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대 등 5명 2관왕…김동원 20회 ‘신기록’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17년 하반기를 주름잡은 최고의 애널리스트들이 가려졌다. 총 36개 부문(섹터)에서 팀(스몰캡) 1곳과 개인 30명(5명 2관왕)이 ‘베스트 애널리스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들은 그 어느 조사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1위 자리에 올랐다. 2017년 상반기 조사와 비교해 8개 부문에서 1위 자리가 바뀌었고 이들 중 4개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린 애널리스트들이 나왔다.
또한 상반기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던 애널리스트 6명 중 2명은 6개월 만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조사 범위를 넓혀 2016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무려 13명이 바뀌었다.
물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이들도 있다. 23명의 애널리스트와 스몰캡팀은 상반기에 이어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한 부문 1위도 어려운 상황에서 2개 부문을 석권한 2관왕도 5명이나 나왔다.
또한 10회 이상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장기 집권자’들의 아성도 건재했다. 2017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의 면면과 1위 비결 그리고 그들이 전망하는 2018년 상반기 유망 업종을 살펴봤다.
2017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명단에는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소속 애널리스트가 상반기에 이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두 리서치센터가 배출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모두 19명(스몰캡팀 포함)으로 전체 31명 중 62%를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가 10명으로 1위, 하나금융투자가 9명으로 2위다.
◆잠 안 자고 발로 뛴 2관왕들
부문별(36개)로 살펴보면 하나금융투자가 13개 부문, 신한금융투자가 10개 부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서 2관왕이 4명 나왔기 때문에 부문별 1위는 하나금융투자가 더 많다.
총 5명의 2관왕이 나온 이번 조사에서 하나금융투자 소속인 박종대(유통·소비재), 오진원(보험·지주회사), 이재만(투자·기술적 분석), 김용구(시황·파생상품) 애널리스트가 2관왕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2013년부터 7회 연속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진원 애널리스트 역시 2016년 하반기 조사에서 2관왕에 등극한 이후 3회 연속으로 2관왕에 올랐다.
이재만·김용구 애널리스트는 처음으로 2관왕이 됐다. 애널리스트 경력 14년 차인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2016년 하반기 조사에서 생애 첫 1위(기술적 분석)에 오른데 이어 1년 만에 투자 부문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김용구 애널리스트 역시 2017년 상반기 조사에서 처음 1위(시황)에 오른데 이어 하반기에는 파생 상품 부문까지 접수하는 저력을 보였다.
나머지 2관왕의 한 자리는 KB투자증권의 김동원(가전·전기전자 및 디스플레이) 애널리스트에게 돌아갔다. 역시 생애 첫 2관왕이다. 하지만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자타가 인정하는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의 애널리스트다. 이번까지 20회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베스트 애널리스트 최장기 집권 신기록의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가전·전기전자·전선 부문 1위까지 차지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2관왕이 5명이나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여러 부문을 휩쓰는 다관왕이 꽤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다관왕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다. 애널리스트 간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실시된 6번의 조사에서 2관왕은 가장 많을 때가 3명이었다. 2014년 상반기 조사 때는 2관왕이 단 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5명의 애널리스트가 2관왕을 차지한 것은 단순히 운이나 경쟁자가 없어서가 아니다.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거둔 성과다.
7회 연속 2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작년까지 4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2017년에는 아예 회사 근처로 집을 옮겼다.
오진원 애널리스트 역시 수면 시간을 최대한 아낀다. 효율적인 수면을 통해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지키고 있다. 밤 12시 이전까지는 공부 아니면 야근이다.
현재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그는 1주일에 수업이 없는 2~3일은 무조건 야근을 한다. 김용구 애널리스트 역시 3~4시간 수면은 기본이다. 매일 같이 새벽 5시에 기상해 업무를 시작한다.
주말을 반납한 이도 있다. 바로 이재만 애널리스트다. 주중에는 기관 및 지점 대상 세미나와 설명회 참석 등으로 자료 분석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자 아예 주말을 자료 수집 및 분석을 위한 시간으로 할애한다.
부지런함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애널리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해외 디스플레이·가전 전시회 참관을 위해 시간이 나는 대로 비행기를 타고 있다.
이들 2관왕의 공통된 고민은 한 가지다. 바로 가족이다. 일에 몰두하다 보니 자연 가정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 모두 한목소리로 가족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70·80년대 출신 애널리스트 전성시대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또 있다. 바로 ‘젊은 애널리스트’의 약진이다. 30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스몰캡 제외)는 1980년대생 14명, 1970년대생 15명, 1960년생 1명 등이다. 비율로 따지면 각각 47%, 50%, 3%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최연소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메리츠종금증권의 김정욱 애널리스트다. 그는 1987년생으로 30세다. 베테랑 애널리스트가 많은 음식료·담배 부문이지만 2016년 상반기부터 4회 연속 1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이들의 경력도 많이 낮아졌다. 경력 1~5년 3명, 6~10년 16명, 11~15년 9명, 16~20년 2명 등이다. 경력 10년 이하의 비율은 63%다.
이 중에서도 김정욱 애널리스트를 포함해 5년 차 이하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홍세종(신한금융투자)·구완성(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등이다. 특히 구완성 애널리스트는 이제 경력 2년 차 새내기다. 제약·바이오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2017년 상반기에 처음 1위에 올라 이번이 벌써 2회째다.
경력 5년 차인 홍세종 애널리스트는 2016년 하반기 신설된 미디어·광고 부문에서 줄곧 1위(3회 연속)를 달리고 있다.
