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경쟁서 시장 재편 노려…SKT·KT도 보안업체 인수하고 에너지에 투자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드론에 빠진 이유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이동통신사들은 수년째 ‘탈통신’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한계치에 육박했고 더 이상 통신 시장에서 파이를 넓히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통신을 넘어선 ‘신규 먹거리’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3월 셋째 주부터 이어진 통신 3사의 올해 주주총회는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통신사의 미래 전략을 짚어 봤다.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드론에 빠진 이유
◆M&A·조직 개편으로 탈통신 가속화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MNO) 시장의 점유율 1위 사업자다.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영업이익도 무선통신 부문이 약 80%를 차지한다. 이러한 ‘1위’ SK텔레콤도 비MNO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17년 12월에는 MNO, 미디어, 사물인터넷(IoT)·데이터, 서비스플랫폼 등 4대 사업부로 조직 체계를 변경했다. 이는 비통신 분야에서도 1위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3월 21일 열린 주총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우리가 제일 고민하는 것은 MNO로만 평가받고 있는 것”이라며 “그룹 내 전체 정보통신기술(ICT)군이 잘할 수 있는 모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은 보안 업체 ADT캡스 인수 추진에 나설 것을 공식화했다. 이는 SK텔레콤이 비통신 분야의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주총 직후 “(ADT캡스) 인수는 잘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가격을 두고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ADT캡스 인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SK텔레콤은 통신과 보안 양쪽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IoT와 인공지능(AI) 등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비통신 분야에서의 보안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행보 중 눈에 띄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사와의 협력이다. SK텔레콤은 1월 31일 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과 음악 플랫폼 사업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아이리버가 엔터테인먼트 3사 음원의 B2B 유통 운영을 맡는 계약도 체결했다. 음악 플랫폼 서비스를 연내에 신규 론칭하고 AI·5G·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을 도입해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1위 AI 플랫폼 ‘누구’와 연동해 음성인식 스피커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의 핵심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아이리버는 엔터테인먼트 3사의 콘텐츠를 멜론·지니 등 음악 플랫폼 사업자 및 신나라·핫트랙스 등 음반 도소매업체에 공급한다. SK텔레콤과 제휴한 엔터테인먼트 3사의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점유율은 약 15%다. CD 등 음반 시장점유율은 약 50%를 웃돈다.

노종원 SK텔레콤 유니콘랩스장은 “국내외 다양한 음악 및 기술 관련 업체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국내에서의 소모적 경쟁은 지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음악 콘텐츠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3년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을 카카오에 매각했던 SK텔레콤이 다시 음원 사업으로의 회귀를 선택한 것은 국내 음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7년 음원 서비스 유료 가입자는 100만 명 늘어난 79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올해에도 80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AI와 통신 등 SK텔레콤이 이미 진출해 있는 사업과 효과적인 시너지까지 창출할 수 있다.

3월 22일 열린 KT 주총에서는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기 안전 관리 대행업’과 ‘종합 건설업’을 목적 사업에 추가했다.

앞서 KT는 스마트 에너지를 포함해 미디어,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보안 등을 5대 플랫폼으로 선정했다. 이 중 스마트 에너지 사업은 2015년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내부에 별도 조직을 신설해 추진해 왔다.

KT의 스마트 에너지 사업의 핵심은 ‘KT-MEG(Micro Energy Grid)’ 플랫폼이다. 이는 AI ‘e-브레인(Brain)’을 통해 에너지 생산·소비·거래를 통합 관제하는 세계 최초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GLOMO)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KT-MEG의 핵심은 진단과 예측, 최적 제어로 구성된 3단 엔진 구성이다. 고객이 에너지를 소비하거나 생산할 때에는 고유의 패턴이 존재한다. 이 패턴을 개별 DNA처럼 분석하는 지능형 분석 엔진이 바로 e-브레인으로, KT-MEG에 탑재돼 있다.

e-브레인을 통해 빌딩의 경우 에너지 소비 패턴의 계절별·요일별·시간대별 특성을 파악하고 시간대별 소비량을 예측해 에너지 과소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소는 일사량 변화에 따른 발전량 패턴이 분석되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이 비정상일 때 사전에 장애를 감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AI 기술과 에너지 시뮬레이션 기술의 융합으로 고객 맞춤형 에너지 설비 최적 제어 기능을 제공한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드론에 빠진 이유
◆LG유플러스의 새 돌파구 ‘드론’

국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3위인 LG유플러스는 ‘드론’을 신사업 영역으로 낙점했다.

