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2 블록체인, 산업지도를 바꾼다]노원구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여…비용 절감·악용 차단 ‘효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서울시 노원구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1월 31일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역화폐 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화폐의 이름은 ‘노원(NW)’이다. 1노원은 1원의 가치를 지니고 자원봉사 1시간에 700노원을 받을 수 있다. 노원구 주민은 획득한 지역화폐를 통해 물품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노원구의 암호화폐 ‘노원’의 개발사는 2013년 설립된 글로스퍼다. 글로스퍼는 노원구의 이번 실험으로 블록체인이 ‘선한 방식’으로 쓰이는 선례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사용처 확인 가능

사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이른바 ‘지역화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지자체는 상품권 형태로 지역화폐를 발행했지만 노원구의 ‘노원’은 암호화폐 기술을 통해 발행비용이나 관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글로스퍼와 노원구의 실험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봉사활동·기부활동 등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선행’에 화폐를 발급해 줌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암호화폐를 회원 카드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제휴된 가맹점에서 실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노원구청이 실시간으로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어 악용 사례도 막을 수 있다. 또한 투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치가 1노원에 ‘1원’으로 고정돼 있고 현금 거래도 불가능하다.

관건은 실제 거래에 얼마만큼 이용되느냐다. 우선 가맹점 확보가 과제다. 노원구는 1월 기준 약 87곳의 가맹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향후 950개 이상의 민간 가맹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스퍼는 한국 1세대 블록체인 전문 기업이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사회 가치 창출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번 노원구와의 프로젝트 또한 여러 가치 창출 중 하나다.

글로스퍼는 지난해 12월 16일 사업 계획을 밝히는 ‘인피니티 프로젝트 언팩 이벤트’를 열었다. 이 행사는 당초 예상과 달리 500명의 인원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가 됐다. 이 자리에서 글로스퍼는 자체 거래소 ‘더빗온(THEBITon)’의 오픈 계획을 알렸다.

더빗온은 베타 오픈 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해 리플·라이트코인·모네로 등 ‘알트코인’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등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화폐를 우선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글로스퍼는 결국 거래소의 성패는 서비스 마인드와 경험이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글로스퍼의 기술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해 본 경험과 함께 암호화폐공개(ICO)를 준비하며 업계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 승산이 높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거래소에 실시간으로 게시판을 만들어 소통 기능을 강화하는 등 이른바 ‘커뮤니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글로스퍼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에는 ‘저작권 보호’가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스퍼와 저작권 보호 기관 음원 유통 플랫폼 재미컴퍼니는 ‘블록체인 기반의 저작권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양 사는 블록체인 기반의 저작권 플랫폼 사업 개발과 구축에 공동투자하고 음원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뮤지션과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통 구조를 최대한 줄이고 블록체인을 통해 뮤지션에게 정당하게 저작권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의료 정보는 블록체인 도입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다. 정보에 대한 권력이 의료인에게 집중돼 있고 개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곤 한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생기는 비용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이를 위해 글로스퍼는 대구·경산시의 블록체인 기반의 헬스케어 프로젝트 ‘마음톡톡’을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의사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식이다.

◆인터뷰 :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비트코인보다 20배 빠른 3세대 암호화폐 ‘하이콘’ 개발 중”
글로스퍼, 블록체인으로 이룬 '지역화폐의 진화'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2012년 한 러시아 개발자로부터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그는 신용 평가사에서 협력 업체들의 정보를 대기업에 전송해 주는 일을 했다. 그는 이 일을 하며 통일된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김 대표가 꿰뚫어 본 대로 블록체인 산업은 어마어마한 성장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초창기 개발자 다섯 명이 의기투합했던 글로스퍼는 현재 직원 60여 명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피니티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과 어떤 차이가 있나.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추구한다. 이더리움과 하이퍼레저 등 기존 플랫폼들도 모두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송량이 늘어났을 때 과부하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은 여전하다.

유명 게임 ‘다마고치’와 비슷한 ‘크립토키티즈’가 좋은 예다. 이 게임은 이더리움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됐는데, 다마고치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크립토키티즈가 인기를 끌자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하루 전송량(트랜잭션)이 사상 최대치인 약 70만 건까지 치솟았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쓰는 다른 서비스들이 과부하의 영향을 받아 속도가 느려졌다.

인피니티 플랫폼은 독립성을 강화해 과부하 현상을 막는 쪽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플랫폼보다 한 단계 발전한 ‘탈중앙화’를 이뤄 독립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6~7월 첫째 버전을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스퍼가 개발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현재 어느 단계까지 이르렀나.

“글로스퍼 암호화폐 ‘하이콘’의 제너시스 블록(암호화폐 발행의 첫째 블록)을 1월 4일 생성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가 비트코인의 제너시스 블록을 2009년 1월 3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어 날짜도 의미가 있다.

우리는 하이콘의 특장점으로 빠른 거래 속도를 내세운다. 하이콘의 초당 거래 속도를 비트코인보다 20배 빠르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하이콘을 3세대 암호화폐로 자리 잡게 할 것이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기술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블록체인과의 만남이 가장 기대되는 산업군은 어디인가.

“핀테크 분야를 꼽고 있다. 굳이 핀테크와 금융을 분리한 이유는 금융은 다소 보수적이지만 핀테크는 국내 많은 스타트업들이 진출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 정보를 다루는 핀테크에 블록체인이 도입된다면 서로를 믿지 못해 발생하는 많은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의료 산업도 기대되는 분야다. 개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의료 정보에 블록체인이 도입됨으로써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최종적으로는 전 산업군에서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탈중앙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는 집중됐던 권력을 해소해 어마어마한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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