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7.5배 늘어난 해외 주식거래액…투자 상위 종목 ‘아마존·알리바바·텐센트’
해외투자 전성시대, 한국 투자자들 ‘아마존’에 꽂혔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규모는 약 1900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규모가 76조 달러(약 8경6000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주식시장이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98%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한 해외 주식 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화 주식 결제금액(해외 주식의 매수액과 매도액의 합산)은 104억6000만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동기(39억800만 달러) 대비 162.8% 증가한 규모다. 이 중 해외 주식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진 국가는 미국으로, 67억1000만 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22억5000만 달러)와 비교해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어 홍콩(17억5000만 달러), 일본(7억3000만 달러), 중국(5억5000만 달러) 순이었다.
해외투자 전성시대, 한국 투자자들 ‘아마존’에 꽂혔다
이와 같은 흐름은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 규모(국내 투자자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과 채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올해 1분기(1월~3월)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 규모는 364억 달러로 전년 동기(315억 달러) 대비 15.6% 증가했다. 외화 주식과 외화채권이 모두 증가했는데, 특히 외화 주식의 보관 규모는 117억 달러로 전년 동기(78억 달러)에 비해 무려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역시 미국(51억8000만 달러)이다. 지난해 1분기(27억4000만 달러)와 비교해도 보유액이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미국 증시 랠리가 큰 동력이 됐다. 이른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지수 등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뒤이어 중국(19억4000만 달러)이 2위를 차지했다.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매매)·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매매) 거래가 본격화되며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3위는 최근 들어 경기 회복세와 함께 증시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15억3000만 달러)이, 4위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와 같은 중국의 핵심 IT 기업들이 상장해 있는 홍콩(15억2000만 달러)이 이름을 올렸다.

◆투자 종목 상위 10개 중 4개가 ETF

그러면 ‘해외 주식 직구’로 가장 선호하는 종목은 무엇일까. 국내 투자자들은 단연 FANG이나 BAT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해외 주식 결제금액에 따르면 국내 ‘해외 주식 직구족’이 가장 많이 매매한 종목은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다. 5억5000만 달러어치(약 6000억원)를 사들였다.
해외투자 전성시대, 한국 투자자들 ‘아마존’에 꽂혔다
2위 또한 중국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알리바바가 차지했다. 2014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그룹 ADR(미주식예탁증서)’ 5억1200만 달러어치(약 5500억원)를 매매했다.
ADR은 해외 기업들이 자국의 예탁원에 원주를 예탁해 놓고 미국 증시에서 예탁증서로 거래하는 제도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홀딩스는 3억7100만 달러어치(약 4000억원)를 거래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외화 주식 결제금액 상위 10개 종목에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많이 포함됐다. ETF는 인덱스 펀드처럼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 움직임을 추종하는 투자 상품으로 특정 종목을 고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텐센트에 이어 외화 주식 결제금액 4위를 차지한 종목은 홍콩 시장에 상장된 ‘차이나 AMC SCI 300 인덱스 ETF’로 3억4200만 달러어치가 거래됐다. 중국 최대 자산 운용사인 화하기금(차이나 AMC)에서 운용하는 ETF로, 중국 본토 상위 300개 기업을 포괄하는 상하이선전(CSI)300지수를 추종한다.

이 밖에 세계 최대 규모의 운용 자금을 보유한 미국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ETF 브랜드인 아이셰어즈(ISHARES)를 포함해 모두 4개의 ETF가 포함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 종목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5억7300만 달러(약 6100억원)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텐센트홀딩스가 4억5200만 달러(약 4800억원)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세계 철강업계 2위 신일본제철이 3억4400만 달러(약 3700억원)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2위, 5억48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순위·액수 모두 하락했다. 4위는 알리바바그룹 ADR로 2억9800만 달러였다. 외화 주식 결제금액에서 2위를 차지한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수직 상승하며 주가 또한 급등세를 이어 갔다. 1월에는 미국의 리서치 회사인 CB인사이츠가 발표한 글로벌 장기 투자 유망 종목에서 아마존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5위는 한국의 네이버 계열사이면서 일본 증시에 상장된 라인이 2억4500만 달러(2600억원)를 기록하며 이름을 올렸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