3월 16일 열린 주총에서 LG유플러스는 이통망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무인 비행 장치(관련 모듈 포함)의 구입, 제조, 판매 및 대여업, 정비, 수리 또는 개조 서비스, 무인 비행 장치 사용 사업 등’을 정관에 반영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드론, 지능형 CCTV,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등 신규 사업에서도 철저한 준비와 강한 실행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2014년부터 축적해 온 드론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사업으로 앞세우게 됐다. LG유플러스는 2014년 5월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을 이용해 공중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지상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LTE 지능형 비행 로봇 ‘U+LTE 드론’을 국내 최초로 민간 분야인 야외 결혼식에 적용했다.

또 이듬해인 2015년 9월 LTE 드론으로 실시간 풀HD 영상을 볼 수 있는 ‘광대역 실시간 영상 전송 서비스’ 기술을 확보했다. ‘광대역 실시간 영상 전송 서비스’가 적용되면 드론의 움직임을 원격제어해 위성항법장치(GPS) 좌표를 설정하면 원하는 장소로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지상 관제 시스템(GCS) 기술, LTE를 통해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원격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로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드론 관제 시스템 시연에 성공하며 ‘사업화’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시연에서 3분 만에 실종 아동을 찾아냈다.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여섯 살 남자아이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한 후 LG유플러스는 상암동 주변에 스마트 드론을 띄웠다. 이륙한 드론은 실시간 영상을 IPTV로 전송했고 영상을 통해 실종 아동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LG유플러스는 올 초 국내 최초로 LTE 관제 시스템을 적용한 드론을 선보이며 맞춤형 LTE 드론부터 클라우드 관제, 종합 보험을 한 번에 제공하는 ‘LTE 드론 토털 서비스’를 내놓았다.

‘U+스마트 드론 토털 서비스 패키지’는 맞춤형 LTE 드론, 클라우드 드론 서비스, 운용·관리 서비스 특화 솔루션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5개의 드론 기체 업체와 협력해 측량·운송·안전·농업·재난에 특화된 산업용 드론 기체 라인업을 갖춰 나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산업에서 ‘만년 3위’다, 최근 SK텔레콤과 KT가 역점을 가하고 있는 AI 스피커에서도 한 걸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LG유플러스는 기존 경쟁자들이 아직 발을 들여 놓지 않은 드론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LG유플러스는 드론 종합 보험을 연계하고 드론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해 드론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계획이다. 드론 종합 보험은 기체 손해를 보상하는 동산 보험과 대인·대물의 제삼자 피해를 배상하는 보험까지 포함해 설계를 진행 중이다.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드론에 빠진 이유
◆5G와 시너지 이룰 ‘탈통신’

통신사들이 기존 MNO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영역을 넓히는 것은 시장의 저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2월 번호이동 가입자 수(MNP)는 40만 명으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통신 가입자 수는 이미 포화 상태다. 2017년 말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6366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를 넘었다. LTE 가입자만 해도 이미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통사들은 타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번호이동’ 외에는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 해외 통신 기업들은 2010년대부터 ‘탈통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의 가계 통신 요금 인하 압박도 이통사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LG유플러스는 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고 KT는 무료 제공 데이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SK텔레콤은 요금제 개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약정 고객 혜택 강화와 약정 할인 위약금을 면제해 주는 다양한 개편안을 꺼내들었다. SK텔레콤의 방향 전환은 더 이상 통신 사업에서 불필요한 가입자 유치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따라서 통신 부문에서의 수익은 점차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2018년 통신 3사 전체 무선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탈통신’을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는 수익원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미션’이 된 것이다.

정체된 것처럼 보이는 통신 분야에도 확실한 미래 사업은 있다. 바로 5G다. 그런데 이통사들이 5G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통신사들은 2018년 하반기부터 5G의 시범 서비스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본격적 상용화는 2020년 이후로 넘어간다. 5G의 연결성을 높이고 지연성을 낮추는 작업이 아직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올 하반기 예정된 5G 주파수 경매로 선결돼야 할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박 애널리스트는 “5G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B2B 매출 비율이 높아져 새로운 시장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통사들의 신규 사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넓은 관점에서 보면 향후 이동통신사들이 구축할 5G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군이 신규 먹거리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AI·드론·스마트에너지 등은 5G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만 발전할 수 있다. 결국 ‘탈통신’과 ‘통신’은 서로 보완하며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인 셈이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