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스스로 잠재력 발휘하게 하는 ‘코칭’, 리더의 덕목 중 하나
코칭의 효과적 3요소, ‘보고 듣고 말하기’ (사진)=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탁월한 관찰력으로 박지성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한국경제신문DB
[한경비즈니스 칼럼=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경영자와 관리자들의 코칭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고 있다. 코칭 교육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교육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칭이 중요한지 알고 있지만 막상 직접 해보려면 잘 안된다고 한다.
답이 빤히 보이는데 이리저리 말을 돌려 가며 직원 스스로 답을 찾아내게 만드는 과정이 답답하고 마음이 조급해진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훌륭한 코치가 되기 힘들다. 훌륭한 코치가 되는 데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코칭을 직접 해야 하는 입장인 기성세대들은 선배들로부터 제대로 된 코칭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다. 이들은 상사가 시키는 대로 순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윗사람이 모호하게 지시해도 일단 “네, 잘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다음 그 의중을 생각해 보는, 소위 ‘예스 앤드 게스(Yes and Guess)’에 익숙해져 있다.
코칭을 받아야 하는 직원들은 상황이 다르다.
직원들 중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탄생한 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 이들이 많고 각종 단체 활동을 통해 코치들과 접한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직장에서도 코칭을 받고 싶어 한다.
리더십 교육 전문 기관인 ‘창의적 리더십 센터(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의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54%가 상사로부터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매달 받거나 더 자주(매일 또는 주 1회) 받길 원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리더들이 코칭에 노력을 쏟아도 직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코칭할 때 대화 주제가 실적 또는 성과에 집중되는 것이 많아 일방적으로 훈시만 듣고 끝난다.
실제로 리더가 “내가 아무개를 불러 코칭 좀 해줬어”라고 말할 때 코칭 받은 사람을 만나 물어보면 일방적으로 질책을 받거나 훈계를 듣고 나온 이들도 많다.
리더들이 코칭에 공을 들여도 직원들의 만족은 그다지 높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코칭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다. 코칭은 일종의 스킬이다. 스킬은 배우고 연습하면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 ◆ 코칭 개념부터 이해하는 게 첫걸음
코칭은 ‘구성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성과 향상과 개인적 성장을 유도하는 지원 및 육성 활동’이다. 코칭은 직원 스스로 잠재력을 개발해 성과를 올리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코치는 답을 주지 않고 답을 주려고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이 답을 알려주거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려고만 한다.
최악의 코치는 직원들이 훗날 “내가 이렇게 망가진 것은 그때 그 코치가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이야”라고 푸념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뛰어난 코치는 모든 답은 상대 안에 있다는 믿음을 갖고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게 한다.
코칭은 본질적으로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려면 잘 들어야 하고 말도 잘해야 한다. 하지만 탁월한 코치는 듣고 말하기에 앞서 관찰부터 한다.
박지성 씨를 발굴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낸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관찰 능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계약 체결 전 이미 대표팀의 경기 30편 이상을 분석해 문제점과 해결책을 도출했다.
박지성 씨를 세계적 선수로 키워낸 퍼거슨 전 감독도 가장 효과적인 경기 준비는 선수의 정신력과 훈련 자세를 관찰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가 선수를 선택할 때 두 명의 선수를 놓고 집중 관찰해 최종 명단을 결정하곤 했다.
코칭을 잘하려면 직원들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객관적 관찰을 잘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런 테스트를 해보라.
백지를 절반으로 나눈 뒤 평소에 관찰을 많이 했던 직원 한 명에 대해 그의 강점과 약점을 3개씩 왼쪽에 쓴다. 오른쪽에는 각각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그러한 판단을 내리게 된 근거인 관찰한 사실을 적는다.
다른 사람에게 오른쪽 적은 내용을 보여주고 왼쪽 써놓은 강점이나 약점을 맞혀 보라고 한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강점과 약점을 비슷하게 맞힌다면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관찰한 것이라고 봐도 된다.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다면 객관적으로 관찰하지 못한 것이다.
객관적 관찰은 왜 어려울까.
첫째, 눈에 들어온 모든 것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인식하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때문이다.
둘째, 전문가가 될수록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착각해 놓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일수록 생각의 효율성을 따지므로 자신이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전문가의 오만에 빠지는 것이다.
셋째, 모든 인간은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어 객관적 관찰이 어렵다. 무주의 맹시를 피하려면 상대를 너무 가까이에서 보지 말고 때때로 멀리 떨어져서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의 오만에 빠지지 않으려면 초심자의 시각에서 호기심을 갖고 봐야만 한다.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직원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제대로 코칭하려면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경청 중 수준이 가장 낮은 것을 ‘배우자 경청(spouse listening)’이라고 한다.
상대의 말을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 건성으로 듣거나 동문서답하는 것이다. 이보다 좀 더 나은 것이 ‘소극적 경청(passive listening)’이다. 상대가 하는 말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자신만의 의미로 해석해 듣는 것이다.
