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며 성장하는 가구 산업…패러다임의 변화가 불러온 새로운 도전 (사진) 한샘 스페이스 코디네이터가 고객의 주거 공간에 어울리는 다양한 가구와 인테리어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한셈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8월 국내 주요 가구 업체들의 반기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들 반기보고서는 요즘 국내 가구 산업이 얼마나 호황기를 맞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의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반기 기준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661억원으로 같은 기간 7.7% 늘었다.
2위인 현대리바트는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892억원, 2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4%, 31.6% 올랐다.
3위인 에넥스는 상반기 매출액 2035억원, 영업이익 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1%, 34.0% 증가했다. 퍼시스 역시 매출액 1448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5%, 89.3% 성장했다.
2014년 12월 국내에 진출한 스웨덴의 가구 제조 기업 이케아도 2017 회계연도 실적(2016년 9월~2017년 8월)이 매출 3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했다. 현재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시 이케아 1호점 매장 한 곳만 운영 중이다.
하지만 10월 19일 이케아 고양점을 여는 것을 비롯해 2020년까지 기흥·계룡 등에 총 6개 매장을 개장할 계획이어서 이케아의 성장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 이케아發 홈 퍼니싱 ‘바람’
글로벌 가구 기업인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촉발된 가구 전쟁은 국내 가구 시장 규모를 키우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매 판매액이 사상 최초로 5조원(잠정치)을 넘겼을 정도로 이케아의 진출은 국내 가구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샘·현대리바트 등 국내 대형 가구 업체들이 이케아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형 확대를 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크게 3가지 이유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는 세계 1위 가구·생활용품 기업 이케아의 등장으로 시작된 홈 퍼니싱 시장의 성장이다. 이케아가 다양한 가구는 물론 5000여 개의 홈 퍼니싱 상품을 판매하면서 국내 가구업계는 단일 품목군에서 집 안을 꾸미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홈 퍼니싱 시장으로 진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 퍼니싱 시장은 2015년 12조5000억원에서 2023년 1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케아가 2020년까지 국내에 5개 매장을 추가로 개장할 방침을 내비친 만큼 홈 퍼니싱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샘도 생활용품 분야를 강화하면서 홈 퍼니싱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한샘은 차렵이불·식기건조대·수납박스 등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실용적 제품 라인에 주력하고 있고 패브릭·키친웨어·조명·수납·소가구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플래그숍·대리점·온라인쇼핑몰 등을 운영 중이다.
현대리바트도 홈 퍼니싱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매출 1조원을 초과 달성하기 위해 미국 홈 퍼니싱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와 손잡았다. 윌리엄스 소노마는 연매출 5조원을 올리는 글로벌 홈 퍼니싱 기업이다.
현대리바트는 사업 확장을 통해 내년 윌리엄스 소노마 사업 부문에서 매출 1000억원, 2021년까지 누적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에넥스도 인테리어 제품군을 대폭 확대해 지난해 308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주력 사업인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과 어울리는 인테리어 제품군을 선보였다.
유통망도 기존 대리점 중심에서 온라인 쇼핑몰 및 홈쇼핑 채널로 다각화한 점이 실적을 개선한 원인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사진) 거실 한쪽의 벽면을 모두 맞춤형 거실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구성한 에넥스의 '월플렉스'./ 에넥스 제공
◆ 판매 채널 다각화에 나선 가구업계
둘째 이유는 ‘판매 채널의 다양화’다. 가구 업체들이 오프라인 중심이던 유통 채널을 온라인으로 넓히며 비대면 판매 창구를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 확대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시대의 흐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 이면에는 가격을 앞세운 이케아에 맞서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1인 가구에 맞춘 소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케아에 맞서기 위해 저가 상품 위주의 온라인 판매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가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매년 20~40%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이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2020년 2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미 온라인 매출이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1위 한샘은 2015년 모바일 결제를 도입한 이후 20%대였던 온라인 판매 비율이 지난해 초 전체의 30%대로 오른 데 이어 올해 50%대로 확대됐다.
홈쇼핑 역시 새로운 판매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홈쇼핑은 판매 방송이 진행되는 30~60분 동안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집중도가 높다.
가구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반품이 생기면 회사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반품 비율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 첫선을 보이거나 주력으로 내놓은 제품들을 홈쇼핑을 통해 론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진) 현대리바트의 키친 브랜드 '리바트키친'. 키친 플래너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리바트 제공
◆ 프리미엄·대형화 등 고급화 승부
셋째, 국내 가구 기업들은 이케아에 맞서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고급화’를 꺼내들었다. 특히 여성들의 사용률이 높은 가구인 부엌 가구에 대한 프리미엄 전략이 활발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00만원 이상의 국내 프리미엄 부엌 가구 시장 매출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프리미엄 부엌 가구 시장은 해외 제품들이 독식하던 시장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시장에 진출한 지메틱·포겐폴·불탑 등 외국 업체들은 8000만원대의 호텔급에 들어갈 법한 부엌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2000년대 들어 타워팰리스·시티파크를 비롯한 주상복합 아파트와 고급 빌라가 생겨난 이후 주방의 프리미엄화가 본격화됐다.
이 당시만 해도 국내 가구 회사들은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었다. 외국 업체들의 제품 디자인이나 소재 등에서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샘의 프리미엄 브랜드 키친바흐와 리바트 리첸 등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프리미엄 부엌 가구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 매출 비율은 85%, 해외 브랜드는 15% 정도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고급화는 매장의 ‘대형화’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대형 가구 회사들이 앞장서 매장을 키우며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대표적이다.
대형 직매장은 한샘플래그샵이 전국에 9곳, 리바트스타일샵이 전국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라인업을 전시해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체험하는 원스톱 쇼핑을 제공 중이다.
또 인테리어 업체들이 직접 매장에 입주해 가구 제작부터 설치까지 한 번에 가능하도록 한 형태의 대형 매장인 ‘리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 한샘은 서울 양재 등 6개 지역에서 리하우스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샘은 리하우스 매장 수를 올해 안에 25곳으로, 3년 안에 1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편 한샘은 세계적 가구 업체로 발돋움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회의 번영에도 기여하기 위해 가구업계 최초로 싱크탱크를 출범시켰다.
한샘 설립자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4400억원을 들여 설립한 싱크탱크는 최근 ‘여시재(與時齋)’라는 이름으로 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초당파적·초국가적 연구를 통해 미래의 세계 질서를 전망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한국과 세계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여시재 이사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맡았고 안대희 전 대법관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박병엽 팬택 창업자 등 학계와 재계·법조계 등 사회 각 부문의 주요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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