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후 중도 사퇴 ‘공식’…차기 회장 6월 중 윤곽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반복된 포스코 회장 잔혹사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임기를 2년여 남겨 놓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CEO)이 돌연 사의를 밝힌 가운데 포스코가 차기 회장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사내·외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을 발굴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6월 중에는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도 정권 교체 후 포스코 회장의 중도 사임이라는 ‘흑역사’가 어김없이 반복되면서 여기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권 회장은 2014년 3월 3년 임기의 포스코 회장직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임기가 끝났지만 연임에 성공해 2020년 3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4월 18일 포스코 임시이사회에서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분위기였다.
◆떠돌던 ‘중도 퇴진설’ 현실로
배경은 이렇다. 포스코는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2000년 9월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됐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지만 회장 선임에서는 여전히 공기업 시절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기업은 정권이 바뀌면 기존 사장 대신 새 정권과 관련이 있는 인사가 내려와 이른바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그동안 포스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영화된 후에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존 회장이 중도 하차하는 일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어김없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서 ‘새 정권 코드와 맞는 이가 포스코 회장이 된다’는 말까지 돌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반복된 포스코 회장 잔혹사
권 회장 역시 작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1년간 자리는 지켰지만 중도 퇴진설이 끊이지 않았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만큼 과거 포스코 회장처럼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었다. 실제 조짐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때 권 회장이 가지 않고 대신 오인환 포스코 사장을 동행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가 아닌 ‘퇴진 압박’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추측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하마평 무성하지만 “확인된 바 없어”
포스코는 이런 시각을 의식한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 차기 회장 선출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권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마자 차기 회장 물색에 들어갔다.

회장 선임 단계의 맨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CEO승계카운슬’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매번 사외이사 등이 포함된 CEO승계카운슬을 구성해 회장 적임자를 발굴해 왔다.

현재 CEO승계카운슬은 3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회장 후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 중이다. 직원 대의 기구인 노경협의회와 퇴직 임원 모임인 중우회와도 모임을 갖고 회장 후보 선출과 관련된 조언을 청취했다.
또한 외부 회장 후보 발굴을 위해 국내외 서치펌 7개사 그리고 0.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여 개 주주사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았다. 여기에는 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후보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추천받은 내·외부 CEO 후보는 20여 명 정도다.
포스코는 대상자 면접 등 심사 과정을 거쳐 이사회에 상정할 최종 후보 1인을 6월 중 결정할 방침이다. 선출된 후보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임시 주총 기준일이 5월 31일로 정해짐에 따라 3개월 이내인 8월 말까지는 주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회장 후보들을 보면 내부 인사로는 오인환 포스코 사장(철강부문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철강생산본부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김진일·김준식·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전 부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장 후보와 관련해선 아직까지 전혀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 선출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포스코는 회장 선임에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의 영향을 받기 쉬운 구조”라며 “그런 만큼 회장 인선 절차의 투명성을 보다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10.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57.31%, 나머지는 포스코 자사주(8.24%)와 소액주주들이 차지하고 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