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백화점 맛집 전쟁]
만다복·봉우리·평양면옥·장진우식당 유치…집객 및 매출 증대 효과 노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맛집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선 백화점 입점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요즘 맛집을 즐겨 찾아다니는 이른바 ‘식객(食客)’들에게 공공연하게 도는 얘기다. 최근 백화점들이 맛집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오래된 노포(老鋪)에서부터 유명 요리사들이 출점한 음식점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웬만한 맛집은 이제 백화점에 다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백화점들은 맛집 유치를 통해 ‘집객’은 물론 그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까지 노리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가까운 백화점에 다양한 맛집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이전처럼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발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스레 맛집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이제 백화점으로 향하게 됐다. 과거 백화점들이 집객을 위해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유치해 왔다면 이제는 맛집을 통해 ‘손님 모시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목적은 당연히 매출 증대다. 백화점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이들이 자연스럽게 옷이나 생활용품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해 매출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 대부분의 백화점 맛집들이 지하나 꼭대기 층에 집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하나 꼭대기 층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맛집들을 배치해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상·하위층으로 이동하며 쇼핑할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한 전략이다.

매장이나 품질관리를 고려해 백화점 입점을 꺼렸던 맛집들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백화점에 입점한 맛집들 대부분이 더욱 유명세를 떨치며 규모가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맛집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음에 따라 최근 맛집 유치가 이전보다 한결 수월해졌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맛집이 백화점 집객을 위한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백화점들 간의 맛집 유치전 또한 치열하다. 주요 백화점들의 맛집 유치 현황과 향후 계획을 살펴봤다.

◆롯데백화점 “테마별 맛집 공간으로 취향 저격”
‘멋’보다 ‘맛’에 빠진 백화점 ‘맛집 전쟁’
(사진)롯데백화점 만다복.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내에 다양한 테마별 맛집 공간을 내세워 고객 입맛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올해 1월부터 리뉴얼을 통해 3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 매장을 열었다.

특히 고객들의 발길을 끄는 곳은 ‘만다복’과 ‘다이치’다. 만다복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1982년부터 35년째 운영 중인 중식당이다. ‘전국 3대 짜장면 맛집’으로 꼽힌다. 대표 메뉴는 백년짜장으로 일반 짜장면과 다른 하얀 빛깔과 담백한 맛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숙성 돈가스 전문점인 다이치는 일본에서 건너와 입점했다. 1940년대 일본 가나가와현의 본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일본 전역에 50개 매장을 운영 중인 곳이다. 숙성된 돼지고기 등심을 이용해 만든 진한 육향의 돈가스가 유명하다.

노포 매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면서 고객들이 몰려들자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내에서 맛집이 차지하는 면적을 점차 늘려 나가는 추세다.

잠실점에서는 5월부터 펍(영국식 선술집) 콘셉트의 ‘오픈 다이닝존’을 개장했다. 오픈 다이닝존은 펍 매장의 특성상 문을 닫는 시간이 오후 9시 30분이다. 퇴근 후 직장인들을 겨냥해 백화점 내 다른 매장보다 폐점을 한 시간 늦췄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중식 전문가인 이연복 셰프의 딤섬 전문점 ‘교자란’이다. 교자란의 대표 메뉴는 얇은 피와 진한 육향을 뿜어내는 고기만두, 바삭한 식감과 새우로 속이 꽉 찬 멘보샤 등이다. 이를 맛보려는 이들이 연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맛집을 유치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롯데백화점은 교자란을 내부에 입점시키기 위해 약 1년 가까이 이연복 셰프를 수십 번 넘게 찾아갔다. 이 셰프가 당초 품질관리 등을 우려해 망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의 끈질긴 구애 끝에 입점을 결정하고 현재 수제자인 박건영 셰프에게 롯데백화점 점포를 맡겼다.

부산 광안리에서 입소문이 난 칵테일·수제맥주 전문점 ‘모히또바 인 오션’도 오픈 다이닝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국 수제 맥주 판매 1위 브랜드인 ‘브루독’에서 선보이는 베스트셀러 4종 맥주와 신선한 재료로 만든 1리터 대용량의 모히또 등이 대표 메뉴다.

서울 중구에 자리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도 ‘봉피양’·‘판다익스프레스’·‘한성돈가스’ 등 다양한 맛집이 자리해 있다. 봉피양은 탄력 있는 식감의 메밀면과 쇠고기 육향을 살린 진한 육수가 특징인 평양냉면집이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서 소개될 정도로 알아주는 맛집이다.

봉피양의 조리장인 김태원 장인은 60년 넘게 냉면을 위한 육수를 고아 냈다. 그는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육수의 조합으로 봉피양만의 색다른 맛을 만들어 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캐주얼한 중식을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새콤달콤한 ‘오렌지 치킨’과 보들보들한 식감의 ‘차우미엔’이 가장 잘나가는 메뉴다.
서울 3대 돈가스로 유명한 한성돈가스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맛볼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담백한 맛의 돈가스와 비후가스(비프커틀릿)다.

