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철강산업]
인도·이란 생산량 확대 ‘제2 공급과잉’ 우려…후판 가격 등 변수
철강, 中 생산감축 ‘반사이익’ 이어갈까
(사진)제철소에서 노동자들이 철강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한국경제신문)

(편집자 주/)한동안 부진에 신음하던 철강 기업들이 올 3분기에는 확실한 상승세에 올라탔다. 2015년 절정을 이뤘던 전 세계 철강 공급 초과 현상이 비로소 해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철강업계의 ‘봄날’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철강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맏형’ 포스코는 3분기 영업이익 1조1257억원, 매출액 15조36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8%, 18% 성장한 수치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2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복귀하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의 철강 산업 구조조정, 신흥국·개도국의 견조한 수요 성장 기대로 철강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3분기 매출액 4조8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396억원으로 다소 감소했다. 현대제철 측은 3분기 실적에 대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과 건설 수요 호조에 힘입은 봉형강류 판매 증가, 지속적인 원가절감에 힘입어 양호한 경영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中 공급 축소로 ‘모처럼 맑음’

아직 성적표를 내놓지 않은 기업들 또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고려아연은 매출액 1조6212억원, 영업이익 2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44.9%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밖에 동국제강·세아베스틸·세아제강 등이 더 나아진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 산업은 중국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올 하반기 철강업계가 웃음 지을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철강 공급 감소 덕분이었다.

중국은 환경오염 유발 원인으로 철강 생산을 지목하며 생산량을 차차 줄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2016년에만 8000만 톤 수준의 철강 생산능력을 폐쇄했다. 이러한 중국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국내에 수입되는 철강 물량이 줄어들어 국내 철강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 중국은 2020년까지 1억5000만 톤의 철강 생산능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철강은 타 산업군의 경기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표적인 산업군으로는 건설·조선·자동차 등이 있다. 건설 및 조선 자재와 자동차를 만들 때 쓰이는 재료로 철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조선은 철강 수요를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 조선은 해운업 경기 침체로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망설였고 자연스레 철강 수요가 줄었다.

자동차 또한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파업 등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자동차용 강판은 톤당 80만원 수준의 상당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철강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 상승에 큰 영향을 준다.

3분기 철강 산업을 이끈 것은 건설 시장의 호조였다. 봉강(철근)·H형강 등 건설에 사용되는 자재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당분간 건설자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으로 공급과잉의 절정을 겪어야만 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이 연간 쏟아낸 철강량만 1억1100만 톤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 전체 소
비량을 초과하는 수치였다.
철강, 中 생산감축 ‘반사이익’ 이어갈까
◆하반기 명운 좌우할 후판 가격 인상

세계적 철강 기업들의 실적은 이로 인해 휘청거렸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2015년부터 스스로 공급을 줄이며 철강의 수요와 공급이 다소 균형을 이뤄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냥 중국만 바라볼 수는 없는 법이다. 공급 축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올해 10월 열린 중국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철강 공급 축소와 관련한 의미 있는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이 아닌 인도·이란 등이 철강 생산량 증가를 예고해 ‘제2의 공급과잉’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는 2030년까지 철강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조금씩 풀려가자 2020년 중반까지 연간 2000만~2500만 톤의 철강 제품을 수출할 계획을 짜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철판을 가리킨다. 선박 건조에 꼭 필요한 제품으로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는 척당 무려 4만 톤의 후판이 들어간다.

조선업계는 해운업 불황으로 가뜩이나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줄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후판 가격 인상은 가당치 않다는 판단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인상된 철광석·유연탄 등 중국산 철강재 가격을 고려해 후판 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10월 19일 조선 및 철강사는 후판 가격 협상에서 단가를 인상하는 방향에 합의했다. 6개월 만의 합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부적인 인상 폭에는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에 이번 하반기 실적이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시황을 마냥 좋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흐름을 이어 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공급 축소를 내년 하반기부터 자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철강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톤당 60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으로 지난해 톤당 40달러까지 떨어졌던 철광석 가격은 올 들어 60~70달러 수준까지 회복됐다. 포스코 측은 올 4분기 철광석 가격이 평균 60~65달러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