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음식 트렌드로 꼽힌 '식용 꽃'…해외에선 가공식품으로도 활용돼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꽃 파스타', 2018 푸드 트렌드 꼽혀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최근 개봉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꽃을 뿌린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온다.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은 시골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음식을 만들며 ‘자급자족’한다. 꽃으로 요리하는 장면이 시골에서만 가능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홀푸드마켓은 2018년 음식 트렌드 중 하나로 ‘꽃을 이용한 음식’을 꼽았다. 식용 꽃이 식품 트렌드로 꼽힌 이유는 맛과 건강, 시각적 요소를 다 잡았기 때문이다. 고급 요리에 종종 쓰이던 식용 꽃이 앞으로 가공식품에도 흔하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채식’ 키워드 업고 성장하는 식용 꽃

식용 꽃은 말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꽃이다. 국내에서 식용 꽃이 공식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당시 일부 친환경 농장을 중심으로 한 극소수 농가에서 식용 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꽃에 대한 인식이 관상용에서 식용으로 전환되면서 꽃의 무한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강채린 KOTRA 로스앤젤레스 해외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식품 시장에 ‘채식’이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식용 꽃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요식업계에서 식용 꽃의 상품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온 결과 꽃과 허브 향이 어우러진 음료와 스낵의 인기가 정점을 찍게 됐다”며 “미묘한 단맛과 신선한 향이 조합을 이루는 ‘플로럴 향미(floral flavor)’가 식품업계에서 톱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특히 라벤더나 피스타치오 장미 라테, 라벤더 레몬 그래놀라, 라스베리 제라늄 아이스크림 등 꽃의 종류와 첨가된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식용 꽃의 활용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16세기께 상류층 여인들을 중심으로 화훼 장식 문화와 함께 꽃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인기가 됐고 19세기 초 유럽을 중심으로 식용 꽃을 포함한 허브를 키우고 활용하는 붐이 일어났다.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꽃 파스타', 2018 푸드 트렌드 꼽혀
(사진)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꽃 파스타 / 리틀포레스트 스틸 컷

지금은 유럽의 식용 꽃 시장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업체에서 식용 꽃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영국의 대형 유통체인 세인즈베리는 브리티시 플라워 위크를 맞아 여름 샐러드, 케이크, 음료 장식용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식용 꽃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는 미식 세계에 식용 꽃을 소개한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스코틀랜드에서 설립된 식료품 제조업체 엉클로이스커메스티블컨칵션은 스코틀랜드에서 채취한 40가지 종류의 말린 꽃잎과 8가지 종류의 꽃잎 향신료를 판매한다.

유럽 파인다이닝 시장에서도 식용 꽃이 사랑받고 있다. 많은 레스토랑에선 ‘식용 꽃’을 정원에서 직접 키우거나 주변에서 채집하는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몇몇 유명한 식당에서는 채집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꽃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이유는 꽃의 화려함을 넘어 효능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꽃의 다양한 색상을 내는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콜라겐 형성을 촉진한다. 또한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항산화 활성, 항균 활성, 면역 기능의 활성을 증가시켜 강력한 면역 기능을 발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서양 들장미 열매인 로즈힙에는 오렌지의 40배에 달하는 비타민C가 함유돼 있어 제2차 세계대전 말 어린이들의 비타민C 공급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식용 꽃에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같은 중량의 채소나 과수에 비해 10배에서 100배 정도 많이 함유돼 있었다.

◆유통 기술도 함께 개발돼야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꽃 파스타', 2018 푸드 트렌드 꼽혀
(사진) 카페 '에이트돌비체'의 플라워 바바로아

한국에서도 꽃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늘고 있다. 삼청동 ‘플로라’는 국내 꽃요리 선구자인 조우현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햄이나 고기 대신 형형색색의 꽃을 가득 펼쳐 놓은 ‘꽃 피자’가 유명하다.

논현동에 있는 카페 ‘에이트비돌체’에서는 식용 꽃이 들어간 플라워 바바로아와 플라워 에이드를 선보이고 있다. 한식 음식점에서는 ‘꽃 비빔밥’이나 ‘꽃쌈 샤부샤부’같은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 있다.

식용 꽃 산업의 활성화는 화훼류 시장의 다양화와 틈새시장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식생활뿐만 아니라 친환경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식용 꽃이 꽃 추출물을 제공할 수 있는 원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꽃의 친환경 인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주요 생산 농가에서 추천 받은 96종 중 팬지 등 식용 꽃 27과 68종을 농식품 품질관리 시스템(친환경 인증)에 등록했다.

장윤아 농촌진흥청 연구원은 “사실 식용 꽃 시장은 원예 산업 전체를 봤을 때는 매우 미미한 시장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원예 산업 성장이라는 맥락에서 봤을 때는 하나의 틈새시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식품 트렌드에서 시각적 요소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식용 꽃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식용 꽃은 줄기가 없이 꽃만 채취해 팩에 넣어 유통되는 것이 대부분으로 유통기간이 매우 짧고 저장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농촌진흥청은 식용 꽃의 저장에 필요한 환경 조건, 포장 방법에 관한 정보 제공과 함께 효율적 유통을 위한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니 인터뷰]안승환 엔젤농장 대표
◆1997년부터 식용 꽃 재배…롯데호텔·한국콜마에 유통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꽃 파스타', 2018 푸드 트렌드 꼽혀
(사진) 안승환 엔젤농장 대표/ 안승환 대표 제공

국내 식용 꽃 재배 선구자는 안승환 엔젤농장 대표다. 충남 공주시에 자리한 엔젤농장은 1995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국내 첫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특히 식용 꽃뿐만 아니라 유기농 허브, 열대과일 등 국내에서 생소한 작물 재배에 앞장서 왔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식용 꽃을 재배해 상품화했다. 현재 1년에 70종에 달하는 유기농 식용 꽃을 재배하고 있다.

-처음 식용 꽃 재배를 시도한 이유가 무엇인가.
“엔젤농장은 국내 최초로 쌈채소 품목을 재배해 상품화했다. 하지만 농작물 트렌드는 계속 변해 가고 채소로만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내가 뛰어들기 전까지 식용 꽃 재배를 시도하는 사람이 없어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봤다. 국내엔 자료가 없어 식물학 사전과 해외 원문 자료를 찾아가며 먹을 수 있는 꽃들을 하나하나 골랐다.”

-어려움은 없었나.
“이미 해외에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식용 꽃을 즐겨 먹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관상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쌈채소도 최초로 개발했지만 물량을 채우기 힘들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식용 꽃은 쌈채소를 납품하는 곳에 공짜로 줘도 의구심을 품고 먹지 않았다. 지금은 각종 매체를 통해 식용 꽃이 많이 알려져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

-재배한 식용 꽃은 어디에 납품하고 있나.
“10년 넘게 거래한 롯데호텔과 한국콜마가 대표적이다. 한국콜마는 유기농 꽃을 원료로 한 꽃 추출물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콜마에 공급하는 양이 연간 7톤에 이른다. 이 밖에 대형 유통업체나 레스토랑, 일반 가정집에도 납품하고 있다.”

-국내 식용 꽃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식품 산업뿐만 아니라 화장품 산업까지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식 등재된 식용 꽃은 15종으로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다. 해외에서 식용 꽃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스토크도 국내에서는 식용 꽃으로 유통할 수 없다. 농민이 농작물을 식약처에 공식 등재하기까지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과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식용 꽃의 종류도 통일되지 않고 있다. 이 점이 아쉽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