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내가 회사를 위해 한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는 A급 인재를 모으는 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회사가 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과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경영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영입 대상자를 수소문해 접촉하고 있는데 관심권에 있는 후보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일수록 기대 연봉이나 직급이 가파르게 높아집니다. 어떤 사람은 외국인이 아닌데도 해외에서 귀국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주거비와 자녀 교육비, 항공료를 요구합니다. 직책이나 조직, 노동환경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 “그렇게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면서 영입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들어온다고 해도 성과가 갑자기 달라지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기존 직원들과 업무 역량 격차가 너무 벌어지는 사람은 융합이 어려울 것”이라며 “천천히 가더라도 내부 직원을 교육 훈련해 육성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영입을 총괄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반응이 신경 쓰입니다. 인재 영입을 통해 성과 개선과 회사 발전을 추구하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려울까요. A = 기업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 내부 반발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특히 기존 직원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하면서 영입하면 기존 직원들로서는 마냥 환영하기 어려울 겁니다. 아무리 탁월한 역량을 갖췄더라도 입사 조건이 너무 파격적이라면 자신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제가 만난 어떤 기업의 인사 책임자는 인재를 영입할 때마다 동료 임원들로부터 “공연히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핀잔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이들 임원들의 지적은 모두 타당합니다. 유능하다고 평가 받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많이 썼지만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곳이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최고 수준 인재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최고 수준의 인재가 만들어 내는 성과가 일반적 예상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 헤드헌팅 회사의 컨설턴트인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는 ‘어떻게 최고의 인재를 얻는가’라는 책에서 기업이 최고 수준의 인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1990년대에 실시했던 조사에서 업무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최고와 나머지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생산직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서 ‘스타 노동자’는 ‘일반 노동자’보다 생산성이 40% 정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최고 수준의 생명보험 회사 판매원은 평범한 판매원보다 보험 판매액이 240% 많았고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컨설턴트는 평범한 수준의 직원에 비해 생산성이 1200%나 앞서 있었습니다.
최고와 나머지 간 생산성 격차가 어마어마하다는 조사는 많습니다. 이 중 하나가 경영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마이클 맨킨스, 앨런 버스, 제임스 루트가 조사한 것입니다. 이들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성공적인 올스타팀 만들기’에 따르면 애플의 가장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다른 기술 회사의 평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보다 생산성이 9배나 높았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시저팰리스호텔 카지노에서 일하는 최고 블랙잭 딜러의 게임 진행 시간은 주변에 있는 다른 카지노의 평균적 딜러보다 5배 이상 길었습니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인 노스드트롬의 최고 판매 사원은 다른 백화점의 평균적 수준의 판매 사원보다 판매액이 8배 이상 많았습니다. 또 일류 병원에서 일하는 최고 수준의 이식 전문 의과의사의 수술 성공률은 다른 평균적 의사들의 성공률보다 6배 이상 높았습니다.
모든 직업이나 직무에서 최고와 나머지의 성과 차이는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기업들은 평범한 성과를 내는 평범한 직원만으로는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탁월한 직원을 뽑아 유지하지 못하는 기업이 경쟁에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반대로 스타 직원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도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적 기업들이 이른바 스타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애플·테슬라·구글·마이크로소프트·AMD·아마존·넷플릭스 같은 첨단 기술 분야의 기업들은 인재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경쟁 회사로부터 첨단 기술 분야의 최고급 개발자와 엔지니어를 빼오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공공연하게 수백 명의 애플 직원을 영입했고 반대로 애플은 대놓고 테슬라의 엔지니어링 총괄부사장까지 빼 왔습니다. 구글은 인재를 얻으려고 많은 비용을 들여 회사를 통째로 사기까지 했습니다.
