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차별화한 고객 경험 제공 통해 ‘블루보틀’ 등 잠재적 경쟁자 견제

[한경비즈니스 칼럼=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스타벅스는 2017년 9월 기준 세계에 2만6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 중인 글로벌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다.

스타벅스는 2017년 12월 5일 중국 상하이에 새 점포 한 곳을 열었다. 15시간마다 1개의 새로운 점포를 오픈하는 등 중국 내 매장만 3000개 이상을 보유한 스타벅스가 그것도 이미 600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상하이에 신규 점포를 새로 연 것은 흥미로운 뉴스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상하이(Starbucks Reserve Roastery Shanghai)’로 이름 붙여진 이 매장은 보통 점포가 아니다.

◆AR 도입한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

첫째,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상하이는 축구장 절반 크기에 달하는 3만㎡로, 스타벅스 매장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일반 스타벅스 매장과 비교하면 면적이 무려 300배나 차이 난다.

2014년 스타벅스 탄생지인 미국 시애틀에 개장한 초대형 매장보다 두 배 넓다. 엄청난 매장 규모에 걸맞게 바리스타를 포함해 근무자만 400여 명에 이른다.

둘째, 원두 로스팅부터 최종적으로 커피를 제공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거대한 매장에 재현해 고객이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상하이에서는 거대한 매장을 가로지르는 투명 플라스틱 파이프들이 눈에 띈다. 이 파이프는 커피 원두를 매장 내에 설치된 거대한 로스팅 기계들로 이동시킨다.

로스터에서 볶아진 커피 원두는 다시 파이프를 통해 바리스타의 테이블 뒤쪽 원두 디스펜서로 공급된다. 바리스타들은 이 디스펜서의 원두를 이용해 커피를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는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상하이에는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증강현실 기술도 활용됐다. 스타벅스 자체 제작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앱과 연계해 매장 내 원두 정보 및 각종 설비의 역할, 커피 로스팅 과정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포켓몬 고와 유사한 각종 쿠폰 몬스터도 잡을 수 있다.

셋째, 외국 브랜드에 민감한 중국인의 성향을 고려해 인테리어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상하이에는 2층 규모의 초대형 원두 저장고가 자리해 있다. 전각이 새겨진 1000개 이상의 타일을 활용한 원두 저장고의 벽면은 중국 전통 문양을 세련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향 선도자 중심 ‘팬덤’ 형성 목적

전통적 방식의 마케팅·브랜딩 개념이 유효한지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딩 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스타벅스의 이러한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스타벅스의 잠재적 경쟁자로 볼 수 있는 블루보틀·스텀프타운·인텔리젠시아 등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독특한 창업 원칙이나 신념, 세련된 고객 경험 관리를 통해 열광적 추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력한 자본을 등에 업고 글로벌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일례로, 네슬레는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 지분 3분의 2를 약 5000억원에 매입했다. 블루보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를 활용, 자사가 강력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소매 매장용 커피 시장의 매출과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슬레는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블루보틀 오프라인 매장을 낼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2018년 상반기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통해 형성된 취향 선도자 중심의 강력한 팬덤은 일반적 브랜드 활동에 비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입소문 확산이 효과적이다.

블루보틀을 통해 본격화한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의 성장 전략은 스타벅스의 매출에도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스타벅스는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수년 전 고급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리저브(Reserve)’라는 고급 커피 서브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도심권 매장을 중심으로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최근 한 발 더 나아가 매장 경험 자체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바로 상하이의 초대형 플래그십 점포인 것으로 분석된다.

‘플래그십’이라는 단어는 해군 함대에서의 기함을 의미한다. 최고 지휘관이 타고 있는 기함에는 지휘관의 지위를 상징하는 기가 달려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규모와 무장 면에서 가장 뛰어난 배가 일반적으로 기함의 역할을 맡는다.

산업에서 플래그십 매장의 의미도 이와 비슷하다. 특정 브랜드 내에서 규모, 판매 물량, 브랜드 경험 측면의 기함 역할을 하는 매장을 뜻한다.

최근에는 특히 브랜드 경험 측면에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플래그십 매장을 통한 경험 기반의 브랜딩은 이미 B2C 사업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의 취향이 비교적 명확한 기호품 영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커피 시장에서는 커피리브레·테라로사·앤트러사이트 등의 업체가 플래그십 매장에서 형성된 입소문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수를 확대하거나 원두 도소매 판매 규모를 크게 늘려 나가고 있다.

크래프트 비어와 음식점 등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보인다. 소비자 대상 브랜딩이 이미지에 의존하는 광고 중심에서 실질적 경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매장에서의 차별적 경험을 활용한 브랜드 가치 제고 사례는 기호품 이외의 영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젠틀몬스터라는 안경 브랜드는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플래그십 매장 운영을 통해 소비자의 강력한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잘 알려진 업체다.
스타벅스가 중국에 최대 매장 연 이유
(사진) 오래된 목욕탕 건물을 활용해 독특하게 구성한 ‘젠틀몬스터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외부. /젠틀몬스터 홈페이지

젠틀몬스터는 서울 신사동과 홍대 인근, 논현동, 북촌 등과 대구·부산 등에 플래그십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미국·중국·싱가포르 등지에도 플래그십 매장을 잇달아 개장했다.

젠틀몬스터의 각 매장은 ‘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들의 공존’, ‘엔트로피’ 등 현대미술에 등장할 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이는 건물 자체의 파격적 디자인과 함께 방문자들에게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매장 안에서 마치 전시 오브제처럼 놓여 있는 안경들을 자유롭게 착용해 보는 체험은 소비자가 자신의 온·오프라인 지인에게 공유할 만한 독특함이다.
스타벅스가 중국에 최대 매장 연 이유
(사진) 오래된 목욕탕 건물을 활용해 독특하게 구성한 ‘젠틀몬스터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젠틀몬스터 홈페이지

◆온라인 기업도 플래그십 매장에 공들여

최근에는 온라인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은 2015년 아마존 북스토어라는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을 시애틀에 오픈한 이후 현재까지 미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10여 개의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향후에도 점포 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 오프라인 서점들은 아마존 온라인 도서 판매의 플래그십 역할을 수행한다. 아마존에서 가장 별점이 높은 책들이 전시돼 있고 킨들과 같은 아마존의 e북 기기들에 대한 점원의 친절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실물에 대한 경험을 통해 고객에게 실제 경험과 연계된 아마존의 ‘오프라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가 보인다.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에서의 차별화한 경험은 소비자의 체험이 덧씌워져 개인화한 콘텐츠로 전환된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개인화한 콘텐츠가 이미 점령하고 있다.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해당 체험을 한 소비자 개개인을 브랜드 신봉자로 만드는 것은 물론 개인화 콘텐츠에 노출된 다른 소비자의 마음속에도 진정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시킬 수 있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플래그십 매장을 비롯해 오프라인 경험 관리 기반의 브랜딩 활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