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재테크’‘디지털 트윈’에서 ‘뜻밖의 발견’‘연결되지 않을 권리’까지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새해의 분야별 핫 키워드는 무엇일까.
2016년과 2017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언급된 상위 키워드를 비교 분석해 △정치·사회 △경제·금융 △제조·정보기술(IT) △소비 라이프 △문화 라이프 등 각각의 분야에서 2018년 키워드를 전망했다. ◆정치·사회 '핸즈 업'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핸즈 업(Hands up)’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손을 들다’라는 의미의 이 단어가 주목되는 이유는 소셜 미디어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됨에 따라 SNS는 일상의 공간에서 가치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견해와 사회적 의식을 표현하고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정치·사회적 분야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사회적 울림이 크다면 SNS를 통해 파급력이 증폭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SNS 관련 상위 감성어를 살펴보면 ‘웃다’, ‘공감’ 등의 키워드가 나타났다. 한편 2017년 들어서는 ‘소문내다’, ‘반대하다’ 등의 키워드가 발견됐다.
다시 말해 2015년과 2016년은 SNS 게시물을 보고 공감하는 것에 그쳤다면 2017년 들어서는 SNS 게시물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사회적 파장이 충분히 크다면 SNS를 통해 파급력이 증폭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에 손을 들어 생각을 표현하는 것, 즉 ‘의식 있음’이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면서 우리 사회는 2018년에 더욱 뚜렷한 주관을 내세우는 ‘핸즈 업’ 사회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경제·금융 '한탕 재테크'
최근 경제·금융 시장에서 ‘비트코인’ 광풍 현상이 심상치 않아 투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격 등락이 매우 심하고 일반 증권시장과 달리 24시간 매매가 가능해 하루 종일 암호화폐 시세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비트코인 좀비’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열풍 현상은 사회·경제적 불안에 따른 한탕주의 풍조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사기나 도박 등 한탕주의에 대한 관심이 점점 치솟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5년 ‘한탕주의’란 언급은 3만3593회에 그쳤지만 2017년에는 9만2546건으로 무려 3배 정도 급증했다. 2017년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의미로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고 소비하는 이른바 ‘욜로(YOLO)’ 열풍과 함께 짠돌이 연예인 김생민 씨의 영향으로 알뜰한 소비와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지만 이와 정반대로 한방의 운을 노리는 ‘한탕주의’ 심리도 경제·금융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IT '디지털 융합'
기술 발달로 오프라인에서는 무인 카페나 무인 편의점 등 비대면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기술 발달은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관심을 급증시켰다.
빅데이터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긍정 비율은 73%, 부정 비율은 27%로 긍정 반응이 높게 나타났지만 우려의 반응이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참신하고 효율적이지만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제조·IT 분야는 현실 제품의 가상 버전이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 되는 ‘디지털 트윈’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이나 시스템의 디지털 버전’을 말하는데,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이를 2018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비트코인 역시 디지털 트윈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은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되기 때문에 보관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도난·분실의 우려가 없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트윈이 최대한의 가상 실험으로 최소한의 실패를 만들어 낼 것이고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안전하게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비 라이프 '연결되지 않을 권리'
SNS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사이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연결이 과잉되다 보니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2015년에는 인간관계를 긍정하는 키워드가 40%로 부정 키워드(42%)와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2016년부터 소폭 감소하면서 2017년에는 긍정 키워드가 27%, 부정 키워드가 56%로 차이가 커졌다.
최근 무인 카페나 무인 편의점 등 무인 점포의 등장은 기술 발전의 일환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인간관계의 피로에 의한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비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현상에 따라 2018년 타인과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해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업무 시간 외에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e메일·전화·메시지 등을 통해 항시적 업무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논의되고 있는 권리 개념이다.
노동자의 여가 시간 보장과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2018년에도 사람 사이의 접촉을 줄여 감정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 라이프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뜻밖의 발견이라는 뜻이다. 대중문화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고정관념이 내재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2017년 중소 연예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가 하면 쇼프로그램 ‘프로듀스101’로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예인 연습생에게도 열광하는 문화가 생겼다. 2016년과 비교해 2017년에 언급량이 급상승한 연예인 1위는 8만7293건의 방탄소년단이다. 또 2위와 4위에는 각각 프로듀스101로 주목 받은 워너원과 뉴이스트가 이름을 올렸다.
또 과거 비인기 소재로 치부되던 낚시 방송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낚시방송뿐만 아니라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 등 음악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잊혔던 옛 음악이 다시 주목받는 음원 역주행 현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중의 적극적 참여와 개입으로 기존 대중문화의 흐름을 뒤집는 역발상이 나타나면서 ‘다(多)중 문화’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18년 방송·문화 분야는 뜻밖의 발견인 ‘세렌디피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