 낼 때는 과실 분말을 넘치도록 사용해 마치 진짜 과일을 먹는 것처럼 향과 맛을 추출했다.

언제 어디서든 맛보는 초콜릿은 평범하다. 회사는 특정 기간·지역에 주목, 차별적인 희소한 기획 제품을 연이어 내놓는다. ‘한정’ 타이틀로 조바심을 태우는 전략이다. 2014년 철도회사와 제휴해 ‘승차권으로 사용하는 키캣’을 내놓았다.

지방 철도회사와 손잡고 초콜릿 포장을 건네면 190엔분의 무료 승차권으로 대체해 주는 이벤트였다. 기간 한정이었지만 철도 팬이 많은 일본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된 성공 기획이었다.

우체국과 제휴해 엽서에 키캣을 선물로 끼워 넣는 시도도 있었다. 한정된 맛을 내걸고 1년 365일 화제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키캣을 목적으로 열도 곳곳을 누비는 광팬까지 있다. 세계 최초로 키캣만 파는 전용 매장도 연이어 오픈한다. 일본발 역수출은 갈수록 성장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