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말하는 Z세대, 고려대 6인의 이야기
['요즘 애들' Z세대] “‘막연한 미래’보다 ‘오늘 하루’를 생각하죠”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18년 한국의 Z세대 646만 명 중 절반인 336만 명이 성인기에 접어들었다. X세대$Y세대와는 또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의 성인기 진입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서울 고려대 안암 캠퍼스에서 5월 14일 만난 Z세대들과 그들의 삶$생각$미래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만난 ‘성인 Z세대’의 대표 주자들은 고려대 학생 여섯 명으로 이지은(20)$김민주(20)$박건민(26$이상 경영학과)$김상헌(21$경제학부)$세미네 미키(19)$이은지(19$이상 자유전공학부)로 구성됐다.
질문 ;‘Z세대’에 대해 관심 가져본 적 있어요.
지은 : 아뇨. 좌담회 때문에 알게 됐어요. 우리를 Z세대라고 부르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죠.
질문 : 그러면 X세대나 Y세대에 대한 인식은 어때요.
은지 : 실생활에서 우리 윗세대를 잘 생각하진 않죠. 우리 부모님들이 속한 세대니까…. 함께 가야 한다는 것과 ‘꼰대’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어요.
상헌 : 평소에는 관심이 없죠. 정치적으로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긴 해요.
지은 : 따로 살아 잘 못 뵙기 때문에…. 그냥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거. 그거 외에는 바라는 건 없어요.
◆주관심사는 ‘나’…사회참여에도 적극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 ‘유일무이한 세대’, ‘디지털 원주민’…. 전 세계 언론과 기업이 Z세대를 주목하고 그들에게 화려한 수식어를 붙인다. 하지만 정작 Z세대는 자신들을 향한 별칭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기자의 설명으로 자신들을 부르는 명칭이 Z세대라는 걸 처음 안 학생도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어떤 세대라고 생각할까. “좋게 말하면 ‘급진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과격’해요. 사회운동에도 참여해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사용하는 언어도 직설적이죠.(이지은)”
다음소프트의 Z세대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이들을 설명할 수 있는 유력 키워드로 ‘개인 맞춤 서비스’, ‘혼밥’, ‘자기중심’ 등이 꼽혔다. Z세대의 철저한 개인주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좌담회에 참여한 여섯 명의 학생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키워드도 ‘나’였다.
이은지 씨는 ‘욜로’를 얘기했다. “스스로에게 집중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즐길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Z세대라면 빼놓을 수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용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김상헌 씨는 “인스타그램이 인기인 이유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노출하고 또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에만 집중하는 것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하우다. 이은지 씨는 “사회가 하도 빠르게 바뀌니까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은 씨도 “지금 우리는 ‘좋은 학교’에 가면 취업이 보장됐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며 “‘선례’가 없다 보니 일종의 ‘실험용 쥐’와 같은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필연적으로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Z세대지만 이들은 탁월한 디지털 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도 내고 있다. “제가 먼저 나서진 않지만 친한 언니가 적극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는데,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어요(이지은).”
온라인을 통한 의사 표현에도 능숙하다. “손글씨로 사회현상에 대한 생각을 적은 다음 페이스북에 올리는 친구들이 있어요. 다음 사람을 지목하면 공유하는 방법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의사 표현을 하기도 해요(김상헌).”
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일본인 세미네 미키 씨는 일본의 ‘Z세대’의 성향을 전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친화적’인 면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해요. 그런데 사회참여도는 조금 달라요.” 세미네 씨는 “한국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데 일본은 동일한 사고방식의 ‘집단 문화’가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요즘 애들' Z세대] “‘막연한 미래’보다 ‘오늘 하루’를 생각하죠”

◆Z세대는 버디버디를 모른다
이들의 삶에서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은 모바일이다. 이 중에서도 유튜브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좌담회의 참석한 여섯 명의 학생들 모두가 하루에 1시간 정도 유튜브 영상을 보는 데 사용한다고 말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뷰티 유튜버의 화장품 리뷰에서부터 고양이가 나오는 ‘힐링 영상’, 일반인이 올린 노트북 스펙 분석을 통해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선택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유튜브의 장점으로는 이구동성으로 ‘보고 싶은 것만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유튜버의 제품 리뷰를 신뢰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방송 프로그램의 간접광고(PPL)처럼 부자연스러운 형태보다 일반인(혹은 인플루언서)이 직접 사용한 제품을 구매하는 게 훨씬 더 끌린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의 윗세대인 ‘Y세대(밀레니얼 세대)’와도 구별되는 항목이다.
다음소프트의 분석에 따르면 Y세대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 등 실용적 이유가 강했다. 하지만 Z세대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온라인 쇼핑을 선호했다. Y세대가 ‘가격’, ‘배송’, ‘적립금’을 검색했다면 Z세대는 ‘사진’, ‘사이즈’, ‘추천’, ‘후기’를 입력한 것이다.
늦으면 중학교,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모바일을 접한 이들은 SNS 사용에도 능숙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모바일과 함께한 셈이다. 이 때문에 SNS 사용에도 확고한 자신들만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박건민 씨는 “인스타그램은 자신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인데, 사생활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피로를 느껴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프로 인스타그래머’인 김민주 씨는 “예전에는 친구들이 페이스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인스타그램으로 거의 다 왔다”고 말했다. 이은지 씨는 “페이스북은 모두에게 알려야 할 ‘빅 이벤트’ 위주로, 인스타그램은 사생활을 올리고 있다”며 목적에 따라 소셜 미디어를 다르게 사용한다고 말했다.
자주 사용하는 메신저는 카카오톡이었지만 페이스북 메시지를 가끔 쓴다는 학생도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던 ‘버디버디’를 직접 사용해 본 학생은 딱 1명이었다. 나머지는 “들어는 봤는데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Z세대의 ‘맏언니·맏형’ 격인 이들은 몇 년 후면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은지 씨는 인권과 봉사에 관심이 많다. “아직 구체적으로 직종을 정하진 않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일본에서 온 세미네 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유학생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교수직을 하면서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라는 말은 많은 편견을 담고 있는 말이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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