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장 규모 4조원 전망…해외 기업 등 후발 브랜드도 가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점차 개선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각종 ‘소비’와 관련된 경제지표들은 아직도 과거에 비하면 한겨울이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이런 저성장의 그늘 속에서 백화점이나 편의점·마트 등 유통업계도 어려움에 빠졌다. 실적 측면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고 시장 자체가 포화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예외인 업종도 있다. 다이소로 대표되는 저가 생활용품 시장이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가 생활용품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끄는 원인은 간단하다. ‘저성장’ 때문이다.
경기가 부진할수록 소비자들이 저렴한 것을 찾는다는 것은 유통업계의 오랜 정설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비싼 백화점보다 싼 저가 생활용품점에서 쇼핑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소비 패턴 자체가 변해버린 것도 저가 생활용품점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요즘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합리적 소비’로 요약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남궁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소장은 “다이슨과 같은 고가의 청소기도 최근 잘 팔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대신 일상적인 용품들에 대해서는 저렴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저가 생활용품 시장은 향후에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2016년 약 2조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19년 4조원대로 두 배 정도 커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처럼 저가 생활용품점 시장의 덩치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규 시장 진입자들도 늘고 있어 향후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해외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오래전부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다이소가 저가 생활용품점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긴 하다.
20년 전인 1997년 서울 천호동에서 처음 문을 연 다이소는 급성장을 거듭한 결과 현재 매장 수만 1200개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3055억원, 영업이익은 1131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20% 이상 가파르게 실적이 성장한 만큼 올해는 매출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이소 올해 매출 2조원 넘어서나
다이소는 저가 생활용품점 가운데서도 가격 대비 만족도, 이른바 ‘가성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이소의 상품은 500원부터 최대 5000원의 가격대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2000원 이하의 상품이 85% 정도를 차지한다. 다이소 측에 따르면 진열된 상품의 평균가격은 1200원이다. 소비자들이 다이소에서 1만원으로 약 8개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판매하는 상품 수도 압도적이다. 3만2000여 개의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있다. (사진) 다이소는 매년 실적이 20% 가량 급성장하고 있다. /다이소 제공
여기에 매달 최신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600여 개의 신상품을 출시해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잡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이소에서는 일반적인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애견 용품, 일상 속 편리함을 더해주는 아이디어 상품까지 판매한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상품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다이소에 가면 다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어느덧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주방·욕실 용품 및 디자인 시리즈 등 다양한 상품은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등 2030 자취생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다이소의 제품 구매를 하나의 놀이 콘텐츠로 즐기는 단계로도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만1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네이버 밴드 ‘다이소 털이범’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다이소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쇼핑 ‘인증샷’을 남기거나 매장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상품을 서로 공유한다. 회원들은 적극적으로 상품의 성능에 관해 질문 또는 칭찬하면서 저마다의 ‘인생템’을 논하기도 한다.
다이소가 독주하다시피 하던 저가 생활용품점 시장에 최근 여러 외국계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며 가세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곳은 다이소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미니소다. 미니소는 도쿄를 중심을 활동한 일본 디자이너 미야케 준야와 중국의 기업가 예궈푸 회장이 2013년 9월 창업했다.
중국 광저우를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 전역에 진출한 미니소는 현재 35개국 21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2016년 2월 미니소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준비했다.
6개월 후인 2016년 8월, 대학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신촌에 첫 매장을 오픈하고 미니소의 다양한 글로벌 상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 트렌드를 선도하는 디자인 등 미니소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양새다.
첫 매장 오픈 1년이 조금 넘은 현재 미니소는 전국에 총 5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매장 수를 110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니소의 정확한 실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니소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매출 목표는 550억원, 내년에는 세 배 증가한 1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빠르게 사세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미니소가 국내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주된 배경은 가성비도 가성비지만 무엇보다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잡는 데 주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니소, 한국 제2 거점 눈독
미니소는 총 7개 카테고리에서 2000개가 넘는 상품을 진열 중이다. 이 가운데 일부 제품은 국내 소비자들의 트렌드나 취향을 파악한 뒤 직접 개발해 제작했다.
