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 정책’에서 찾는 투자 아이디어…천연가스관 사업 주목해야
유라시아의 지형이 바뀐다…남북 경협 수혜주는
[정리=한경비즈니스 이홍표 기자]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앞두고 평화 무드가 고조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완전한 핵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시각차는 여전하다. 하지만 정세 변화를 감안할 때 남북 관계 개선에 대비한 산업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통일에 대한 가정은 아직 성급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 정책’ 효과가 가장 먼저 가시화될 가능성을 먼저 염두에 둬야 한다.
남북 관계를 두고 흔히 독일과 비교한다. 하지만 양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특히 지정학적 상황은 더욱 그렇다. 한국은 3면이 바다다. 그래서 대륙 진출을 위해선 북한을 꼭 거쳐야 한다.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독일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크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남북 관계의 변화는 단지 남북 간의 이슈를 넘어 동북아와 유라시아까지 확대될 변화를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 정책의 목표는 북한 리스크를 해소한 뒤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 극동 지역을 거점으로 유라시아와 협력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 등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주요 시장이 될 잠재력이 크다. 특히 2014년 서방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로부터 쇄빙선 15척을 수주하는 등 가스 자원이 정치적 논리를 떠나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거나 관계가 있는 기업은 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조선해양·한국가스공사·CJ대한통운 등이다.
향후 남북 관계 개선과 관련해 주목할 기업은 현대건설·아세아시멘트·한국가스공사·CJ대한통운이다.
-대북 사업 경험 있는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대북 사업 경험이 있는 유일한 건설사다. 비록 중단됐지만 총사업비 46억 달러 규모였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원전 사업의 시공 주간사였다. 현대건설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총 7000억원의 대북 사업을 했다. 지금 물가로 따지면 1조원 규모다. 대북 사업은 민간 공사도, 공공 공사도 아닌 제3의 정치적 프로젝트다. 세계적으로도 특수한 형태로 과거의 경험은 차별적 강점이 된다. 향후 대북 사업이 재개된다면 초기에는 현대건설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2017년 현대건설은 어두운 한 해였다. 연초 회계 감리가 시작됐고 해외 수주가 2조원에 그쳤다. 수주에 주력했던 반포 주공 1단지 재건축은 성공했지만 많은 노이즈와 함께 아직 착공 시기가 불분명하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외 수주가 부진해 올 상반기까지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하반기부터는 매출 회복이 예상된다.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NRP) 탱크, 사우디아라비아 우스마니야 에탄 회수 시설,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합성석유(GTL) 시설 등 해외 주요 현장의 기성이 빨라져서다.
또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이라크 크르발라 정유 시설과 같이 고수익 현장 매출도 다시 시작된다. 이와 함께 2018년 초 분양된 개포 8단지 등 주요 국내 사업 매출 역시 발생하기 시작한다. 특히 현대건설이 시공 지분 1조8000억원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도 6차례 심의 끝에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는 점도 긍정적 뉴스다. 현대건설의 투자 의견은 ‘매수’, 목표가는 5만2000원이다.
아세아시멘트는 올해 1월 한라시멘트 지분 100%를 376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아세아시멘트는 7위 시멘트 회사에서 단숨에 빅3 시멘트 회사 중 하나가 됐다.
흔히 통일을 가정하면 시멘트 업종을 최대 수혜주로 본다. 남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프라 투자가 필수고 토목 사업에는 시멘트 투입 비율이 총원가의 45%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시멘트 공장의 수준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만성 시멘트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북한의 시멘트 생산량은 한국의 10분의 1에 그친다. 그래서 경협 사업 초기에는 북한으로 시멘트 운송이 용이한 해안사가 우선 수혜를 볼 전망이다. 한라시멘트는 3대 해안사 중 하나인데다 추가 원가 개선 여지가 높다는 점이 매력이다. 아세아시멘트의 투자 의견은 ‘매수’, 목표가는 17만2000원이다.
유라시아의 지형이 바뀐다…남북 경협 수혜주는
-북방 진출 선제 대응 중인 ‘CJ대한통운’
최근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남한·북한·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2013년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향후 대북 제재 완화가 현실화되면 남·북·러 모두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천연가스 도입 사업이 첫째 논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사업은 한국가스공사 주도하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올해 말 사업 추진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다고 가정하면 북한을 거쳐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 천연가스는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되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예멘 등의 약 500만 톤의 기존 장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계약 물량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정부는 과거 수급 계획과 달리 천연가스 도입을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도입, 가격 다양화 등을 담당할 한국가스공사의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가스공사의 투자 의견은 ‘매수’, 목표가는 6만2000원이다.
CJ대한통운은 신북방 정책의 선두에 선 국내 1위 물류 기업이다. CJ대한통운은 북방 물류 시장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먼저 올해 3월 러시아의 물류 기업인 페스코(FESCO)와 전략적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페스코는 종합 물류 기업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의 최대 주주이면서 시베리아횡단철도 등 극동 지역 내 주요 철도운송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CJ대한통운은 재계 차원에서 설립된 ‘한국·러시아기업협의회’의 초대 회장사를 맡기도 했다.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북방 물류가 활성화된다면 글로벌 네트워크와 물류 경쟁력을 갖춘 CJ대한통운에 큰 기회다. CJ대한통운은 2015년 중국 로킨물류를 시작으로 지난해 인도·중동·베트남에서 각각 1위권 물류 기업을 인수했다. 특히 중국 내 물류 네트워크와 경험은 한국과 유라시아 지역을 잇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CJ대한통운의 투자 의견은 ‘매수’, 목표가는 17만원이다.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