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창 법무법인 화우 미국변호사 인터뷰
-"기업들 '통상' 고려해 내년 경영전략 마련해야" (사진)정기창 법무법인 화우 미국변호사.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미국의 통상 압박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 대로 설정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ITC는 첫해 TRQ 초과 물량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2년째 45%, 3년째 40%로 세율을 각각 정했다. 권고안 대상은 모든 수입 세탁기다.
권고안이 확정되면 연간 250만 대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향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와 기업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까. 정기창 법무법인 화우 미국변호사를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정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한국 정부의 소송 실무 등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국제 통상 분야의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이다.
Q.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세탁기와 관련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전체 보고서는 12월 말 공개되는데 아마 수백 페이지가 될 겁니다. 12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안이 전달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 자체가 굉장히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역 규제는 크게 세 가지예요. 반덤핑과 상계관세 부과, 나머지 하나가 세이프가드죠.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는 교역국이 잘못했을 때 당연히 취할 수 있는 무역 구제 조치예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고요. 세이프가드는 앞의 두 가지와 달라요. 해외 업체가 정당하게 기술 개발, 혁신 등을 통해 공정하게 무역을 했더라도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것이 세이프가드죠. 많이 쓰이는 조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미국이 이걸 쓴 것이죠. 수출하는 쪽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Q.권고안만 봤을 때 눈에 띄는 부분이 있나요.
“권고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위원 간에 의견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총 네 명의 위원 가운데 쿼터 내 관세를 부과하지 말자는 쪽과 쿼터 내 20%를 부과하자는 쪽이 각각 두 명이었어요. 결국 위원회는 이들 의견을 따로 담아 2개의 권고안을 마련했죠. 두 가지 모두 한국에는 불리하지만 특히 쿼터 내 2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 삼성이나 LG 같은 한국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과거 한·미 세탁기 분쟁에서 문제가 됐던 관세율이 10%였어요. 그 두 배로 관세를 책정하겠다는 얘기예요. 물론 권고안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 따라 한국은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빠져 있어요.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피해를 보지 않지만 삼성과 LG같은 한국 기업들이 많은 물량의 세탁기를 해외에서 생산해 문제죠.”
Q.정부가 미국의 권고안이 확정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승소 가능성이 있을까요.
“WTO나 한·미 FTA 협정문을 보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은 예상하지 못한 수입품이 급증해 자국 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판명되는 경우예요. 미국도 이번에 수입품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세탁기 제조업체인 월풀의 청원을 받아들여 조사한 뒤 이와 관련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작성했고요. 하지만 과연 미국 내에서 ‘한국 업체들이 생산한 세탁기 수입이 예상 못할 정도로 급증한 것인가’라는 부분은 다퉈볼 여지가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 세탁기에 대해 몇 년째 한국과 미국이 서로 분쟁하고 있습니다. 월풀은 분명히 그간 계속해서 매년 삼성이나 LG 세탁기의 미국 내 수입량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것이 과연 세이프가드를 해야 할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을까요. 이 부분을 반드시 짚고 가야 합니다.”
Q.세탁기에 이어 다른 품목에서도 세이프가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월풀의 청원에 따라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이 마련된 것처럼 미국 내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자기들의 시장을 지키려고 하는 회사가 반드시 또 있을 겁니다. 그런 회사들이 어떤 산업군에 분포해 있을지 파악해야 해요. 그리고 대비해야 하죠. 만약 어떤 미국 기업이 월풀과 비슷한 청원을 준비한다고 하면 소문이 미국 내 변호사들 사이에서 돌 때가 많아요. 현지 모니터링 등을 강화해 이런 소문들도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Q.한국 기업들은 여기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한국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바뀌어야 해요. 보다 정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교과서적인 답변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해법입니다. 최근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검열이 한층 강화됐어요. 한국 기업들은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점검해 원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품목이라고 해서 갑자기 싼값에 들어가면 미국 기업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수 있어요. 또 하나, 아주 중요한 게 있어요. 기업들이 매년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국제 통상 부문 역시 중요 고려 요소로 넣어야 해요. 그래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한국이 무역 규모가 큰 반면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통상과 관련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죠. 정부 차원에서 통상 전문 인력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enyou@hankyung.com
◆돋보기: 화우 국제무역통상팀
통상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독보적인 경쟁력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외국 정부의 수입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외국 로펌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외국 로펌들은 국내 법령 등 각종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환경과 기업 문화를 잘 알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외국어로 모든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업무 처리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러한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2014년 대형 로펌 가운데 최초로 국제무역통상팀을 출범시켰다. 외부 통상 전문가들을 집중 영입해 팀을 구성했다.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를 역임한 박상기 고문을 주축으로 정동원·이성범·윤영균 변호사, 유지열·정기창 외국변호사, 한동운 회계사 등이 현재 팀원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를 당사자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은 주로 미국 등 외국 로펌들이 독식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우가 한국 정부를 대리해 굵직한 WTO 분쟁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삼성전자·LG전자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한 한국과 미국 정부 간 WTO 분쟁을 들 수 있다.
화우는 한국 정부를 대리하면서 대응 논리 마련, 서면 작성, 패널 심리 준비 등 분쟁 대응을 주도해 2016년 9월 최종 승소 판정을 이끌어 냈다. 올해도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 업체 및 외교부를 대리해 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화우 관계자는 “국제무역 통상 분야에서 화우가 가진 경쟁력과 전문성은 국내 로펌 중 단연 독보적”이라며 “그동안 국제무역 통상 업무에서 미국 또는 유럽계 로펌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정부 및 국내 기업에 향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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