유명 셰프가 선보이는 디저트 매장과 다양한 해외 유명 디저트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프랑스의 대표 오트 데세르(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인 ‘위고에빅토르(Hugo&Victor)’ 매장이 들어섰다.

위고에빅토르는 프랑스 파리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기 사부아(Guy Savoy)’의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 출신 위그 푸제 셰프가 2010년 론칭한 디저트 전문점이다. 화려한 맛과 디자인의 타르트·마카롱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판매 중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파리 최고라고 극찬한 피낭시에도 위고에빅토르에서 판매한다. 피낭시에는 부드럽고 진한 버터 향에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가진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 중 하나다.

홍콩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한다는 망고 주스 전문점 ‘허유산’도 입점했다. 허유산은 달콤한 망고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린 음료를 판매한다. 중국·말레이시아·마카오 등에 25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롯데백화점에서 올해 초 처음 들여왔다.

신선하고 다양한 망고 주스와 함께 망고 모찌, 망고 팬케이크, 망고 푸딩, 망고 추이볼 등 총 30여 종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월드 잠실점에는 올해 상반기에 총 20여 개의 국내외 디저트 브랜드로 구성된 ‘베이커리 존’을 오픈하기도 했다. 특히 베이커리 존에 입점한 곳들 중 몇몇 매장은 인기 있는 대표 메뉴만 판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입점 업체들은 매장 면적을 줄여 비용 부담을 덜고 백화점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홍콩 디저트 브랜드 ‘구슐바우어’는 대표 메뉴인 ‘데빌치즈번’ 품목만 판매하고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팥고당’에서 만든 ‘네모난팩토리’는 ‘팥고당 팥빵’, ‘소보로 팥빵’ 등 대표 메뉴 20종만 진열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식품 매장은 직간접적으로 전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롯데백화점은 이를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숨은 맛집을 찾아내는 데 보다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식품개발위원회’ 만들어 맛집 유치 총력
‘멋’보다 ‘맛’에 빠진 백화점 ‘맛집 전쟁’
(사진)현대박화점 빙수 전문점 밀탑.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도 다양한 맛집 유치를 통한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차별화된 맛집 유치에 성공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강남 한정식 맛집으로 유명한 ‘봉우리’는 2015년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열었는데, 이제는 어느덧 판교를 대표하는 맛집이 됐다.

봉우리는 김치 명인 이하연 씨와 한정식 명인 김성근 씨 등이 함께해 온 대표 한정식 브랜드다. ‘품격 있는 상차림, 자연과 진심을 담은 밥상’을 표방하는 캐주얼 한정식당으로, 마음에 드는 메뉴를 직접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서울 북창동에서 5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메밀 국숫집 ‘송옥’도 봉우리와 같은 시기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어갔다. 메밀국수와 가락국수가 대표 메뉴로, 국내 유일의 정통 한국식 국수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곳이다. 송옥 판교점은 본점 1세대 장인이 직접 전수한 전통 비법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전주비빔밥 식당으로 2011년 미슐랭 가이드 한국 편에 당당히 소개돼 이름을 알린 ‘한국집’ 역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대표하는 맛집 중 하나다.

역대 대통령과 예술인이 사랑한 맛집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한국집은 6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온 장과 수십 년간 저장해 오며 간수를 뺀 곰소 천일염으로 맛을 낸 고추장 맛이 일품이다.

현대백화점 천호점 식품관은 최근 리뉴얼을 마치면서 맛집 50여 곳으로 중무장했다. 2개 층으로 나뉘어 있던 식품관을 지하 2층에 하나로 통합했고 면적도 이전 대비 40% 늘려 5300㎡(1600평) 규모로 꾸몄다.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된 칼국수 전문점 ‘황생가’가 천호점에 들어갔다. 빕구르망은 미슐랭 가이드가 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맛을 두루 갖춘 곳을 찾아 선정한다.

