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수요 늘며 대우조선 주가 급등…‘반사이익’ 누릴 투자처는
오랜 시간 대기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온 중국은 2015년부터 리커창 국무원 총리 주도로 ‘푸른 하늘 지키기’에 나서는 중이다. 하늘뿐만이 아니다.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강화되는 중국의 환경보호 정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해운 조선 업종부터 제지 업종까지 ‘중국발 나비효과’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중국 환경 규제에 따른 국내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며 수혜주를 짚어봤다.시진핑 집권 2기를 맞은 올해는 특히 중국 환경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이미 ‘환경보호법’을 개정하고 관련 규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 감독이 강화되고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 처벌이 뒤따른다.
법률 강화와 함께 환경 관련 예산 또한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현재 중국은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이 진행 중인데, 중국 환경보호부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환경 정책 예산만 5조1000억 위안(약 860조원)이 책정돼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공급과잉인데다가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광산과 소재 산업의 ‘구조 개편’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며 “광업과 제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향후 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의 환경 정책 수혜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 나비효과 - 허베이성 철강 감산하자 합금철 가격↑
중국은 악명 높은 중국의 스모그를 방지하기 위해 철강 생산량을 대폭 줄여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철강 생산지인 허베이성 탕산은 생산량을 기존의 절반 가까이 감축할 계획이다. 철강 가격의 상승과 함께 포스코·현대제철과 같은 국내 대표적인 철강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 와중에 유독 급격한 가격 상승을 보인 소재가 합금철이다. 2016년 1분기 톤당 81만8000원이었던 합금철의 평균 판매 가격(ASP)은 2017년 1분기 톤당 140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에는 톤당 157만7000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합금철 가격은 허베이성이 철강 감산을 시작한 11월 중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철강 생산에는 부원료(제강 첨가 원료)가 필요하다. 합금철은 원료 광석과 코크스를 배합해 전기로를 통해 생산한다. 그런데 허베이 감산의 영향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이 코크스로와 전기로다. 환경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다 보니 가동 제한의 영향을 가장 먼저 크게 받았다. 그러다 보니 합금철 업체는 원재료인 코크스 조달이 어려워지고 전기로 가동이 제한돼 생산이 수요보다 더 많이 감소하게 됐다.
국내 2위 규모의 합금철 제조업체인 ‘심팩메탈’을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까지 6000~7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심팩메탈의 주가는 그 이후 거의 2배가량 상승했다. 4월 12일 종가 기준 1만3050원에 거래됐다.
김두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합금철 가격은 국제가격이 국내에도 적용되는데, 통상 1개월 후 시차가 있다”며 “이 때문에 향후 국내 합금철 가격 또한 최소 유지하거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둘째 나비효과 - 석탄 줄이자 ‘귀해진’ 비료
중국 정부는 현재 주요 도시에서 석탄 보일러를 가스 보일러로 전환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 중이다. 국내 보일러 업체인 경동나비엔의 주가가 올해 2월 ‘깜짝 상승세’를 보인 것 또한 이에 따른 것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4만~5만원대에 거래되던 경동나비엔은 2월 이후 주가가 6만원대에 진입했다. 3월 28일 종가 기준 6만9900원을 기록한 뒤 4월 12일 현재 6만33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진짜 수혜자는 따로 있다. 중국 정부가 석탄 사용을 규제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크게 늘리면서 ‘비료 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비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 대부분이 가스 부산물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질소비료의 주요 원료는 요소다. 요소의 원료는 암모니아다. 암모니아의 원료는 천연가스와 석탄이다. 중국 암모니아는 80%가 석탄, 20%가 천연가스로 생산된다. 중국 정부의 석탄 생산·사용 규제와 이에 따른 LNG 가격 상승이 암모니아 생산 차질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암모니아의 생산 차질은 요소와 비료 가격의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요소 가격은 2013년 이후 최고 가격이다. 2017년 톤당 1350위안에 못 미치던 요소 가격은 현재 톤당 2000위안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요소 생산국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세계 전체 수출량의 20% 역시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비료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 비료 업체들도 이와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남해화학이 대표적이다. 화학비료 제조업체인 남해화학은 지난해 연말에 비해 주가가 5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8500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남해화학은 4월 12일 종가 기준 1만3100원까지 올랐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남해화학의 매출 구조를 보면 수출 비료의 비율이 22% 정도”라며 “중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수출 비료 부문의 호조가 지속되면서 2018년에도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나비효과 - LNG 수요 늘면서 ‘볕 드는’ 조선 업종
국내 대표적 조선·해운주인 대우조선도 지난해 연말에 비해 현재 주가가 64% 이상 치솟았다. 지난해 분식회계 혐의로 매매 거래가 정지되며 고전했던 대우조선은 지난해 11월 거래 재개 당시 1만6800원 안팎에 거래됐다. 4월 12일 종가 기준 대우조선의 주가는 2만76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대우조선의 주가 상승을 견인한 동력은 중국이다.
