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부산에 시범도시 건설, ‘U시티’실패 되풀이 말아야
스마트 시티에 1159억원 투입...‘시민 참여’가 성공 열쇠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아랍에미리트 마스다르, 영국 글래스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베를린, 덴마크의 코펜하겐까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한경비즈니스가 찾은 지구촌의 스마트 시티다. 이들은 저마다의 전략과 기술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를 지향하는 나라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한국의 스마트 시티 조성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한국은 과거 여러 비슷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차별화에 실패했다. 스마트 시티 조성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도 불명확했다. 방향을 잃으니 속도를 내기가 당연히 어려웠다.
10년 전 한국은 ‘유비쿼터스 도시법’을 제정해 지금의 스마트 시티와 비슷한 ‘U시티’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U시티는 지능화된 도시 기반 시설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를 말한다. 1기에는 분당·산본·평촌 등이, 2기엔 동탄과 흥덕이 선정됐다.
◆10년 전 등장한 U시티
하지만 U시티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유는 몇 가지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U시티가 자리 잡지 못한 이유로 정책 대상에서 기성 시가지가 소외됐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미흡했다는 점을 꼽았다. 각종 정보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아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유기적으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 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서도 스마트 시티 조성에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 시티 조성을 지휘하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문재인 정부는 스마트 시티를 혁신 성장 8대 선도 사업으로 선정,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159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스마트시티 국가전략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하지만 먼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아랍에미리트의 마스다르처럼 한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시현할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시 성장의 단계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법을 마련했다.
신규 개발은 백지 상태인 부지의 장점을 살려 세계적 수준의 국가 시범 도시를 조성한다. 올해 1월 선정된 곳은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세종 5-1 생활권이다. 각 시범 도시의 ‘마스터 플래너(MP)’가 스마트 시티 조성의 총괄 감독 역할을 맡는다. 세종은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부산에는 천재원 영국 엑센트리 대표가 임명됐다.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신기술의 적용도 다른 곳보단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통해 ‘스마트 도시 조성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시범도시를 혁신 성장 진흥구역으로 지정해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신사업이 활발히 꽃필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도시가 완성되는 2021년에는 자율주행차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군집 운행을 허용한다. 드론은 각종 신고와 허가 행위를 면제한다.
유엔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화율은 2015년 이미 85%를 넘어섰다. 교통 정체, 환경 파괴 등 도시화로 발생하는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도시를 ‘스마트’하게 재정비할 필요성이 생겼다.
스마트 시티에 1159억원 투입...‘시민 참여’가 성공 열쇠
◆신기술로 다시 태어날 대구와 시흥
스마트 시티 연구·개발(R&D) 실증 도시는 기존 도시를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곳에선 교통·치안·재난·일자리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기술을 활용해 실제 도시에서 적용해 보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연구 목적에 따라 도시문제 해결형과 비즈니스 창출형으로 나뉘었다. 7월 10일 각각 대구시와 경기도 시흥시가 선정됐다.
대구시는 도시문제형 실증 도시다. 교통·안전·도시행정 등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도시를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국비 358억원을 비롯해 총 511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9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는 자율 제안 과제로는 ‘지능형 영상 기반 분석 연구’가 제안됐고 CCTV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교통 제어와 소음 문제 해결, 전기차 도입 등 시민 중심의 스마트 시티 기술 연구가 이뤄진다.
경기 시흥시는 비즈니스 창출형 실증 도시로 선정됐다. 에너지·환경·복지 등 새로운 산업을 스마트 시티에 적용하기 위해 중소 규모의 도시에서 리빙랩 형태로 연구가 진행된다.
시흥시는 지역 산업의 쇠퇴, 고령 인구 증가, 도시 과밀 등 중소도시의 보편적 특성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 받았다. 시흥시는 국비 268억원을 비롯해 총 368억원이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자율주행버스 연구 및 신규 산업 창출에 나선다.
그동안 한경비즈니스가 찾은 해외의 스마트 시티는 색깔이 뚜렷했다. 이 중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영국 글래스고, 독일의 베를린은 ‘톱다운’ 방식을 넘어 ‘보텀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한국은 정부 주도의 ‘톱다운’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 시티 조성이 초기 단계이기도 하고 신도시 개발로 신규 인프라를 조성하는 형태의 개발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톱다운은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거시적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의 주인은 결국 ‘시민’이다.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선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 결국 한국의 스마트 시티도 ‘보텀업’과 ‘톱다운’이 어우러져야 성공적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mjlee@hankyung.com
스마트 시티에 1159억원 투입...‘시민 참여’가 성공 열쇠