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LG그룹의 ‘4세대 경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5월 17일 구광모(사진) LG전자 상무가 (주)LG의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구 상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주)LG는 그룹의 지주사다.
(주)LG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고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다. 임시 주주총회에 올린 핵심 안건은 구광모 LG전자 상무·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을 (주)LG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이다.
(주)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와병으로 (주)LG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함에 제약이 있는 관계로 주주 대표 일원이 이사회에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사회에서 있었던데 따른 것”이라며 “이는 또한 후계 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구 상무는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주)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사진)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본무 회장 타계 전 후계 대비
구 상무는 앞으로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을 이끌 것이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구 상무는 1978년 1월 2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구 상무는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를 졸업하고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과 (주)LG 시너지팀·경영전략팀 등을 거치며 제조·판매·기획·현장 등 그룹 내 핵심 부서에서 경험을 쌓아 왔다.
구 상무가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기 시작한 때는 2015년 (주)LG 시너지팀 상무로 승진하면서부터다. (주)LG 시너지팀은 계열사 간의 협업을 통해 LG그룹의 주력 및 미래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곳이다. 이후 경영전략팀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던 구 상무는 2018년부터 LG전자에서 그룹 신성장 사업 중 하나인 정보디스플레이(ID) 부문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게 됐다.
그가 맡은 ID사업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성장 분야인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특히 전자·디스플레이·정보통신기술(ICT)·소재부품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부문과 협업이 중요한 곳이다. 구 상무는 ID사업부장을 맡은 후 최근까지 미국·유럽·중국·싱가포르 등 글로벌 현장을 두루 누비면서 사업 성과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월 열린 사이니지 전시회 ‘ISE 2018’에 참석해 LG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을 집약한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등 신제품을 시장에 소개하는 등 사업 현장을 직접 뛰고 있다.
LG그룹은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룹의 중요 직책을 맡기 위해서는 아무리 오너가일지라도 충분한 훈련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의 이력에서 보듯이 구 상무도 2006년 입사 후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왔다.
이 같은 전통은 선대 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18년간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현장 수련은 선친인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뜻에서 이뤄졌다.
구본무 회장 역시 취임 전 과장·부장·이사·상무·부사장·부회장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치면서 주력 회사인 LG화학과 LG전자의 영업·심사·수출·기획 업무 등 20여 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인지 그의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 역시 LG그룹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으며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상무가 선후배들과 격의 없이 지내 사내 평판이 좋다”며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존중하고 야구 관람도 같이 즐기는 등 소탈하게 지내지만 일에 있어서는 실행을 깊이 챙기고 실무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짚어낸다는 평가다. 학창 시절에도 워낙 검소하게 지내 주변 친구들이 “LG대리점 아들이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알려졌다.
LG그룹의 또 다른 경영 원칙은 ‘장자 승계’다. 구 상무의 친아버지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첫째 동생으로 구 상무는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2004년 입적했다. (사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012년 4월 열린 구자경(앞줄 왼쪽 셋째) LG 명예회장의 미수연(米壽宴)에 LG그룹 오너 일가가 참석했다. 구본무(앞줄 왼쪽 첫째) LG그룹 회장, 구본준(뒷줄 왼쪽 둘째) LG그룹 부회장, 구광모(뒷줄 왼쪽 셋째) LG전자 상무, 구본능(뒷줄 왼쪽 넷째)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뒷줄 왼쪽 여섯째) 희성그룹 부회장.
◆장자승계·현장경험’ LG家 전통 이어
입적 후부터 구 상무는 지주회사 (주)LG의 지분 확보를 차분히 해오고 있다. 구 상무가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하기 전까지 보유한 LG 지분은 0.2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LG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 구 상무가 보유한 (주)LG의 지분은 6.24%로 구본무 회장, 구본준 부회장에 이어 셋째로 많다. 현재 (주)LG의 최대 주주는 구본무 회장으로 11.28%를 갖고 있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7.72%다. 특히 구본능 회장 역시 (주)LG의 지분 3.45%를 가지고 있다.
(주)LG는 LG화학(34%)·LG전자(34%)·LG생활건강(34%)·LG유플러스(36%)·LG생명과학(30%)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요 자회사들은 사업부문별로 수직 계열화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순환 출자가 없는 순수지주회사로 (주)LG 최대 주주에 올라서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이미 계열사 지배구조 정리가 끝난 만큼 승계 작업은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구광모 상무가 상속 받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향후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 받는다면 단숨에 지주사 최대 주주로 LG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한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치료를 받던 구본무 회장은 5월 20일 별세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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