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업과의 협의는 ‘필수’…최대한 많은 사람을 꼼꼼하게 평가하는 게 중요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우리 회사는 올 하반기에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어서 대리~부장급 경력 사원을 20명 정도 채용하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현업 부서와 어떤 사람을 어떻게 채용할지를 놓고 협의하고 있습니다. 현업 부서 담당자들은 이번에야말로 우수한 인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들을 뽑지 못해 조직 안정과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입사자들 가운데 일부가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거나 조직 적응력이 떨어져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회사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인사팀 구성원들은 회사의 채용 방식과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토한 결과 회사의 채용 방법이나 절차에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다른 회사와 비교해 봤지만 서류 검토와 인·적성검사, 실무 면접과 임원 면접 순으로 진행되는 채용 절차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면접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을까요. 후보자를 엄격하게 검증하고 평가하려면 면접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기업들의 채용 성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웰치는 자신이 회사에 재직하면서 하급 관리자 때 내린 인사 결정의 절반이 실패로 귀결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뒤 CEO가 돼서도 실수가 많이 줄어들었기는 하지만 여전히 실패율이 20%나 됐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만난 기업인들 중에서도 채용 결정에 만족감을 표시하거나 다시 면접해도 합격시키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는 상당히 드물었습니다.
이처럼 채용은 회사의 성장 발전을 좌우하지만 쉽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상당히 공을 들이고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특히 요즈음은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어떤 인재가 우리 회사에 오지 않으면 경쟁 회사로 간다’는 생각으로 채용에 임해야 합니다. 한 차원 높은 인재를 뽑으려면 채용 절차와 방법도 그에 걸맞게 개선하고 채용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도 훨씬 늘려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면 첫째, 해당 직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직무를 수행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정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우수한 인재를 뽑는다면 현업에서 원하는 인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력 사원은 현업에 투입돼 기존 직원처럼 바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최고의 인재가 아니라 최적의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해당 직무를 잘 담당할 수 있는 인재를 뽑아야지 이것저것 두루두루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업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합니다. 해당 직무를 잘 알지 못하면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해당 직무를 잘 아는 직원과 협의해 뽑을 사람이 수행할 직무가 무엇이고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고도 상세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누가 면접에 참여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무와 역량을 문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면접도 당연히 문서에 기재돼 있는 역량을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후보자의 의견을 묻는 것만으로는 역량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의 행적을 통해 후보자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면접관의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후보자가 어떤 활동을 어떻게 그리고 왜 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후보자가 갖고 있는 역량의 실체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둘째, 면접관을 교육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우선 면접관들에게 어떤 직무를 맡을 사람을 왜 뽑는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면접이 역량에 기반해 평가하지 않고 본능과 직관에 의존하는 쪽으로 흐르게 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닮고 편하고 익숙한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면접관 평가도 중요합니다. 일부 면접관들은 실력보다 학력이나 경력에 휘둘리는 실수를 합니다. 조직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선택하는 면접관도 있습니다. 이런 면접관들은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뽑습니다. 어떤 면접관은 자기 자리가 위협받을 것을 우려해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꺼립니다. 실력이 부족해도 자신의 사내 위상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면접관 평가 제도를 실시하면 이런 문제점들이 크게 개선됩니다. 후보자가 입사해 6개월 정도 지난 뒤 면접 결과와 입사한 사람의 평가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세요. 그 결과 만약 어떤 면접관이 뽑은 사람들 가운데 부적격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그에게 경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그를 아예 면접관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이렇게 ‘면접관 실명제’가 시행되면 면접관들이 면접에 진지하게 임하게 돼 대충 뽑거나 부적격자를 채용하는 일도 크게 줄어듭니다. 또 일부 면접관들은 자신이 뽑은 사람의 안착률을 높이기 위해 멘토링에 나서기 때문에 채용 성공률이 많이 높아집니다.
셋째, 후보자들을 최대한 늘려야 합니다. 지원한 후보자만 가지고는 우수한 인재를 뽑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회사의 브랜드 위상보다 높은 수준의 인재를 원합니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수준은 브랜드 위상을 잘 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지원한 사람만으로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인지도가 낮고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기업은 잠재적 후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채용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내용이 우량해도 그 기업의 브랜드가 약하면 후보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이라도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기업은 후보자들을 찾아다녀야 하고 불러 모아야 합니다. 고기가 오지 않으면 고기를 찾아다녀야 고기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후보자를 늘리려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언론사나 인터넷에 모집 광고를 내는 전통적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 내부 직원들의 추천을 활용하고 대학이나 단체에 추천도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헤드헌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일반적으로 임직원들을 교육 훈련하는 것보다 우수한 인재를 뽑는데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는 게 인재의 역량 수준을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넷째, 검증을 강화해야 합니다. 서류와 면접만으로 평가와 검증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면접장은 거짓말쟁이들의 경연장입니다. 후보자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후보자들은 면접관의 마음을 사기 위해 거짓 답변도 불사합니다. 이력서에 적힌 내용의 44%가 거짓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면접 과정에는 과대 포장과 거짓이 난무합니다. 면접관들도 알게 모르게 회사를 과장하곤 합니다. 따라서 면접을 여러 번 하고 꼼꼼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면접을 보완하는 검증 절차를 추가 배치해야 합니다.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평판조회입니다. 주로 그가 재직했던 전 직장의 상사나 동료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판조회는 매우 효과적인 검증 방법입니다. 면접은 길어야 3~4시간 동안, 그것도 주로 대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비해 평판조회는 같이 근무했던 여러 사람의 눈으로 그가 재직할 때 업무 성과와 업무 수행 방식, 동료들과의 관계, 리더십·가치관·윤리의식 등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검증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죠. 따라서 면접과 평판조회 결과를 같이 놓고 판단하면 채용 실패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평판조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판조회에 응하는 사람과 조회하는 사람의 생각이 많이 반영됩니다. 따라서 평판조회를 하는 사람이 누구고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평판을 조회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또 조회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의견 가운데 어떤 것을 채택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평판조회를 잘못 하면 사실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지고 채용을 결정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평판조회를 많이 활용하는 기업들이 공신력이 있는 헤드헌팅 회사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면 절대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채용에서 조급한 의사결정은 금물입니다. 급하게 채용하면 십중팔구 후회합니다. 이번 면접에서 적임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한 번 더 면접해 뽑겠다고 생각하세요.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인 분야에서 평균 수준의 점수를 받되 직무와 관련된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을 뽑게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특정 분야의 점수가 좋아도 다른 분야에서 과락의 점수를 받는다면 채용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은 나중에 과락 분야에서 문제가 생겨 조직 생활과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채용 절차가 길고 복잡합니다. 서두르다 보면 인상 비평형 면접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좋은 인재를 구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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