가장 높은 수준은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이다. 말하는 사람의 느낌이나 감정, 생각이나 의도까지 헤아려 듣는 것이다. 적극적 경청을 할 때 대답을 위해 듣는 사람도 있고 이해와 공감을 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상대방이 한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준비하려고 듣는다. 후자는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나 느낌, 생각 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
이해와 공감을 위한 경청을 하려면 먼저 상대의 말에 대해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등의 판단을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또한 상대의 감정이나 욕구를 인정하고 공감해 줘야 한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은 물론 그의 생각이나 의도 또는 감정을 되짚어 주거나 자신의 말로 정리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화할 때는 상대와 눈을 맞추거나 표정을 보이는 비언어적 반응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해와 공감을 위한 적극적 경청을 하려면 상대가 하는 말 아래 깔린 느낌$생각$의도 등을 파악하려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또한 다음과 같은 대화법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만일 상대가 A라는 주제에 대해 말했다면 “당신은 A에 대해 ~~한 느낌이었던 것 같네요” 또는 “당신은 A에 대해 ~~한 생각을 하셨나 보군요”라는 식으로 반응한다면 효과적이다.
이때는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규정하지 말고 결론을 열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내가 잘못 해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상대가 직접 움직이게끔 말하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에게 이해시켰을 때 의사소통이 잘됐다고(good) 한다. 자신이 의도했던 방향으로 상대방이 움직인다면 효과적인(effective) 의사소통이 이뤄졌다고 한다.
말할 때는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기 위해서보다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인 것이 많다. 영향을 미치는 데는 화려한 언변보다 질문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미국인 교수가 진행하는 강의 시간에 여러 명이 졸고 있다. 그는 “일어나요(Wake up)”라고 말하는 대신 “커피”라고 외친다. 졸던 학생들이 벌떡 일어나 일부는 밖에 나가 커피를 가져오도 하고 일부는 뒤로 나가 서서 강의를 듣는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진 것이다.
코치는 답을 주기보다 상대방이 자기 힘으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한다. 적절한 질문에 답해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말할 때 그것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질문을 통해 직원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리더들이 많다. 무엇보다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바빠 죽겠고 답이 뻔히 보이는데 직원들에게 이런 질문 저런 질문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또한 직원들에게 꼬치꼬치 묻는 것이 오히려 상대를 추궁 또는 비판하거나 놀리는 것처럼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한편 질문하는 방법을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해 어려워하기도 한다.
상대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의 문제점을 깨닫고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게끔 유도하려면 다음과 같이 질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첫째, 상대방이 특정한 행동을 보인 이유를, 그에게 무언가 긍정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몇 가지 생각해본다. 둘째, 자신이 생각한 상대방의 긍정적 의도에 대해 먼저 얘기한다.
셋째, 상대에게 그런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 이유에 대해 묻는다. 넷째, 상대에게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묻는다. 다섯째, 상대가 그러한 해결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묻는다.
◆ 솔직한 피드백의 전제조건, ‘용기’
피드백은 “어떤 행동이나 활동의 결과에 대한 판단 정보를 행동이나 활동의 주체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행동이나 활동의 결과가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행동의 결과를 아는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개선 조치를 취하려는 동기를 느낀다. 따라서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코칭 과정에서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에서 이뤄지는 대화들 중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피드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피드백해 주기를 더 힘들어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솔직하게 피드백했다가 직원들이 방어적 태도를 취하거나 토라지거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솔직한 피드백을 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피드백은 주로 두 가지로 이뤄진다.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수정해 주는 교정적 피드백(corrective feedback), 바람직한 행동의 반복을 유도하는 강화적 피드백(reinforcing feedback)이다.
사람들은 강화적 피드백보다 교정적 피드백을 더 어렵게 느낀다. 아래와 같이 교정적 피드백을 하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람직한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우선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에 관련된 사실에 대해 감정을 덜어낸 상태에서 담담하게 기술한다. 둘째, 그러한 상황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마음껏 표현한다.
셋째, 문제 상황이 가져올 수 있는 파급효과 또는 자신이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의도에 대해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해결 방안을 제안하거나 상대에게 해결 방안에 대해 묻는다.
코칭 스킬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리더가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직원들은 리더가 자신을 성과 달성의 수단이 아니라 인격체로 대할 때 리더를 믿고 따른다.
리더가 진정으로 직원들의 안녕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 없이 단순히 실적을 올리기 위해 코칭 스킬을 활용한다면 결실을 얻기 힘들다.
노자는 아랫사람들이 욕하는 리더가 최악이고 두려워하는 리더가 그다음이며 최고의 리더는 사람들이 우리 스스로 해냈다고 말하게 만드는 리더라고 했다. 아랫사람들이 내 스스로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리더, 그가 바로 탁월한 코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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