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잘못된 정보들…비판적 사고로 정보의 ‘품질’ 판단해야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을 재조명하는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근거 없는 주장이 커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SNS를 통한 보도가 언론을 통해서까지 확산되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고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세 모자 사건’, ‘채선당 사건’ 등 정확한 취재 없이 한쪽의 일방적 이야기만 듣고 자극적인 보도를 전하는 언론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속보’와 ‘조회수’에 집착하는 언론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0번 버스’ 논란 사건
얼마 전 서울 240번 버스에서 아이만 정류장에 내리고 엄마가 미처 내리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한 누리꾼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버스 운전사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자극적인 비난으로 가득한 글이 삽시간에 퍼졌다. 이 글은 사건 발생일 하루 동안에만 트위터에서 2700여 건의 트윗이 발생될 만큼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최초 유포자의 글을 시작으로 온라인에서 버스 운전사를 탓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3일 동안 이 사건의 관련 연관어로 ‘마녀사냥(3305건)’, ‘욕(3087건)’, ‘틀리다(630건)’, ‘나쁜(506건)’, ‘부당한(399건)’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경찰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결과 버스 운전사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면서 이번에는 아이 관리를 못한 엄마와 최초 유포자로 비난의 대상이 바뀌었다. 이번 사건은 누구의 잘못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녀사냥을 부추길 수 있는 SNS의 부정적인 기능을 잘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이제 SNS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화두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강서구 장애학교 건립과 관련해 ‘무릎 꿇은 어머니 사진’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건립 서명운동이 일어 8만 명 이상이 서명하고 장애학교 설립 여론이 확산됐다. 더 나아가 잘 몰랐던 서울시 내 장애학교 개수와 실태 등을 알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얻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폭행당한 사진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여론을 모으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물론 피해자든 가해자든 개인 신상까지 SNS를 통해 번졌던 것은 문제로 지적됐지만 SNS가 여론 형성에 주요한 매체라는 인식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이렇듯이 SNS를 통해 이슈를 빨리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한 정보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은 문제다. 따라서 ‘정보의 무비판적 수용’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 SNS 정보 관련 감성어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정보를 무비판적 또는 비판적으로 수용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면 ‘믿다’, ‘확산’ 등의 표현으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비율이 65%, ‘쓸데없는’, ‘믿지 않는다’ 등으로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비율이 35%로 나타난다.
10명 중 약 7명이 SNS의 정보를 정확성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SNS 특성상 이슈 정보는 이에 대한 댓글 여론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점점 댓글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해당 콘텐츠의 판단을 다른 사람이 작성한 댓글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고 결국 해당 글에 대한 사실 여부의 판단 단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SNS 정보의 무비판적 수용은 파급력이 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앞서 언급한 240번 버스의 마녀사냥이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부산 여중생 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경찰관의 딸이라는 루머나 태풍 ‘어마’로 마이애미공항이 잠겼다는 가짜 영상 등은 모두 무비판적 정보 수용의 결과물이다.
댓글을 작성하는 심리는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올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뿐만 아니라 비판 여론이 상대적으로 더 쉽게 퍼진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무비판적 정보 수용으로 죄 없는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정보를 받아들일 때 주의해야 한다.
SNS를 통해 화제가 됐던 사건을 사회·정치·연예 분야로 나눠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사회’ 분야가 45%, ‘정치’ 분야가 41%, ‘연예’ 분야가 14%를 차지한다.
특히 올해 9월까지 ‘사회’ 분야와 관련된 키워드는 ‘폭력’ 1346건, ‘교육’ 1334, ‘사과문’ 850건 등으로 여중생 폭행 사건 관련 키워드가 많이 나타났다. ‘정치’ 분야 키워드로는 ‘대선’ 3094건, ‘정치’ 1730건, ‘수사’ 1625건 등으로 국정농단 사태와 장미 대선 관련 키워드가 주를 이뤘다. ◆SNS 정보 무비판적 수용 65%
반면 ‘연예’ 관련 키워드는 ‘열애’ 1466건, ‘결별’ 433건, ‘사생활’ 415건 등 주로 스타들의 사생활에 관한 특종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정치·사회적 이슈가 많았던 해인 만큼 연예 분야 대비 정치 분야나 사회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SNS 화제 관련 인물 상위 연관어에는 ‘의원’이라는 키워드가 4934건으로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화제 분야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도별로 비교 분석해 보면 정치 분야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정치 분야가 SNS에서 화제가 된 비율은 6%에 불과했지만 2016년 들어 28%, 2017년에는 41%까지 상승했다. 2016년을 시작으로 SNS에서 정치와 관련된 여론이 많이 확산됨에 따라 연예 분야는 주춤하는 추세다.
SNS를 단순히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분야에 대한 부조리와 불만을 SNS로 ‘정의구현’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파격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한동안 정치 분야의 SNS 화제 비율은 계속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미래 핵심 역량
디지털 시대의 리터러시(literacy :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는 ‘우리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게시하는가’, ‘데이터를 누가 어떤 방법으로 이용하는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의미한다.
이제는 SNS 정보의 무비판적 수용에 빠지지 않기 위해 비판적 사고로 정보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능력이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정보 검색 능력을 넘어 자신에게 필요하고 올바른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분별 있게 활용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다. 선진국에서는 21세기 미래 핵심 역량으로도 꼽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정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정보가 우리를 찾는 시대다. 정보는 우리가 어딜 가든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 시간을 절약하는 도구들은 시간을 아껴 주는 장점은 있지만 선택의 자유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최초로 나타난 디지털 필터는 검색엔진이다. 많은 상업적 검색엔진 회사들이 하나둘씩 정리되면서 지금은 몇몇 회사에 정보가 독점 공급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과거에 정치권력이 국민의 생각과 알 권리를 통제해 거짓 정보를 유통하는 전략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도 정보를 통제할 수 있으면 국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SNS라는 공간에서 정치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곳 역시 SNS라고 정치권에서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월드와이드웹이 발달하면서 우리 대부분은 수집가가 됐다. 좋은 데이터를 찾아 기억하기보
다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접하고 수집하는지가 현대사회의 능력으로 비쳐지고 있다.
여행 배낭을 꾸릴 때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빼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듯이 이제는 정보의 흐름을 스스로 통제하는 필터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좋아요’라는 버튼으로 공감하는 콘텐츠를 선별하듯이 ‘사실인가요’라는 버튼으로 사실 확인을 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규범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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