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황실성 해소 및 경기 회복 기대감…독일$프랑스&금융주 ‘최우선 투자’
요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어디일까. 예상외로 미국이 아닌 ‘유럽’이다. 2015년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유럽 증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유럽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는 글로벌 투자 자금의 움직임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시장조사 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RF)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유럽에 유입된 투자 자금만 260억 달러(약 29조1928억원)를 넘어섰다.
특히 7월 12~19일 단 1주일 사이에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만 30억 달러(약 3조3684억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8억4000만 달러(약 9424억원) 정도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유럽 시장에 흘러들면서 최근에는 국내 해외 투자자들 역시 유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남택민 하나금융투자 해외 전문 프라이빗 뱅커(PB)는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미국에 비해 유럽 증시는 아직까지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이 많다”며 “그동안 미국에 가려져 기를 펴지 못했던 유럽 시장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회복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매력’ 높아지는 유럽 증시
“2017년은 미국 증시보다 유럽 증시가 더 매력적일 것이다.”
올해 초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가 호언장담 한 말이다. 실제로 유럽 대표 기업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는 지난해 12월 3000대였는데 올 8월 기준으로 3400~3500을 오르내리고 있다. 올 들어 대략 13% 정도 올랐다. 최근 들어 유럽 국가들의 증시가 유로화 강세로 혼조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의 유럽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유럽의 정치적 안정과 경기 회복이다.
유럽 경제의 회복 조짐은 올해 초부터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일 경제는 올해 1분기 0.6% 성장했고 남유럽 재정 위기 진원지 중 하나였던 포르투갈도 1.0% 성장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말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1.5~2%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유럽 경제성장률은 2% 중반으로,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며 “적어도 2011년 재정 위기 이후 줄곧 하락세였던 유럽 국가들의 성장률이 반등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줄곧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포퓰리즘과 반이민 성향의 정치 세력 급부상, 테러 위협 등을 유럽 증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방향이 안갯속이라는 점 또한 잠재적 불안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안감이 최근 들어 한풀 꺾이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가 유럽의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전환점이 됐다. 현재로서는 브렉시트의 영향 또한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의 과반 의석 상실로 ‘하드’보다 ‘소프트’ 브렉시트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동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긴축 우려 등이 높아지며 증시 숨고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럽 경기 선행지표가 지속적으로 우상향을 보이며 향후 경기 회복이 지속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며 “특히 9월 24일 독일 총선 전후로 유럽 증시에 다시 한 번 큰 폭의 추가 상승세가 펼쳐질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9월 예정된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선 연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베팅 사이트 ‘오드체커’에 따르면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집권당의 승리 확률은 89%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유럽 증시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미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다는 점이다. 올 들어 미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은 17.6배로 선진국의 16.5배보다 높다. 유럽은 15.5배로 미국 및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경기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럽 증시로 자금이 흘러들어오며 수급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유럽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향후 글로벌 증시의 가격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의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럽에 투자한다면, 독일$프랑스&금융주
다만 유럽 국가들 간에도 차별성이 존재한다. 유럽 투자를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국가와 업종을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경제 규모 1위와 2위의 독일과 프랑스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독일 증시를 대표하는 DAX30과 프랑스 증시를 대표하는 CAC40 인덱스에 포함돼 있는 기업들은 제조업과 금융업에 잘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독일은 성장 모멘텀이 견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7일 독일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경제성장 전망치가 1.8%라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올해 6월을 기준으로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를 나타내는 IFO 기업환경지수는 11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6개월간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기업 예상 지수 또한 6월 기준 106.8로 지난해와 비교해 오름세를 이어 가고 있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 당선 이후 총선에서도 집권당이 압승을 거두며 대내외적으로 고강도 개혁 추진이 예고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었던 노동개혁, 친기업 정책, 재정 건전성 강화 등 시장 우호적인 정책이 시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향후 프랑스 경제 회복세의 지속 가능성 또한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7월 17일 이와 같은 프랑스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호평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그만큼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유동원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내 독일의 재정 건전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향후 재정 확대에 따른 경기 부양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유럽에 투자한다면 독일을 가장 먼저 고려해 볼만하다”며 “프랑스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정부 부채비율이 낮은 편으로 향후 정부의 경기 부양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확률이 높은 만큼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은행주’가 유망할 것으로 꼽힌다. 유럽 은행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익성이다. 낮은 예대마진과 높은 부실채권 부담, 미 법무부의 벌금 부과 등으로 지난해 유럽 은행들은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비핵심 자산과 부실 자산을 처분하고 있고 인력 감축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은행들의 운영 효율성이 향상되며 수익성 또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구조조정 관련 비용은 향후 2~3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채권 부담 또한 아직까지 높은 상황이다. 향후 추가적인 처분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광열 애널리스트는 “유럽 은행의 수익성이 당장 내년까지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유럽 은행들 중에서도 유럽 외 지역에서 수익 다변화에 성공했고 특히 신흥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은행들이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정리했다. 대표적인 은행으로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스탠다드차타드, 스페인의 산탄데르와 북미 시장의 자산 관리 부문에 강점을 보이는 스위스의 UBS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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