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높이며 내년 하반기 철강 시황 악화 가능성 대비 (사진)포스코 직원들이 광양제철소에서 스마트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편집자 주/)한동안 부진에 신음하던 철강 기업들이 올 3분기에는 확실한 상승세에 올라탔다. 2015년 절정을 이뤘던 전 세계 철강 공급 초과 현상이 비로소 해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철강업계의 ‘봄날’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기간산업이었던 철강 산업에 새로운 물결이 밀려왔다. 포스코·현대제철 등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내년 철강 산업은 ‘상고하저’가 예상된다. 상반기는 현재의 좋은 업황을 그대로 이어 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중국이 다시 철강 공급을 재개하며 시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등을 통해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스마트 팩토리’ 가속
포스코는 올해 2월 제조업체 최초로 생산 공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이른바 ‘스마트 공장’을 탄생시켰다. 포스코는 올해 1월부터 AI를 기반으로 한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해 현장에 이를 시범 적용해 왔다.
이 기술은 자동차 강판 생산의 핵심 기술인 용융아연도금(CGL)을 AI로 제어해 도금량 편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AI 기법의 예측 모델과 최적화 기법의 제어 모델을 결합해 도금량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목표량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그간은 수동으로 도금량을 제어해 작업자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하며 고가의 아연이 불가피하게 많이 소모됐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스마트 팩토리 모델 공장을 구축하는 등 AI를 산업 현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해 왔다. 또 향후 해외 소재 법인에도 확대 적용해 세계시장에서 자동차용 도금 강판 기술 경쟁력을 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을 시범 스마트 공장으로 지정했다.
포스코가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면 현대제철은 물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제철은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보안·운송·관리·안전 등 각 부문에서 모바일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실제 생산 과정에서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시뮬레이션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당진제철소를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물류는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와 협력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3분기 철강업계가 오랜만에 숨을 돌렸지만 향후 다가올 상황은 안개가 자욱하다. 따라서 철강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시장에서 ‘강자’ 자리를 굳히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용 도금 강판 생산의 리더다. 대표적 고수익 제품인 자동차용 도금 강판은 현재 세계 800여 개 철강 회사 중 20곳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기준 약 900만 톤의 자동차 강판을 판매해 전 세계 자동차 강판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10대 중 1대는 포스코의 철강을 사용한 셈이다.
포스코는 스마트 팩토리를 자동차용 도금 강판 생산 기지에 도입해 새로운 기술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내진용 철강부터 컬러 강판까지
현대제철도 생산 포트폴리오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제품은 내진용 강재, 고강도 철근, 핫스탬핑강 등이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을 2015년 767만1000톤에서 2016년 824만6000톤까지 늘렸고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불황을 겪던 시절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현대제철은 11월 1일 건축물의 안전 가치를 높이는 내진 강재 브랜드 ‘에이치코어(H-CORE)’를 공식 출시했다. 내진용 전문 철강재 에이치코어는 지진의 충격을 흡수해 지각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 품이다.
일반 강재에 비해 에너지 흡수력과 충격 인성, 용접성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지진 등 자연재해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현대제철의 내진용 철강재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은 ‘컬러 강판’의 1인자로 불린다. 철제 강판에 도금 후 색을 입힌 컬러 강판은 냉장고 등 백색가전에 사용된다. 삼성전자 냉장고의 90%가 동국제강의 컬러 강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동국제강의 고부가 컬러 강판 제품 판매 비율은 17.4%로 매년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자사 컬러 강판 브랜드인 ‘럭스틸’, ‘앱스틸’로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수강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세아베스틸 또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사용 용도별로 고청정베어링강·열처리저변형강·내마모강·고충격인성강·저이방성강·무결함봉강을 ‘6대 특수강’으로 선정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특수강의 내년 출시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돋보기
철강업계, ‘브랜드’를 선점하라
B2C(Business to Customer) 산업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브랜드화’가 철강과 같은 B2B(Business to Business)에도 도입되고 있다.
정이선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0월 ‘철강사 사례로 살펴본 B2B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제품과 서비스는 B2B 시장에서 유사 상품이 확산되거나 가격 압력이 생겼을 때 혹은 경쟁사의 공격적 전략이 시작됐을 때 기존의 시장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일본 1위의 철강 기업인 신일철주금(NSSMC)은 기업 브랜드를 기반으로 사업 부문별 특징에 따라 패밀리 브랜드를 적용했다. 또 봉형강 사업 부문에서는 패밀리 브랜드 ‘스틸아이엔씨(SteeLinC)’를 론칭하고 별도의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기업 브랜드 중심 전략에서 제품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포스코 고유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광고 ‘포스코 기가 스틸(GIGA Steel)’ 편을 시작으로 기업 브랜드 중심에서 제품 브랜드 중심의 홍보에 나서고 있다.
철강업계의 이러한 ‘브랜드화’는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고유명사를 각인시켜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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