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도서관·미술품 경매장, 문화생활·휴식 동시에 ‘일석이조’
뉴욕 곳곳에 숨겨진 ‘무료 쉼터’를 찾아라
[한경비즈니스=김현석 특파원(뉴욕)] 미국 뉴욕시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다. 2016년 이후 한 해 관광객이 6000만 명을 넘었다. 관광 명소인 타임스퀘어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관광객이 붐빈다.

이런 뉴욕 맨해튼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많아 쉽게 지치기도 한다. 그런데 어디든 잠시 앉거나 화장실을 가려면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워낙 땅값이 비싸다 보니 그렇다.

하지만 잘 알아보면 뉴욕시에는 아주 가까운 데에도 무료로 쉴 수 있는 멋진 휴식 공간이 곳곳에 있다. 특히 맨해튼에는 이런 공간이 아주 많다. 세 가지가 대표적인데 바로 ‘퍼블릭 플레이스’와 뉴욕시도서관, 유명 경매장이다.
뉴욕 곳곳에 숨겨진 ‘무료 쉼터’를 찾아라
◆점심시간이면 뉴욕 직장인들이 모이는 곳

먼저 ‘퍼블릭 플레이스’는 맨해튼에 있는 커다란 고층 빌딩 1층 대부분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퍼블릭 플레이스는 뉴욕시가 1961년 조례를 정해 조성한 곳이다. 새 건물을 지을 때 뉴욕시가 정한 규정에 맞춰 퍼블릭 플레이스란 외부에 개방된 공간을 만들면 용적률과 높이 등에서 혜택을 줬다.

현재 뉴욕시 전체적으로 503개가 있고 이를 면적으로 따지면 31만5160㎡에 달한다. 그중 60%가 넘는 300여 개가 맨해튼에 있다.

대표적인 퍼블릭 플레이스는 맨해튼 미드타운 5번가의 트럼프타워 바로 옆 건물인 IBM건물을 꼽을 수 있다. 높고 투명한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크고 쾌적한 퍼블릭 플레이스에는 앉을 자리가 100여 개가 넘는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들어가 아무 데나 앉아도 된다. 카페도 있어 커피나 샌드위치를 사 먹을 수도 있다.

유엔 건물이 있는 맨해튼 서쪽 43번가의 포드파운데이션 빌딩에는 작은 연못과 수목원이 조성된 퍼블릭 플레이스가 있다. 파크애비뉴와 52번가가 만나는 곳의 파크애비뉴플라자에는 폭포가 흐른다. 실외 공간이 많지만 이처럼 실내 공간도 상당수다. 이런 곳에는 나무 모양으로 된 ‘퍼블릭 플레이스’라는 금속 간판이 붙어 있다.

퍼블릭 플레이스가 가장 붐비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워낙 식사비가 비싸다 보니 음식을 테이크아웃해 퍼블릭 플레이스에서 먹는 직장인들이 많다. 맨해튼 곳곳에는 푸드 트럭도 있다. 유명한 ‘할랄가이즈’ 등에서 음식을 사 근처 퍼블릭 플레이스에서 먹어보는 것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뉴욕 곳곳에 숨겨진 ‘무료 쉼터’를 찾아라
◆‘살바도르 문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

둘째는 뉴욕시 도서관이다. 뉴욕시는 한 해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도서관에 쓰고 있다. 도서관이 무려 82개에 달하고 그중 30여 개가 맨해튼에 있다. 시설은 보통의 한국 도서관보다 훨씬 좋다.

맨해튼 중심에 있는 브라이언트파크 옆 42번가의 뉴욕 공립도서관이 가장 크고 유명하지만 이곳 외에도 크고 작은 도서관이 많다. 42번가 도서관처럼 큰 곳은 보안 검색을 하지만 작은 곳은 보안 검색도 없다.

입장에 제한도 없다. 그냥 들어가 책을 보면서 쉴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도 많고 와이파이도 무료로 쓸 수 있다. 뉴욕을 돌아다니면서 요긴한 화장실도 도서관 곳곳에 있다. 단 모든 것이 자유지만 큰소리로 떠들거나 잠을 자는 것은 금물이다.

기자는 53번가에 있는 도서관을 많이 이용한다. 이곳은 기부금을 받아 최근 새로 리모델링해 맨해튼의 최고급 카페나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게다가 매일 각종 강좌도 열린다. 51번가와 10번 애비뉴가 교차하는 곳에 있는 컬럼비아도서관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열리는 영어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어느 날 러시아에서 왔다는 한 젊은 남자가 불쑥 들어와 강의를 듣고 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셋째로 소개할 곳은 휴식과 고급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로 뉴욕시의 경매장들이다. 크리스티·필립스·소더비·본햄스 등 뉴욕시에는 세계적인 경매장들이 많은데, 이들은 커다란 전시 공간을 갖고 있다.

경매에 앞서 판매할 작품들을 전시하는 곳으로, 경매일이 아니라면 대부분이 일반에 공개한다. 그런 날은 ‘퍼블릭 뷰잉’이라는 조그만 간판을 붙여 놓는다. 그냥 들어가 작품들을 감상하면 된다. 앉을 자리가 있는 곳도 있다.

57번가 한국 뉴욕총영사관 옆에 있는 필립스경매장에 가본 적이 있다. 넓고 쾌적한 전시장에서 마르크 샤갈, 오귀스트 르누아르, 앤디 워홀 등 근현대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경매장들인 만큼 엄청난 작품이 전시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세계 경매 사상 최고가인 4억5000만 달러(4971억원)에 낙찰됐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도르 문디’도 한 달 정도 퍼블릭 뷰잉을 거쳤다. 뉴욕타임스 등에 소개되면서 수많은 뉴요커들이 줄을 서는 바람에 당시 감상하려면 한두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돈을 들여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realist8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