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떠나도 안심하고 식단 유지할 수 있는 코스 인기
유럽 채식주의자의 입맛 맞춘 ‘비건 투어’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채식주의 인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채식을 테마로 하는 관광 상품이 인기다. 여행업계는 도보 여행부터 선박 여행에 이르기까지 구매 잠재력이 높은 채식주의자 고객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상품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2017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기반의 여행 스타트업 비건푸드투어(Vegan Food Tours)는 현재 유럽 주요 도시인 바르셀로나·암스테르담·로마·런던에서 채식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자와 투어 가이드 대부분이 채식주의자인 이 스타트업은 채식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식단인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즐기는 채식 여행 식단


이들은 “다양한 현장 조사를 통해 엄격한 채식주의자에서부터 새로운 식사 경험을 원하는 젊은 여행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식 수준에 부합하는 관광 코스를 내놓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1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바르셀로나에서 시범 운영을 성공리에 마친 비건푸드투어는 유럽 내 인기 관광 도시이자 레스토랑이 많은 곳으로 확장했다.


비건푸드투어에 참여하면 고객들은 일반 관광 투어처럼 온라인을 통해 투어 날짜를 골라 신청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채식주의자인 투어 가이드를 만나 하루 3시간 동안 서너 개의 채식 식당을 방문하게 된다. 쉽게 배가 부를 수 있는 코스 요리 대신 스페인의 전통 요리인 타파스처럼 작은 요리들을 여러 개 맛볼 수 있는 형식으로 식사가 제공되며 식당을 오가는 사이엔 도심의 관광 명소를 방문해 소화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대표적 관광 명소인 콜로세움 인근의 몬티지구에서 투어가 진행된다. 투어객들은 몬티 인근을 3시간 동안 산책하면서 파스타·피자·젤라토 등 로마를 대표하는 현지 식사를 채식으로 즐기게 된다. 고대 로마제국의 유적을 감상하면서 이탈리아식 채식 요리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런던에선 ‘힙’한 거리의 대명사인 동부의 쇼디치와 지하철 노던 라인의 캠든타운역 두 군데에서 각각 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운집한 지역인 쇼디치에는 특히 채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채식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는 곳이다. 3월에는 런던 채식 축제가 쇼디치에서 열리기도 할 정도로 탄탄한 채식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어서 참가자들은 실험적인 퓨전 채식을 경험할 수 있다.


또 다른 투어 장소인 캠든타운에는 런던의 3대 마켓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캠든 마켓이 들어서 있어 시장 주변과 동네를 다니면서 소소한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채식 프라이드치킨부터 나초까지 저렴하면서도 친숙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비건푸드투어 측은 채식이라고 하며 흔히 떠올리는 ‘맛없고 건강하기만 한 식단’과 거리를 둔다. 그 대신 생활 밀착형 채식 식단을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여행 방식에 대한 고객들의 평은 긍정적인 편이다. 한 고객은 “익숙했던 도시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했고 또 다른 고객은 “여행할 때마다 내(채식주의자)게 맞는 식단을 찾기 힘들었는데 그것이 해결됐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공동 창업자는 한 인터뷰에서 “여행객들이 엄청난 양의 사전 계획을 세우지 않고서도 여러 도시에서 새로운 채식 식단을 손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 채식주의자의 입맛 맞춘 ‘비건 투어’
◆점차 젊어지는 채식 크루즈 여행객들


한편 노르웨이에서는 세계 최초의 100% 비건 채식 크루즈가 지난해 운항을 시작했다. 해당 크루즈는 2013년 독일 뮌스터에서 문을 연 비건트래블이 운영하는데 현재 부다페스트·바젤·암스테르담·아비뇽 등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승객들을 태운 채식 크루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플롬·베르겐 등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해안 지구를 7박 8일간 돌면서 탑승객들에게 채식 식단으로만 구성된 식사를 제공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업체는 완전한 채식주의와 완전한 채식 생활 방식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해 이 같은 상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크루즈는 배가 정박하는 항구 지역의 대표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요리를 바탕으로 조식 뷔페부터 하루 4~5코스에 이르는 식사 메뉴를 모두 채식으로만 채우고 있다. 동물성 식단은 배에 싣지 않고 그 대신 클루텐 프리 고기나 날 음식 등으로 대체한다.


식사뿐만 아니라 크루즈의 프로그램 구성도 채식주의자 맞춤형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이른 아침 갑판 부근에서 명상이나 요가를 즐길 수 있고 배에 있는 시간 동안 채식 치약이나 채식 치즈 만들기와 같은 워크숍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크루즈에는 샴푸·샤워젤 등 세면도구도 100% 유기농으로만 제공하고 있어 여행을 하는 내내 엄격한 비거니즘적인 삶을 경험하게 된다. 크루즈 측은 승객들이 항구에 내렸을 때에도 채식 식사가 가능한 관광 코스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채식주의자 여행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증가했다”며 “흥미로운 점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채식주의 크루즈를 찾는 승객들의 연령대가 매우 낮아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는 고객층은 은퇴해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많은 중년·노년 부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채식주의적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면서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 1인 가구 등 여행객들이 매우 젊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행업계는 ‘채식 휴가 상품’ 등을 출시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