경리단길 티라미슈 맛집 ‘비스테카’, 양곱창을 주재료로 한 청담동 대표 맛집 ‘양마니’ 등 유명 맛집도 천호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직접 키워낸 맛집도 있다. 바로 빙수 전문점 ‘밀탑’이다. 밀탑은 현대백화점과 현대아울렛 등 총 15개 점포에서 현재 운영 중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여름이 되면 밀탑에 가려고 현대백화점을 찾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밀탑은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오픈 당시 생과일 주스 코너로 입점했다. 하지만 기본기를 충실히 지켜 만든 팥빙수가 큰 인기를 끌자 빙수 전문점으로 전향했다. 인스턴트 재료는 일절 쓰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팥은 알갱이가 터지기 직전까지 오동통하게 매일 삶아 내고 떡은 아침마다 떡집에서 빼온다. 이처럼 매일매일 깐깐하게 재료를 준비하다 보니 주방 인원만 10명이다. 하루 종일 팥만 삶는 직원, 떡만 써는 직원, 과일만 깎는 직원 등으로 일도 세분화해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계속해 다양한 맛집 유치를 통한 고객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16년부터 백화점 식당가와 식품관 맛집 유치를 담당하는 ‘식품개발위원회’까지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현대백화점 식품 바이어 외에 유명 셰프와 브랜드 소싱 전문가, 식품 전문 컨설턴트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내외 최신 식품 트렌트를 분석해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식품 트렌드의 변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면서 “식품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검증과 시장 분석을 통해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차별화된 맛집으로 승부”
‘멋’보다 ‘맛’에 빠진 백화점 ‘맛집 전쟁’
(사진)신세계백화점 센텀 시티 식당가.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도 잇단 리뉴얼을 통해 점포별 식당가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6년 2월 증축 오픈한 신세계 강남점 식당가에는 유명 맛집들이 대거 들어왔다.

3대째 영업 중인 ‘평양면옥’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자랑하는 맛집이다. 그간 백화점에 매장을 내지 않았는데 업계 최초로 신세계백화점이 유치했다. 평양면옥의 면은 메밀 함량이 80~90%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구수한 메밀 향과 담백한 육수가 어우러져 오랜 기간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파인다이닝(최고급 레스토랑) 셰프인 이형준 셰프를 포섭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한남동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수마린’과 식료품점 겸 카페 콘셉트의 ‘에피세리 꼴라주’에 이은 이형준 셰프의 셋째 식당 ‘꼴라주’가 들어서게 됐다.

도쿄 아자부·아오야마·신주쿠 등 곳곳에 지점을 가진 일본 구라야미자카 미야시타 주식회사와 기술제휴한 소바, 우동 전문점 ‘히바린’도 국내 1호점으로 입점했다.

이 밖에 한남동의 퓨전 태국 식당 ‘타마린드’, 이탈리아 농무부에서 규정한 화덕의 종류·피자크기·반죽 방법 등 8가지 조건을 준수해 국내 최초로 나폴리피자협회의 인증서를 획득한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담양에서 가장 유명한 떡갈비 맛집 ‘덕인관’까지 각 분야의 최고의 맛집만 모은 식당가를 완성했다.

2015년 재정비를 마친 신세계 영등포점 식당가는 강남·홍대의 트렌디한 맛집이 어우러진 식당가로 전격 변신했다. 강남과 홍대에서 줄 서서 기다리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맛집만 엄선해 유치했다는 설명이다.

전국 5대 짬뽕인 영빈루의 셋째 아들이 운영하고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방송 등에 소개돼 가장 핫한 중식 브랜드로 떠오르는 ‘초마’의 불맛 짬뽕을 영등포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홍대에서 구슬함박·함박식당과 함께 3대 함박스테이크(햄버그스테이크)로 불리며 개인의 취향대로 양과 굽기 조절이 가능한 동양식 스테이크 전문점 ‘후쿠오카 함바그’도 영등포점에서 성업 중이다.

호텔 출신의 셰프가 지속적으로 메뉴를 개발해 일본 고유의 정갈한 맛을 50가지 이상의 메뉴로 선보이는 캐주얼 일식 ‘코바치’도 대표적인 영등포점 맛집으로 꼽힌다.

올해 개점 10주년을 맞은 신세계 경기점도 7월 전면 리뉴얼을 마치고 수도권 남부 고객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다.

지상 7층에 총 4400㎡(1330평) 규모로 선보인 식당가는 개점 이후 10년 만에 첫 리뉴얼을 진행했다. 전통 및 신규 맛집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해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간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전통의 유명 노포 평양냉면 전문점 ‘을밀대’와 서초동 두부 전문점 ‘백년옥’이 백화점 최초로 입점한 것이다.

