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1 블록체인 경제학]
"세상을 바꾸자" 꿈을 먹고 태어난 암호화폐
비트코인부터 넴까지...시총 톱10 암호화폐 '집중 분석'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 1508개. 2월 1일 기준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해 세계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암호화폐의 수다. 암호화폐의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비트코인을 제외하고 1507개의 코인들이 시장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비트코인 이외의 코인은 ‘알트코인(altcoin)’이라고 총칭한다.

첫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느린 거래 속도 등 문제점을 해결해 이를 대체하려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알트코인을 만들어 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는 이미 많은 자본이 투입된 상태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 어려워 기술적 실험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코인인 알트코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비트코인은 2013년 4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무려 94.29%를 차지하며 제왕적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2월 1일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3.83%까지 떨어졌다.

암호화폐 시장점유율 66%를 집어삼킨 이들은 1507개의 알트코인으로, 이 중에서도 이더리움(22.15%)·리플(8.37%)·비트코인캐시(4.75%) 등이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거나 변형되는 등 저마다 다른 특징을 지닌다. 또 각자 고유의 경제 모델을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이 제공한 글로벌 시가총액 톱10 암호화폐의 특징을 알아봤다.

◆이더리움(ETH) : 지불 수단 넘은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비트코인부터 넴까지...시총 톱10 암호화폐 '집중 분석'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지불 수단이 되는 것에 주력한다면 단순히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암호화폐도 있다. 대표적 예가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ETH)이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시스템 외에도 계약서·전자투표·e메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제공한다. 이를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고 부르며 이것을 이용해 만든 프로그램을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이라고 한다.

이더리움은 dApp을 바탕으로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DAO)’이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이더리움은 이더리움으로 살 수 있는 DAO 토큰을 판매했다. 이 토큰을 사면 DAO에 투자하게 되는 것으로, 구매자는 DAO의 지분 일정량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이더리움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더리움으로 DAO 토큰을 샀다가 이를 철회해 다시 이더리움으로 환불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 시스템이 해킹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지분 공유는 가상화폐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 밖에 가상화폐 후발 주자 중에는 dApp 실현에 중점을 둔 곳이 꽤 있다.

◆리플(XRP) : 송금에 특화, 비트코인보다 빠르고 싸게
비트코인부터 넴까지...시총 톱10 암호화폐 '집중 분석'
리플은 금융회사 간 거래, 송금에 특화된 암호화폐다. 해외 송금을 비트코인보다 빠르게 저렴한 비용에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력으로 떠올랐다. 리플은 당초 200원 안팎의 가격으로 ‘동전 코인’이란 별칭을 얻었지만 수개월 내 가격이 폭등하면서 동전 코인의 딱지를 뗐다.

리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영국 기반의 국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큐리FX(Mercury FX)와 미국 온라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업체인 IDT가 리플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리플은 두 회사가 송금, 기업 간 거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엑스래피드(xRapid)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엑스래피드는 리플이 만든 실시간 유동성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리플은 엑스래피드를 사용하는 국제 송금 업체들이 늘어나 IoV(Internet of Value) 구축이 진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IoV는 리플의 장기적인 목표로 실시간으로 정보가 이동되는 것처럼 동일한 속도로 국제 간 송금을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캐시(BCH): 원조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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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진영에서는 1세대 암호화폐가 갖는 태생적 단점인 거래 내용 기록 용량 부족과 늦어지는 송금 속도를 높이기 위해 트랜잭션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하드 포크와 소프트 포크를 여러 차례 실시했다. 비트코인 하드 포크 결과로 탄생한 암호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캐시다. 비트코인캐시는 하드 포크를 통해 기존 1MB였던 블록 크기를 2MB로 늘렸다.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상장 첫날부터 200~400달러 급등락을 거쳤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캐시 취급 거래소로 몰리자 그동안 비트코인캐시를 배척했던 거래소들도 취급하기 시작한 것. 이후 비트코인캐시는 꾸준히 성장해 전체 가상화폐 가운데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의 뒤를 이어 시가총액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르다노(ADA): 3세대 암호화폐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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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다노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향한다. 에이다(ADA)는 카르다노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가상화폐인 동시에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에 대한 지분 역할을 한다. 에이다 코인은 지난해 10월부터 거래를 시작, 불과 4개월이 안 돼 글로벌 시총 5위로 뛰어올랐다. 2015년 초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한 카르다노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찰스 호스킨슨이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찰스 호스킨슨은 비트코인 핵심 개발진, 이더리움 공동 개발자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카르다노 측은 비트코인이 1세대라면 이더리움은 2세대, 카르다노는 3세대라고 주장한다. 카르다노 측에 따르면 모바일에 최적화된 암호화 플랫폼이고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담은 이더리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합의 도출 기구를 더했기 때문이다. 또한 함수형 프로그래밍 언어인 하스켈로 구축된 최초의 블록체인이다.