오랫동안 불황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조선·해운 업종은 2018년을 기점으로 수주 실적에서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조선 업종의 수주가 늘어난 배경에는 중국의 LNG 수요 급증이 자리 잡고 있다. LNG는 화학적으로 유전에서 석유와 함께 나오는 프로판과 부탄을 주성분으로 한 가스를 상온에서 압축해 액체로 만든 연료다. LNG 역시 화석연료인 만큼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석탄 등과 비교하면 오염 물질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아파트 등 대형 건물이나 공장을 난방할 때 석탄 사용량을 금지하고 LNG를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이 LNG 생산 국가가 대부분이 호주나 북미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중국의 LNG 수입량은 전년 대비 50% 정도 증가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LNG 수요가 가장 많은 나라는 1위가 일본, 2위가 한국, 3위가 중국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의 LNG 수입량이 급증하며 한국을 제치고 LNG 수입 규모 2위에 올라섰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LNG 수입 규모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LNG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하다. LNG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한 이유다. 한국의 조선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월과 2월 두 달 동안 국내 대형 3사가 수주한 LNG 운반선만 총 19척에 달한다”며 “미뤄 왔던 발주가 속속 나오면서 조선주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경쟁 조선소들에 비해 LNG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은 가장 많은 LNG선 수주 잔액을 갖고 있고 수주 잔액의 절반 이상이 LNG선으로 채워져 있다”며 “동시에 기술혁신을 통해 LNG선의 건조 원가를 낮추고 LNG선의 수주를 계속 늘려 가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긍정적인 전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넷째 나비효과 - 비타민C 원료 국제 가격 상승
만성피로를 해결해 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C는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비타민C의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타민C의 가격 상승은 그 원료가 되는 아스코르빈산의 가격이 최근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네 배 이상 올랐다. 2016년 10월 kg당 평균 3.5달러였던 아스코르빈산의 가격은 3월 14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공장에 벌금을 부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면서 중국의 비타민C 원료 생산 공장들이 대거 가동을 중단하거나 폐쇄 조치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비타민C 원료의 90%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환경 규제 강화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어서 비타민C 원료 가격의 상승세는 향후에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일부 제약사가 비타민C 제품의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타민C 원료의 국제가격 상승 여파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비타민C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업체는 비상장사인 고려은단으로, 비타민C 원료를 영국에서 모두 들여온다. 이 밖에 ‘비타민C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과 종합 비타민제 ‘아로나민골드’로 잘 알려진 일동제약이 국내 대표적인 비타민C 생산 업체다. 경남제약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분식회계 등의 이슈로 현재 상장폐기 위기에 처해 있다. 이슈가 불거지기 전 경남제약의 주가는 1년 전(2월 28일 종가 기준) 4955원에서 올해 2월 28일 1만7000원까지 올랐다. 일동제약 또한 지난해 4월 12일 종가 기준 2만2450원에 비해 올해 4월 12일 종가 기준 2만6850원으로 20% 정도 올랐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보통 원료 가격이 상승하는 기간에는 제품 가격 또한 올라가기 때문에 업체들의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 또한 커지기 마련”이라며 “이는 이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섯째 나비효과 - 골판지 제조업의 ‘꽃놀이패’
중국은 세계 최대 폐지 수입 국가다. 2016년 기준 전체 폐지 공급의 36.5%를 수입을 통해 조달했다. 폐지는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재가공을 통해 원지로 재탄생해 택배 상자의 원재료로 주로 사용된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전자 상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중국 내 택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중국 택배 물동량은 401억 건으로 2007년 대비 33.4배 증가했다. 1인당 연평균 36건의 택배를 배송하며 1초에 소비되는 택배 상자는 1000개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의 재활용지 활용률은 50% 수준에 그칠 정도로 정체돼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재활용률은 85%에 달한다. 중국이 그동안 폐지를 조달하기 위해 수입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2017년 말 폐지 수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환경보호 차원이다. 2018년 1월 1일부터 혼합 폐지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3월 1일부터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오염물 0.5% 이상의 폐지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폐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폐지·원지 산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2017년 기준 중국발 폐지 수출 비율은 48.5%로 집계됐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84.5%와 63.9%로 점진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다. 50%에 달하는 폐지의 중국 수출이 제한되며 국내 폐지 산업은 초과 공급 상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쓰레기 대란’의 원인이다.
반면 원지 업체는 수혜를 볼 것으로 판단된다. 원재료인 폐지의 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완성품인 원지의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2017년 9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원지·골판지 상자 가격은 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혜를 누릴 종목으로는 신대양제지와 대림제지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신대양제지는 올 들어 주가가 3만5350원에서 4월 12일 종가 기준 7만원으로 98% 상승했다. 대림제지도 같은 기간 1035원에서 1740원으로 68% 정도 뛰어올랐다.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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