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인사이드]
신한·KB 등 통합 자산관리 조직 신설…증권 출신 중용
대표 금융지주사들...자산관리,투자금융 '계열사 경계 허문다'
(사진) KB금융 통합 조직인 자본시장 부문장을 겸직하게 된 윤경은 KB증권 대표. / 사진 제공=KB증권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금융지주사들을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 등 계열사들 간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기업투자금융(CIB)과 자산관리(WM) 부문의 확대다. 은행·증권 등 계열사들을 아우르는 통합 조직을 신설하는가 하면 은행과 증권 간의 크로스 인사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주사 차원에서 그룹 계열사의 고유 자산(고객 예금이나 위탁금, 펀드 등과 무관한 회사 자금)을 한데 묶어 투자 전략을 세우는 ‘유니버설 뱅크’ 모델이다.

눈에 띄는 것은 계열사 간 통합 과정에서 기존의 ‘은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증권업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사들로서는 은행의 기존 예대 마진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 수익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증권업계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움직임이 빨라진 것 또한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는 이미 JP모간·골드만삭스 등 초대형 IB들이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을 중심으로 초대형 IB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금융지주사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신한, 자산운용 컨트롤타워 신한금투 출신으로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 등 그룹 전체의 고유 자산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인 ‘그룹 투자운용사업 부문(GID)’을 신설했다. 지난해 글로벌과 자산관리 부문의 매트릭스 조직인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를 신설한 데 이은 ‘원(ONE) 신한’ 플랫폼 구축의 일환이다. GID 조직은 1월 내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이번 GID 신설에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그룹 차원에서 탄탄한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과거 신한BNP파리바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그룹 내 자산운용 관련 부서를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대표 금융지주사들...자산관리,투자금융 '계열사 경계 허문다'
GID 조직은 신한은행과 신한생명 증권운용부, 신한금융투자 S&T(세일즈&트레이딩)그룹 등 3개 부서를 통합해 각 계열사의 대규모 고유 자산 운용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각 계열사에서 독립적으로 운용하던 자산을 ‘한 주머니’에 담아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룹 차원에서 전체 투자 전략의 방향을 정하게 되고 이를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약 46조원에 달하는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고유 자산 운용을 책임지게 될 ‘수장’으로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이 낙점됐다. 그룹투자운용사업부문장을 맡게 그는 지주 부사장과 은행 부행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신한생명 부사장을 겸직한다. 계열사 내 관련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펀드매니저 중 80여 명이 투입될 예정이며 향후 150명까지 인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이들을 모두 총괄하게 된다.

그만큼 그룹 차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 김 부사장은 은행이 아닌 비은행 출신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외부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동양증권에 23년간 몸담았던 김 부사장은 10년 동안 채권에서 한 우물을 판 ‘채권통’이다. 2012년 신한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겨 S&T그룹 부사장을 맡고 있다.

◆KB그룹 자산관리, 증권 대표가 총괄

KB금융그룹도 통합 자산관리 체제를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KB금융그룹은 은행과 증권의 자본시장 업무를 통합하는 자본시장 부문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KB금융그룹은 이번에 신설된 자본시장 부문을 그룹의 핵심적인 수익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표 금융지주사들...자산관리,투자금융 '계열사 경계 허문다'
이 조직의 수장은 윤경은 KB증권 대표가 맡게 됐다. 윤 대표는 향후 KB증권 대표와 KB금융그룹 통합 조직인 자본시장 부문장을 겸직한다. 지금까지 은행·증권의 통합 업무는 은행이나 지주 출신의 인사가 주도해 왔던 것과 대조되는 인사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공급하는 투자 상품을 은행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에서는 은행 중심의 통합이 유리하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모델이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윤 대표는 향후 KB증권의 S&T 부문과 KB국민은행의 자본시장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또한 그룹의 고유 자산 운용 현황을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며 그룹 전체의 투자 수익 관리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 밖에 윤 대표가 현재 KB증권 내에서도 개인연금·해외투자·신탁·리서치 등 WM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은행과 증권 간 통합 트레이딩센터 구축 등을 진두지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증권업계에서도 해외 영업 전문가로 손꼽힌다. 1987년 외국계 금융사 제럴드 한국지사에서 선물딜러로 금융업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후 BNP파리바·LG선물 등을 거쳐 신한금융투자 국제영업본부장과 부사장, 솔로몬투자증권 대표 등을 지났다. KB증권과 통합하기 전 현대증권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하나, WM·IB 은행-증권 통합 관리

하나금융그룹도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8일 하나금융투자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의 리테일그룹과 IB그룹, S&T그룹 등 3개 체제에서 2개 그룹을 새롭게 신설해 5개 그룹 체제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WM그룹과 경영지원그룹이다.
대표 금융지주사들...자산관리,투자금융 '계열사 경계 허문다'
하나금융투자 WM그룹장은 장경훈 KEB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이 겸직하게 됐다. 은행과 증권을 통합해 그룹 차원에서 자산관리 전략을 세우고 WM 부문의 협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장 그룹장은 1989년 한국투자금융 기업금융부에 입사해 이후 하나은행 각계금융팀 팀장·PB영업추진팀장·리테일본부장 등을 거치며 개인 자산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하나금융그룹 그룹전략총괄(CSO)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IB 부문을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기존 투자금융본부를 투자금융1본부와 투자금융2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부동산금융본부 산하에는 부동산솔루션실을 신설해 부동산 관련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미래 수익원 발굴을 위한 IB그룹장은 배기주 하나은행 IB사업단장이 겸직하게 된다. 은행과 증권의 통합 IB사업단을 책임지게 된 배 그룹장은 리스크 관리 전문가다. 1989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뒤 1991년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대기업금융본부 RM부장, 신용관리팀 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하나금융투자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오랫동안 맡아 왔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