◆스텔라루멘(XLM): 리플의 동생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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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와 리플을 개발한 제드 매켈럽이 2014년 비영리단체 스텔라재단을 설립해 스텔라루멘을 개발했다. 스텔라루멘(XLM)은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오픈 소스 플랫폼 ‘스텔라(Stellar)’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다. 거래 속도가 2초에서 5초 정도로 짧다.
다른 가상화폐들이 사용하는 작업 증명(PoW)과 지분 증명(PoS) 프로토콜 대신 ‘SCP(Stellar Consensus Protocol)’라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또 거래자 자산을 스텔라 자체의 화폐인 스텔라루멘으로 바꿀 필요 없이 기존 법정화폐나 다른 암호화폐 등에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IBM·클릭엑스(KlickEx)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네오(NEO): 중국판 이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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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는 중국판 이더리움이라고 불린다. 중국 블록체인 업체 온체인의 최고경영자(CEO)인 다홍페이가 만들었다. 네오는 네오 컨트랙트라는 독자적인 오픈 소스 스마트 컨트랙트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네오는 레드펄스(RED Pulse)와 같은 dApp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 블록체인 기술 커뮤니티 및 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네오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에 처음 상장됐고 현재 업비트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2014년 6월 앤트셰어(Antshare)란 이름으로 설립된 네오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스마트 컨트랙트의 활용과 자산의 디지털화를 위한 디지털 증명 블록체인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이트코인(LTC) : 두 번째로 탄생한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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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등장한 라이트코인(LTC)은 비트코인 이후 처음 등장한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의 느린 처리 속도를 개선했다. 즉 라이트코인의 블록 갱신 속도는 비트코인에 비해 4배 빠르다.

또 새로운 암호 알고리즘을 사용해 채굴기를 개발한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과 함께 가장 오랜 기간 상위권을 차지한 라이트코인(Litecoin)은 구글 출신 개발자 찰리 리의 2011년 작품이다. 라이트코인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빠르게 적용 중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는 거래할 때마다 서로의 거래 내용을 블록체인에 올려야 거래가 마무리됐다. 당연히 일반 화폐나 금융거래에 비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거래 내용을 모아뒀다가 한 번에 블록체인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거래 시간을 단축했다. 라이트코인은 지난해 테스트를 마쳤고 향후 정식 적용되면 일반 신용카드 결제보다 빠르게 거래 내용을 처리할 수 있다.

◆이오스(EOS) : 시총 10위, 코인 등급 발표로 자존심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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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스(EOS)는 미국 신용 평가사 와이스레이팅스가 1월 처음 발표한 코인 등급 결과에서 이더리움과 함께 ‘B+’ 등급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당시 발표에서 ‘B+’는 74개 암호화폐에 대한 코인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이오스는 이더리움보다 좀 더 발전한 dApp을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이오스는 프로젝트는 ‘EOS.IO’라는 오픈 소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dApp의 처리 속도와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제논네트워크라는 프로젝트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블록체인을 론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오스는 개발자인 댄 라이머는 이오스 외에도 스팀과 비트쉐어를 개발했다.

◆넴(XEM) : '채굴’ 아닌 ‘수확’
비트코인부터 넴까지...시총 톱10 암호화폐 '집중 분석'
넴은 2015년 3월 31일 약 90억 개의 코인이 고정 발행됐다. 디지털 통화이자 자산, 메시징, 자산 생성, 명명 시스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 플랫폼을 목표로 개발 중인 코인이다. 채굴이 아닌 ‘수확’ 기법을 사용하며 고가의 장비나 전력이 필요 없다.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POI(Proof Of Important) 알고리즘을 채택해 단순히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에게 보상해 주지 않는다. 각 계정에서 얼마나 많은 거래를 처리했는지 거래량과 신용을 평가하고 그 기준으로 수확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1월 26일 일본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580억 엔(약 5700억원)을 해킹당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해킹은 거래소 코인체크가 해킹에 취약한 핫월렛(네트워크에 연결된 암호화폐 저장 장치)에 암호화폐를 보관하면서 발생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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