미니소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매장에서는 글로벌 미니소에 없는 한국만의 문화가 담긴 고유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미니소는 공격적인 점포 확장으로 사세를 늘려나가고 있다. /미니소 제공
매장에서 판매되는 나머지 제품들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충분한 과정을 거친 뒤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제품 개발을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미니소는 800여 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과 함께 2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신제품을 개발한다.
이를 통해 매달 디지털·뷰티·리빙·완구·패션잡화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200개 이상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디자인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니소는 중국에 이어 한국을 ‘제2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향후 다이소의 가장 큰 라이벌은 미니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근에는 드라마 간접광고, 스타 마케팅 등을 진행하며 미니소 알리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덴마크의 대표적 저가 생활용품점인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역시 2016년 8월 서울 명동에 1호점을 연 이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둘째로 문을 열었다. 현재 매장 수를 9개까지 늘리며 사세 확장에 전념하고 있다.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은 매장당 17개의 카테고리에서 3000개의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덴마크 본사에서는 자체 디자인팀과 광고팀·마케팅팀과 협업을 통해 매달 300~400개의 제품을 개발·발굴한다.
본사에서 직접 디자인하는 상품 비율이 50%에 달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디자인 스토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
토종 브랜드 후발 주자로는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다가 올해 7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매각된‘버터’가 있다. 버터는 2014년 9월 서울 홍익대에 첫 매장을 열었다. 현재는 코엑스 타임스퀘어 등 복합몰을 중심으로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버터의 핵심 전략은 소비자의 가성비에 맞춰 유니크한 디자인 트렌드 상품 100여 개를 2주마다 새롭게 선보인다는 데 있다. 다른 저가 생활용품점과 차별적으로 리빙 상품의 비율이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사진) 토종 브랜드 버터는 현재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버터 제공
가격 측면에서는 1만원 이하의 상품 비율이 70%를 넘지 않는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품 기획자가 직접 공장 개발부터 상품 운영까지 업체를 중간에 끼지 않고 관리한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할 당시 모회사의 재정 악화로 출점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주인이 바뀐 데다 저가 생활용품점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시장 성장에 변수
저가 생활용품점들은 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빠른 신제품 출시와 가성비를 앞세워 향후에도 계속 성장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역시 저가 생활용품점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궁설 소장은 “현재 저가 생활용품점이 동네에도 많이 들어가 있다”면서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사람들이 소비를 위해 멀리 나가기를 꺼려 집 근처에 있는 생활 밀착형 용품점들이 계속 잘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성장하는 데 걸림돌도 존재한다. 최근 저가 생활용품점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이 규제를 받지 않아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골목 상권을 위협하는 새로운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가 쇼핑몰에 대한 강력한 정부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취임 직전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를 통해 “다이소는 현행 규제 체계에서는 규제 사각지대에 해당한다”며 “추가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 2회 의무 휴업을 대기업 계열 대형 복합 쇼핑몰에도 적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많은 저가 생활용품점이 대형 복합 매장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며 “규제가 현실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nyou@hankyung.com
◆돋보기
SNS 입소문 타고 대박 난 상품도 많아
(사진) 다이소 네트망.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유행하면서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똑똑한 소비’를 과시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이에 따라 저가 생활용품점에서 판매되는 이른바 ‘가성비 갑’ 상품들이 SNS를 통해 대박을 치는 것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예컨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네트망은 셀프 인테리어 붐을 타고 SNS에 다양한 활용법이 공개되며 입소문을 탔다. 여러 개의 네트망을 이어 붙여 만든 간이 울타리나 선반부터 수납용 바구니, 티테이블까지 다양한 DIY 아이디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반려묘를 키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양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현관에 설치하는 방묘창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다이소가 출시한 전자레인지 라면 용기도 소비자가 올린 이용 후기가 폭발적인 대박 상품을 만든 사례다. 라면과 스프를 넣은 해당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작동하면 별도의 냄비나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라면을 끓일 수 있다. 완성한 라면을 찍어 올린 한 트위터 이용자의 트윗이 리트윗된 결과 판매율이 175%나 뛰었다는 설명이다.
미니소의 ‘듀얼 슬림 블루투스 스피커’도 마찬가지다. ‘가성비 최고’ 스피커로 SNS에서 소개되며 미니소 최대 인기 제품으로 등극했다. 언뜻 보면 수십만원대 고가 상품으로 착각할 정도로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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