최고 인재는 ‘의외로’ 팀플레이도 강하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상위 1%의 최고 수준 인재를 통해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탁월한 인재를 모아 탁월한 기술을 개발하고 그런 기술로 만든 차별적 제품과 서비스로 다른 기업과 격차를 벌리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선발 대기업을 중심으로 최고 인재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최고 수준의 인재를 영입하려는 경영전략은 새로울 것도 없고 이상할 것도 없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검증된 것입니다. 따라서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최고 수준의 인재를 조직에 담으려면 감수하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최고 수준의 인재를 영입하면 조직 적응이 쉽지 않고 팀플레이가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기업에서 이런 일들이 가끔씩 벌어지기도 합니다. 회사가 큰 기대를 갖고 영입한 사람이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회사를 떠나는 겁니다. 특히 외국인 인재는 조직 적응에 실패해 되돌아가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인재라고 해서 모두 팀플레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탁월한 사람은 모두 팀플레이를 못 한다면 어떻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다는 유럽의 명문 프로 축구 구단들이 운영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어떤 사람이 팀플레이에 약하다면 그는 최고 수준의 인재가 아니거나 능력은 뛰어나지만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탁월한 인재는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성취 동기를 자극하는 방법도 일반 직원들과 달라야 합니다. 이들은 굳이 어르고 달랠 필요가 없습니다. 대체로 조직이 탁월함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냅니다. 자신의 내적 동력에 따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최선의 성과를 도출합니다.
최고의 인재를 통해 기업을 키우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경영자는 바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입니다. 잡스의 기본 경영전략은 세계 최고의 인재를 모아 일에 미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고 수준의 인재를 그러모으는 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자기 분야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을 그러모았습니다. 그는 회사도 탁월한 사람들이 일하기 좋도록 소규모 조직 중심으로 운영했습니다. 잡스는 또 이들에게 파격적 스톡옵션을 제공해 헌신을 유도했고 그들 스스로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거의 세뇌에 가까운 칭찬과 격려를 퍼부었습니다. 반대로 직원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내보냈습니다.
잡스는 애플의 경영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회사에서 내 임무는 언제나 나와 함께 일하는 조직원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A급 선수만 보유한다는 목표를 조직에 주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였습니다. 나는 특히 세계 최고의 사람들을 찾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대가로 이어졌습니다.”
잡스는 언제까지나 최고만을 고집했습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가장 똑똑한 인재만 골랐습니다. 그는 애플을 창업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낼 때까지 내내 최고의 인재를 모으고 유지하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여겼고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세계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성장하는 기업은 모두 인재의 블랙홀입니다. 최고 수준의 인재를 찾아 끊임없이 빨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인재와 평범한 사람이 만드는 성과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의 경영진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써야 하는 많은 비용도, 인재의 조직 적응 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작용도 기꺼이 감수합니다.
유비는 공명이 있어 세상을 도모했다
‘천 명의 군사는 쉽게 얻을 수 있지만 한 명의 뛰어난 장군은 얻기 힘들고 한 가지 재주에 능한 천 명의 평범한 인재는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온갖 재주를 두루 겸비한 비범한 인재는 얻기 힘들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삼국지’에는 걸출한 인물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유비는 제갈공명을 얻고 나서야 세상을 도모할 수 있었고 조조는 순욱의 도움 덕분에 북방을 통일할 수 있었습니다. 또 손권은 노숙이 곁에 온 뒤에야 강동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인재는 많지만 최고 수준의 인재는 그리 많지 않고 그들의 역할과 성과는 다른 인재와 다른 법입니다.
기업이 탁월한 실적과 성취를 이루는 비결은 언제나 회사를 최고의 인재로 채우는 것입니다. 그런 비결을 잘 알고 있는 경영자만이 최고의 기업을 일굴 수 있습니다. 평범한 직원, 평범한 임원, 평범한 경영자는 자신과 기업을 평범하게 만듭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하느냐’도 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기업을 성장시키고 기업 가치를 키우려면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하느냐’와 함께 ‘누구와 할 것이냐’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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