‘을밀대’는 한국 5대 평양냉면집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전국적인 맛집이다. ‘백년옥’은 100% 국산 콩과 재래식 방법으로 두부를 생산해 미슐랭 가이드에도 선정될 만큼 맛이 우수하다. 서초동 본점 앞에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다.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신규 맛집들도 대거 입점했다. 강남에서 크림카레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가정식 전문점 ‘토끼정’과 홍대 수제 버거 전문점 ‘아이엠어버거’가 영업 중이고 태국 요리 전문점 ‘콘타이’도 들어서 태국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맛집을 유치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해당 맛집이 타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지 여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요즘에는 맛집 먹거리가 백화점으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힘”이라며 “향후에도 기존에 백화점에서 만날 수 없었던 맛집들을 입점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갤러리아백화점 “트렌디한 맛집만 모았다”
‘멋’보다 ‘맛’에 빠진 백화점 ‘맛집 전쟁’
(사진)갤러리아 고메이494 전경. /갤러리아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 자리한 식당가 ‘고메이494’는 ‘맛집 유치’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갤러리아는 2012년 압구정점의 지하 1층 식당가를 개편하면서 엄선된 맛집을 한곳에 모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현재 압구정동에서 가장 핫한 공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10개의 식당을 운영하며 ‘장진우 거리’를 조성한 장진우 셰프가 운영하는 ‘장진우 식당’이 2015년 업계 최초로 입점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장진우 식당의 대표 메뉴는 오징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먹물 리조토다.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소문이 자자하다.

종로구 청진동 유명 맛집인 ‘감촌순두부’는 2012년부터 입점해 꾸준한 인기를 끌며 고메이494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감촌순두부는 찌개에 들어가는 육수가 다른 순두부집과 다른 것이 특징이다. 생수나 조개 국물 대신 사골을 푹 고아낸 육수를 사용해 뛰어난 감칠맛을 자랑한다.

올해는 메뉴 구성을 더욱 다양화하자는 전략에 따라 맛집을 추가로 보강했다. 우선 홍대의 유명 라멘 맛집인 ‘하타카분코’를 입점시켰다. 하타카분코는 홍대에서 ‘일본보다 더 맛있는 라멘집’으로 유명하다.

묵직한 돼지 육수로 맛을 낸 한국 돈코츠 라멘 원조 식당이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12년째 블루리본 서베이에 등재되면서 맛을 인정받았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2005년 11월 한국에서 발행된 맛집 평가서다. 즉,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라고 보면 된다. 하타카분코는 갤러리아가 삼고초려한 끝에 입점을 결정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 서울식 불고기 원조인 ‘한일관’, 신라호텔 출신의 송웅식 셰프가 이끄는 정통 스시 전문점 ‘스시도로코이끼’, 러시아 모스크바에만 6개의 식음료점을 운영하는 니나 구드코바 셰프의 디저트 카페 ‘컨버세이션’, 1998년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베트남 음식을 소개해 온 ‘리틀 사이공’ 등이 새롭게 고메이494에 들어왔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신규 식당 브랜드 오픈으로 고메이494는 한국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갖추게 됐다”며 “향후에도 트렌디한 맛집을 다양하게 선보여 기존의 명성을 이어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터뷰-양현모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바이어
“하루 4끼 먹는다는 생각으로 맛집 찾아다녀”
‘멋’보다 ‘맛’에 빠진 백화점 ‘맛집 전쟁’
역사가 오래되고 대를 이어 운영하는 식당일수록 백화점에 유치하기가 어렵다. 이미 장사가 잘되고 있고 백화점에 입점하게 되면 음식 맛을 유지하기 또한 힘들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맛집들을 유치해 내는 임무는 백화점 식품 바이어들의 몫이다. 백화점 바이어들은 맛집을 찾아가 오랜 기간 설득하고 인맥을 쌓으면서 입점시키려고 노력한다.

또한 숨은 맛집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기도 한다. 양현모 롯데백화점 식품 부문 바이어를 만나 바이어들의 업무와 맛집 유치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Q.식품 부문 바이어가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식품관 및 식당가의 브랜드 도입 및 행사 유치에 관한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맛집 유치 과정은 이렇습니다. 가장 먼저 브랜드를 찾고 그다음 맛집을 방문합니다. 위생 등 백화점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죠. 이후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브랜드와 백화점 면적 등 세부적인 입점 가능 여부를 협의해 최종 유치합니다.”

Q.맛집 유치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2건입니다. 첫째는 제주도 맛집을 유치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는데 마침 태풍 소식이 들려왔어요. 당일 출발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행기를 탔고 여기에 감동한 맛집 사장님께서 입점을 결정해 주셨어요.

둘째는 지방에 있는 유명 맛집이에요. 서울에 있는 매장에 유치하기 위해 계속 연락했지만 사장이 바빠서 방문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저녁 8시가 넘는 시간에 전화가 와 매장을 방문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문들 닫은 백화점 매장에 들어가 위치와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해 줬죠. 그 결과 다행히 입점하기로 결정해 줬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Q.평소에도 자주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인가요.

“맛집에 대해서는 매일 바이어들 그리고 파트너사 관계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그리고 주말에도 가족들과 함께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일단 하루에 최소 4끼 이상 먹는다고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어요.”

Q.꼭 유치하고 싶은 맛집이 있나요.

“롯데백화점 내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맛집을 모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현재 가장 유치하고 싶은 맛집은 대한민국의 대표 음식인 삼계탕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삼계탕 맛집을 입점시키고 싶어요.”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