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발생 10년 맞아…‘인플레 갭’ 전환 예상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올해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모든 경제 주체는 내년도 경제 전망을 토대로 사업 계획을 짠다.
금융 위기 발생 10년째를 맞는 내년에는 추세적인 변곡점과 새로운 변화가 예상돼 그 어느 해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그런 만큼 선제적인 대응 여부에 따라 경제 주체별로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경기적인 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세계경제가 10년 만에 ‘디플레이션 갭’에서 ‘인플레이션 갭’으로 전환될 첫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디플레 갭은 실제 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것이 마이너스일 때, 인플레 갭은 플러스일 때를 말한다.
◆큰 변화 예상되는 세계경제
디플레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즉 리플레이션은 증시에 호재가 되지만 인플레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은 악재로 작용한다.
절대오차(전망치-실적치)로 평가한 전망 기관별 예측력에서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7%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6% 내외로, 국내총생산(GDP) 갭을 구하면 +0.1% 포인트로 나온다. 10년 만에 디플레 갭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나온다.
국가별로는 미국 경제는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가 제대로 정착되느냐 여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 국익 우선의 보호주의 정책은 국제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리를 챙기는 데는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 재확충, 세제 개혁안 등과 같은 대내 정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내년 11월에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어 의외로 큰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예측 기관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크게 올려 잡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MF는 내년 성장률을 2.3%로 내다봐 올해에 비해 0.1%포인트 올라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분열 조짐을 보였던 유럽 경제는 올해 3월 네덜란드 총선, 5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의 총선을 거치면서 ‘통합’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거 결과가 나왔다.
테러, 난민, 회원국 내 독립운동 등과 같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내년에는 봉합된 유럽 통합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도교 선거 참패로 위기에 몰렸던 아베 정부가 ‘중의원 해산’이라는 초강수로 일본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 데 성공했지만 내년 일본 경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베노믹스가 1단계(하마다 고이치, 금융 완화)에서 2단계(혼다 에쓰로, 재정지출)로 이행되면서 가뜩이나 많은 국가 채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올해 성장률은 1.5%까지 회복하다가 내년에는 0.7%로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는 특별한 해다. 6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던 성장률이 회복되고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도 크게 올랐다. 위안화 가치도 최소한 미국 달러화에 대해서는 평가절상됐다. ‘트리플 강세’다. 경제 외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열렸던 18기 당 대회를 통해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내년에는 ‘신창타이(new normal)’ 성장률(6.5~7%)을 달성하는 가운데 위안화 국제화 과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국제화는 국제 교역과 각국 외화 보유에서 위안화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가 내부적인 결함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자리 잡는다면 7%대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올 한 해 가장 격변을 치른 국가는 한국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날과 관련해 비관론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 향후 경제 전망 우려 제기
경제개발 시작 이후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의 생산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특히 청년층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정책 당국이나 정책에 대한 신뢰도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당리당략에 국민과 한국 경제의 앞날은 뒷전이다.
신뢰 회복의 ‘골든타임’까지 놓쳐 이제는 한국도 일본처럼 아무리 좋은 정책 신호를 준다고 하더라도 정책 수용층은 정작 반응하지 않는 ‘좀비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높아진 국제 위상에 맞게 내수 시장이 발전되지 않아 통상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특히 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며 착시 현상까지 겹치면서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통상 마찰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점도 한국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나라 안팎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중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비교적 밝은 IMF와 같은 해외 기관일수록 ‘한국 경제가 질적인 면에서는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평가를 과연 문재인 정부가 불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많은 정책을 내놓기보다 정치권과 정책 당국의 ‘마라도나 효과(마라도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 수비수가 미리 행동하면 다른 쪽에 공간이 생겨 골 넣기가 쉽다는 의미)’가 절실하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수용층이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 : 공익을 위하여)’ 정신을 발휘한다면 고질적인 비관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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