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약가 인하·제네릭 경쟁에 전문의약품 수익성 악화…일반약 마케팅 대폭 강화
“다시 일반의약품” 무게추 옮기는 제약사들
(사진) 동국제약이 3월 13일 진행한 ‘치센캡슐과 함께하는 치질 바로 알기 캠페인’. /동국제약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2000년 의약 분업 이후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 사업에 공을 들여왔던 국내 제약업계가 일반의약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약의 약가 인하와 제네릭(복제약) 경쟁 심화 등으로 악화한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GC녹십자·제일약품, 사업부 재편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 유한양행은 올해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안티푸라민(2017년 매출 190억원)과 삐콤씨(127억원)·메가트루(113억원)·머시론(115억원) 등 4종의 블록버스터를 보유 중이다. 회사의 마케팅·영업 역량을 집중해 안티푸라민을 연매출 200억원 이상의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키운다는 목표다.

유한양행은 조만간 자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유한양행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아닌 자체 건강기능식품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르면 3월 말 건강기능식품 10여 종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업계에서 쌓아 온 좋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약사가 직접 생산한 믿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매출 2위이자 ‘백신 명가’로 통하는 GC녹십자도 일반약 사업을 확대한다.

GC녹십자는 올해 초 일반약 품목 강화 등을 위해 기존 일반의약품 본부를 CHC(컨슈머 헬스케어)본부로 재편했다. 2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브랜드 데이’로 지정, 약국에 일반약 제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박찬호 크림’으로 불리는 스포츠 크림 ‘플렉스파워’의 약국 유통용 제품인 ‘제놀 파워풀엑스 리커버리크림’을 출시하기도 했다.

류지수 GC녹십자 CHC본부장은 “기존 채널의 효율적 활용과 함께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비맥스·하이간·제놀·탁센·백초 등 주력 품목 위주의 브랜드 데이 활동과 함께 일반약 품목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시 일반의약품” 무게추 옮기는 제약사들
(사진) GC녹십자 영업사원이 약사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GC녹십자

광동제약도 액상 소화제 분야에 출사표를 던지며 일반약 사업 강화에 나섰다.

광동제약은 국내 생산이 중단됐던 조선무약의 액상 소화제 솔표 ‘위청수 에프’를 최근 재출시했다. 위청수 에프는 지난해 9월 광동제약이 조선무약의 상표권을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품목이다. 조선무약은 1925년 창업해 1990년대까지 소비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한방의약품 제약사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12월 솔표 우황청심원 수출용 제품의 허가도 취득한 바 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솔표 위청수는 1990년대 중반 액상 소화제 시장 2위를 기록하던 제품”이라며 “이번 재출시를 통해 중장년층 등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9월 일반의약품 사업부를 분리해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회사 분할을 통해 일반약 사업 부문을 신규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동아제약, 베트남에 사전 피임약 본격 수출
“다시 일반의약품” 무게추 옮기는 제약사들
동아제약은 올해 박카스·가그린·판피린·템포·마이보라 등을 중점 육성해 ‘매출 성장’과 ‘이익률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다는 목표다.

동아제약 대표 제품인 피로 해소제 박카스는 약국 영업 서비스 강화와 젊은 층과의 소통을 통한 브랜드 재활성화로 지속 성장을 도모한다. 구강 청결제 가그린은 ‘토털 오랄 케어’ 브랜드로, 감기약 판피린은 ‘감기 토털 케어’ 브랜드로 육성할 예정이다. 가그린 제품 중 ‘잇몸가그린 검가드’는 잇몸 관리 전문 브랜드 ‘검가드’로 독립시킨다. 템포는 팬티라이너, 청결티슈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여성 전용 제품 브랜드로의 기반을 다진다.

동아제약은 초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성인용 기저귀, 영양식 등 실버 사업도 강화한다. 올해 초 환자들이 식사 대용으로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프리미엄 맞춤 영양식 이로밀을 출시한 바 있다. 동아제약은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글로벌사업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베트남 보건부 산하 인구가족계획국과 사전 피임약 공급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소화제·근육이완제 등으로 수출 제품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국제약도 먹는 치질약 ‘치센’ 등 일반약에 대한 마케팅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동국제약은 최근 ‘치센캡슐과 함께하는 치질 바로 알기 캠페인’을 지난해에 이어 2회째 진행했다. 치센은 유럽에서 개발된 식물성 플라보노이드 구조인 ‘디오스민’ 성분의 치질 치료제다.

동국제약은 화장품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동국제약은 2015년 4월 식물성분 ‘센텔라 정량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 24’를 론칭했다. 동국제약은 센텔리안24를 국내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세럼·로션 등 기초 케어 라인에서부터 선크림, 보디 제품, 남성 라인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황은성 동국제약 헬스케어사업부장은 “홈쇼핑에서 매진 행진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화장품으로만 약 5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의약품 유통 전문가인 유광열 씨를 신임 사장으로 영입한 동화약품도 일반약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일반약 영업 및 마케팅 강화를 위해 매일 관련 회의를 진행 중”이라며 “유 사장이 일반약은 물론 전문약 시장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만큼 회사의 균형 있는 성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일반의약품” 무게추 옮기는 제약사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약가 인하와 제네릭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이 수익성 극복과 외형 확대를 위해 일반약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 시장에서 전문약과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83%와 17%로 전문약의 비율이 5배 가까이 높지만 일반약의 수요도 꾸준한 만큼 관련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