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지방 소도시 부활 프로젝트 : 양양·군산·안동…‘매력 도시’를 찾아라]
-양양 서피비치 박준규 대표 "해수욕장 운영기간 늘리는 게 목표"
-군사지역 800m해변을 복합문화공간으로...지난해 방문객 30만명
['매력도시'를 찾아라②] 군사지역 해변 임대해 CF 명소로...사업가의 바다 비즈니스
한경비즈니스와 매력도시연구소가 한국의 대표적인 매력 도시로 선정한 곳은 양양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양양이 어떻게 매력 도시가 됐을까.
현재 양양의 키워드는 단연 ‘서핑’이다.

서핑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퍼들의 행동 방식, 그들이 쓰는 언어, 입는 옷, 서프보드를 꾸미는 방식, 파티에서 듣는 음악을 포괄한 것이 서프 문화다.

1960년대 미국의 서해안에서 정점을 이뤘던 서프 문화는 지금까지 수많은 하위문화와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서프 산업은 서핑보드 제작 산업부터 자유로운 패션, 좋은 파도를 찾아다니는 관광산업, 해변을 보호하는 친환경 운동까지 외연을 확장했다.

서핑은 그만큼 주변 문화와 산업을 만들어 내는 강력한 파생력이 있다. 파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 문화와 지역 산업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서핑이 매력 도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양양에도 바다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사업가가 있다. 박준규 라온서피리조트 대표다. 박 대표는 서퍼가 아닌 사업가다.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도 양양의 서퍼들과 다르다. 삶의 방식보다 ‘소비자’에게 중점을 두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기획한다.

라온서피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서피비치는 횟집과 모텔이 즐비한 한국 동해안 해변과는 사뭇 다르다. 흰 천과 나무 장식과 모래사장에 놓여 있는 해먹과 소파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해변이지만 2015년까지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군사지역이었다. 박 대표가 하조대 중광정리 800m 해변을 양양군에 서핑 전용 구역으로 허가 받아 임대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서피비치는 이 해변에 코로나 선셋 라운지, 펍, 카페, 카라반 숙소, 서프 스쿨 등이 모인 복합 공간이다.
['매력도시'를 찾아라②] 군사지역 해변 임대해 CF 명소로...사업가의 바다 비즈니스
서피비치는 서핑 시설이라기보다 바다를 콘텐츠로 한 테마파크에 가깝다. 여름에는 늦은 밤까지 파티가 이어져 소셜 미디어에서 ‘하비자(하조대+이비자)’라고도 불린다. 섬 전체가 파티로 물드는 스페인 이비자 섬을 닮아서다.

박 대표는 작은 서핑 숍들과 식당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양양의 마을과 달리 꽤 규모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서피비치는 크게 4가지 사업으로 나뉜다. 서핑을 포함한 수상 스포츠 사업, 캠핑 사업, 식음료 사업, 페스티벌 사업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며 해변 체류 기간이 길어지고 서핑이 아니더라도 양양을 재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레저·음식·페스티벌·캠핑은 모두가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잖아요. 제가 양양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양양에 오는 이유는 명확해요. 1년에 한 번은 바다에 가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해운대로 갔다면 지금은 양양으로 오는 거예요. 젊은 세대가 원한 바다 문화가 딱 이런 것이었으니까요.”

서핑과 바다의 모객 효과를 사업적으로 바라본 박 대표의 안목은 통했다. 메르세데스-벤츠·노스페이스·코로나 등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브랜드 제휴를 통해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은 30만 명. 서피비치에서 이뤄진 CF 촬영만 10건이 넘는다. 방치됐던 양양 바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엔 그 성과가 놀랍다.

박 대표의 내년 사업 목표는 해수욕장 운영 기간을 늘리는 일이다. 양양의 생명력을 더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 바다의 운영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력도시'를 찾아라②] 군사지역 해변 임대해 CF 명소로...사업가의 바다 비즈니스
“강원도 해변은 법적으로 45일간 운영할 수 있어요. 그 얘기는 관광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45일 동안 1년 치 수익을 뽑아내야 한다는 거죠. 강원도 바다의 사업가들은 바가지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가 찾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죠.”

양양이 짧은 시간에 서핑의 성지가 되고 젊은이들을 그러모을 수 있던 중요한 이유는 바다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들 때문이었다.

박 대표도 동해안의 파도를 보며 해수욕장 대신 파티와 축제를 떠올린 개척자다. 세대가 원했지만 해소할 곳이 없었던 욕구를 양양이 받아냈다. 이처럼 양양의 서퍼들과 사업가는 우리가 그동안 지방의 소도시에서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가치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여유 있고 모험심 넘치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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