이들 ‘젊은 피 3인방’이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신세대의 도전 정신과 젊은 감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자료에 의지하는 분석보다 직접 체험과 탐방을 중시한다. 한국보다 먼저 저성장 시대를 겪은 일본을 직접 탐방하며 일본 음식료 업체들의 전략과 저성장기 식품 소비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국내시장에 접목했다.
구완성 애널리스트는 남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특이한 이력을 십분 활용한 케이스다.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약을 개발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다양한 바이오 업체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신약 가치를 산정했다.
홍세종 애널리스트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닌 스토리를 담는 보고서 전략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분기 실적 예측에 집중한 반면 그는 자신의 분야(미디어·광고)보다 다양한 이종 산업을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미디어·광고에 접목하는 방법을 구사했다.
◆범상치 않은 새 얼굴 ‘4인방’ 이번 조사에서 생애 첫 1위에 오른 ‘4인방’도 있다. 반도체·컴퓨터 부문 최도연(신한금융투자), 자동차·타이어 부문 김준성(메리츠종금증권), 기계 부문 조철희(한국투자증권), 채권 부문 윤여삼(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4인방은 유독 이력이 화려하다. 애널리스트 경력도 결코 짧지 않다. 이들 중 최연소는 경력 7년 차인 1985년생 조철희 애널리스트다. 그는 보통 2~3개월, 길면 1~2년 안에 끝내는 리서치 어시스턴트(RA) 생활을 3년이나 했다.
그만큼 누구보다 애널리스트로서의 기초를 단단하게 다졌다. 이때의 경험이 다양한 세부 업종과 여러 분야가 합쳐진 기계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조철희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목표로 했던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돼 감회가 새롭다”며 “그동안의 고생을 배로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1982년생, 애널리스트 경력 9년 차인 김준성 애널리스트 역시 오랜 기간 노력해 왔다. 그는 대학 투자동아리 활동 시절부터 애널리스트를 꿈꿔 왔고 RA 생활을 거쳐 2013년 정식으로 애널리스트로 데뷔했다. 이듬해인 2014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9위에 이름을 올리며 성장 가능성을 알렸고 매년 한 단계씩 순위를 끌어올려 왔다.
김준성 애널리스트는 “이 과정까지 오면서 설레었던 과정이 생각난다”며 “그동안 도와준 센터장과 팀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답게 “방대한 데이터 환경 속에서 ‘소리’와 ‘소음’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도연 애널리스트도 남다른 사연이 있다. 나이 40세, 애널리스트 경력 7년 차인 그는 직업 전환으로 뒤늦게 애널리스트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6년 일했다. 공대 출신이어서 리포트 작성이 쉽지 않았다.
최 애널리스트는 남들보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경쟁자들이 걸어다닐 때 뛰어다닌다는 자세로 꾸준히 노렸다. 그는 “애널리스트로 경력 전환을 결심했던 시기가 생각나 만감이 교차한다”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여삼 애널리스트 역시 이번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감회가 남다르다. 40세, 애널리스트 경력 12년 차인 그는 2017년 처음으로 직장을 옮겼다. 익숙했던 회사를 떠나 새로 시작하는 조직에서 산뜻하게 출발하게 됐다.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이직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신경 쓸 일이 많았는데 새로운 둥지에서 일에만 전념하게 해준 회사와 옆에서 항상 응원해 준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장기 집권’으로 베테랑 파워 증명 각 분야의 절대 강자로 꼽히는 베테랑들도 선전했다. 10회 이상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장기 집권자’ 애널리스트는 모두 3명이다. 이들은 조사 때마다 각 부문에서 ‘연속 1위’ 기록을 이어 가고 있다.
2관왕에 오른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2008년 상반기 조사 이후 액정표시장치(LCD)·디스플레이 부문에서 20회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경자(한국투자증권)·윤창용(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역시 자신들의 영역을 쉽게 내주지 않고 있다. 특히 이경자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득세하는 분야인 건설·시멘트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10년 상반기 이후 14회 연속이다. 윤창용 애널리스트 역시 2011년 이후 거시경제 부문 12회 연속 1위를 이어 가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조사에서 아쉽게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에 오르지 못한 강성진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다시 1위로 복귀했다. 업계 11년 차인 그는 2014년 하반기부터 이어 오던 ‘1위’ 타이틀을 놓치면서 연승 행진을 ‘5회’에서 멈춰야 했다. 하지만 심기일전을 통해 1위를 되찾았다.
전통의 강자로 꼽히는 애널리스트들의 활약도 여전했다. 특히 1968년생으로 2017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홍식(통신·초고속인터넷)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3년 상반기 1위를 차지한 이후 빼앗겼던 자리를 2014년 하반기부터 찾아와 7회 연속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원재웅(증권)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하반기부터 7회 연속 1위에 올랐다.
36개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중 유일한 팀 선정인 스몰캡 부문은 이번에도 하나금융투자가 차지했다. 애널리스트 경력 17년 차인 이정기 팀장과 20·30대의 젊은 팀원들의 ‘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몰캡 부문은 중소형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모멘텀 포착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데 하나금융투자 스몰캡팀은 팀장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젊은 팀원들의 빠른 시장 대응, 트렌드 포착 감각이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다. cwy@hankyung.com
[2017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기사 인덱스]
-조사 결과 : 하나금융투자 '전성시대'...4회 연속 대상
-대상 :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법인영업 '절대 강자'
-최우수상 : 신한금융투자, 차별화·과감한 시도 '젊은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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