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 여부는 아직 미지수…카풀·자율주행 연구도 강화
유료화 급한 카카오택시, ‘웃돈’ 서비스로 첫발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앞으로 카카오택시를 부를 때 수수료를 지불하면 택시를 우선적으로 배차 받을 수 있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3월 13일 ‘2018 카카오모빌리티 미디어데이’를 통해 그간 성과와 향후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관심을 끈 것은 ‘우선 호출’과 ‘즉시 배차’ 기능이다. ‘우선 호출’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에 우선적으로 호출 요청하는 기능이다. ‘즉시 배차’는 인근에 비어 있는 택시를 사용자에게 즉시 배차해 준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택시 요금 외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활용할 수 있다.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의 ‘유료화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누적 이용 건수 4억 건 달성

올해로 출시 3년째를 맞은 카카오T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디딤돌로 삼아 택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 갔다. 2018년 3월 기준 카카오T의 누적 이용 건수는 4억 건이며 전국 택시 운전사의 96% 이상이 가입돼 있다.

하지만 카카오T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별도의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택시를 불러도 요금 이외 수수료는 일절 받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가 요금 외 비용 지불이 필요한 ‘우선 호출’과 ‘즉시 배차’ 기능을 출시하며 유료화 실험에 나선 것이다.

정확한 수수료 수준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지만 결국 ‘웃돈’을 얹어준 사용자 위주로 서비스가 재편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택시 운전사들이 기존의 ‘무료 콜’을 외면하고 우선 호출이나 즉시 배차 콜만 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런 우려에 대해 택시 운전사 회원을 상대로 한 ‘포인트제도’를 해답으로 내놓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운전사 회원의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중 하나가 택시 서비스 공급 증대를 유도하기 위한 ‘포인트제도’다. 운전사 회원의 운행 실적과 평가에 따라 환금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운행 실적을 평가할 때 무료 호출에 얼마나 응했는지 반영하기 때문에 운전사들이 유료 호출만 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유료 호출 서비스가 법적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택시 운송 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택시 운수 종사자는 정해진 기준 요금 외에 부당 요금을 받을 수 없다. 만약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이번 카카오의 유료 서비스를 ‘부당 요금’으로 해석한다면 서비스는 출범하기도 전에 좌초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수수료를 ‘플랫폼 서비스료’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3월 1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추가 비용은) 플랫폼 사용 수수료로 운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서울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들과 이야기를 나눠 왔고 적정한 가격 수준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측은 카카오의 신규 계획이 완전히 협의된 사항이 아니고 추후 논의를 더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번 유료화 모델이 당초 목표인 3월 내 출시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화 모델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익성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T 유료화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가 기대할 수 있는 연간 매출은 2329억원, 영업이익은 699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는 기존 1조6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껑충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료화 급한 카카오택시, ‘웃돈’ 서비스로 첫발
◆부족한 택시 수요, 카풀로 해결하겠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카카오T의 호출은 약 23만 건에 달했는데 당시 배차 가능한 택시(운행 중 택시 제외)는 약 2만6000대 수준이었다. 호출의 80% 이상의 공급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확대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카카오T에서 연결되지 않은 호출을 카풀로 연결해 주면 고객 편의가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2월 카풀 스타트업계 2위 업체인 ‘럭시’의 지분 100%를 252억원에 인수했다. 카풀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 가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카풀 사업 또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공유’로 변하면서 카풀 산업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영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법상 서울시에서의 유상 카풀은 출퇴근 시간에만 허용된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카풀 산업의)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효과적인 이동의 대안을 만들고 이를 위한 서비스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간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산재한 어려움도 있지만 3년간 축적해 온 교통 데이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장 큰 자산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확보한 데이터와 AI를 접목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율주행 관련 전담 조직도 운영한다. ‘오토노머스 모빌리티 랩’으로 명명된 신규 조직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한다. 정 대표는 “조직 구성원은 약 20명 내외가 될 것이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연구하는 성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